'박 터지는' 과잉충성 혈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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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vs 국가안보실> '박 터지는' 과잉충성 혈전 내막'

일요시사 0 1402 0 0
▲ 고개 숙인 남재준 전 국정원장













'박심 구애' 사생결단 정보전 불붙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공백이 달을 넘겼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멘붕'에 빠진 청와대는 후임 인선을 놓고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도로 남재준' '도로 김장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정권 출범 후 라이벌 구도 속에 '충성경쟁'을 벌였던 두 전임자처럼 후임 국정원장이나 국가안보실장 역시 결국은 누가 더 '충성하느냐'로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 본 기사는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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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인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하 국가안보실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십자포화를 맞은 청와대의 고육책으로 풀이됐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주께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도 청와대는 후임자를 고르지 못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대 안보사령탑
1주일 넘게 공백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위세는 남달랐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를 꼽을 때면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밖으로 보이는 위세는 남 전 원장이 더 대단했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는 2013년의 인물로 남 전 원장을 꼽았다. '올해(2013년) 정치는 남재준이 다 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은 어디까지나 청와대 외곽에 있었다. 수시로 박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국정원장은 주로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달랐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안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다. 수시로 대통령을 수행하며 정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의 파워를 더 높이 보기도 했다.  

청와대, 두 기관 후임 사령탑 놓고 고심
2기도 남재준·김장수 구도로 이어질 듯
 

실제로 세월호 참사 전까지 김 전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NSC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직속 안보자문기구다. NSC는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한민국 군사·외교·안보현안을 총괄하는 조직이자 정부정책수립 및 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NSC 위원의 면면은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NSC를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김 전 실장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안보라인의 정점에 김 전 실장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로 경질을 자초했다. 이 말 한 마디로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의 한 축은 일거에 무너졌다. 그렇다면 남은 한 축, 남 전 원장은 왜 급작스레 해임된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청와대로 향한 쏟아지는 비난에도 남 전 원장의 경질을 얘기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재준 경질'이란 깜짝 발표에 오히려 놀란 것은 야권이었다는 후문이다.  

씁쓸한 얘기지만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득을 본 케이스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틀 전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으로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 전 원장을 유임했다.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남 전 원장을 지켰던 것이다.

안대희 고르고
남재준 내쳤는데

그랬던 청와대가 갑자기 남 전 원장을 내쳤다. 대다수 언론은 ‘남재준 경질’을 ‘읍참마속’으로 풀이했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한 '국가개조'를 위해 청와대 주변부터 인적쇄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단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을 내친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같이 살 수 있겠냐'는 속담으로 비유했다.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순간부터 남 전 원장의 입지는 흔들렸다. 때는 언론을 중심으로 '책임총리론'이 대두하던 시기였다. 한정된 권력은 중구난방으로 퍼져 한 곳으로 수렴되지 못했고,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요구됐다. 후임 총리로 '특수통'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던 건 청와대의 이같은 의중이 집약된 결과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이 공직사회를 쇄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됐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의 존재다. 그간 남재준 체제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청와대 전면에서 국정 흐름을 좌우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정국을 몇 차례나 소용돌이로 빠뜨렸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이다.

여러모로 봤을 때 남 전 원장이 버티는 한 안대희 체제의 국정개혁은 여론의 힘을 받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고 남 전 원장이 신임 총리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림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남은 선택은 양자택일. 장고 끝에 청와대는 '전사형'인 남 전 원장을 자르고, '관리형'인 무난한 인사를 신임 국정원장에 앉히기로 했다. 안 전 대법관과의 궁합이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권 1등 공신을 내치고 길을 터줬더니 본인만 살겠다고 뒤통수를 때린 격이었다. 고심 끝에 고른 첫 단추가 헝클어지면서 안보사령탑의 공백은 자연스레 길어졌다.  

정치냐 안보냐
청와대 양자택일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 밖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있다. 당장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의 함정에 포격을 가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를 고조하고 있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솔솔 '북풍'이 불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총리 인선은 뒤로 미루더라도 안보라인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 입장에서 보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안보라인을 챙긴다고 해서 어수선한 시국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박지만씨

그렇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 입장에서 생각하면 속이 바짝 탈 수밖에 없다. '선거 전 뭐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조급함이다.

여러 사정상 발표를 미루고 있을 뿐이지 차기 후보군의 윤곽은 어느 정도 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사자들이 극구 고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신임 국정원장으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후보는 이병기 주일대사다. 앞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제2차장을 지낸 이 대사는 외교관 출신이다. 때문에 군부 출신이 요직을 꿰차고 있는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악화된 한·일 관계 등을 이유로 국정원장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다. 황 장관은 박 대통령이 믿고 쓰는 검사 출신인데다 '공안통'이어서 '공안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야권에 미운털이 박힌 황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자칫 '돌려막기'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보가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아무나 임명하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검사 출신이자 안기부 파견 경력이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는 '친박'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안심할 수 있는 카드다. 그렇지만 권 대사 역시 일단은 청와대의 제안을 뿌리쳤다고 한다.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발탁 등을 통해 다시 '군 출신'이 국정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이 보였던 인사스타일과 청와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차기 국정원장 1순위는 정치인에 가까운 친박라인, 2순위는 퇴역한 육사라인이다.

친박라인·육사라인 경합…'PK'로 수렴?
문고리 3인 vs 박지만 가신 막후설 모락

현재 국정원 안에는 한기범(59·행시 29회) 1차장과 김수민(61·사시 22회) 2차장, 김규석(65·육사 29기) 3차장이 각각 포진해 있다. 이중 검사 출신인 김 차장은 '증거조작' 파문으로 옷을 벗은 서천호 전 2차장의 후임으로 지난 5월에야 내정됐다. 만약 내부 영전이 있다면 배제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남은 후보군인 한 차장과 김 차장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나이가 위인 김 차장을 선택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김 차장은 대구 출신이라 PK(부산·경남) 편중인사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TK(대구·경북) 달래기에도 안성맞춤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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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보로는 김관진 현 국방부장관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김 장관은 북한 무인기 늑장보고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김 장관의 고향이 전북 전주라는 점 때문에 여권 상당수가 김 장관을 마뜩찮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군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다. 윤 장관은 자신의 임기 내내 큰 논란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 박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았고 한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은 정세를 읽는 능력 못지않게 청와대로 융화되는 모습이 필요한데 윤 장관의 튀지 않는 성품은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윤 장관의 경우는 대북 강경론자들 사이에서 군의 생리를 모른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승진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부산 출신인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의 깜짝 영전 가능성은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실장의 임명 가능성을 낮게 보며 PK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이 대부분의 인사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충성심이다. 전문성은 그 다음 문제다. 물론 일부 경제 관련부처에서 전문성을 위주로 사람을 뽑기도 했지만 국가안보실장 같은 요직에 어떻게 충성심이 없는 사람을 쓰겠냐는 것이다. 즉 청와대 입장에서는 불안한 탕평인사를 하느니 욕을 먹더라도 권력유지에 유리한 인사를 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놓고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지만 라인'의 권력암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지난 인수위 때처럼 인사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안 전 대법관의 사퇴 내막이다. 안 전 대법관은 내정 당시 이영수 KMDC 회장과 동서지간이란 점이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박지만 EG회장과 자주 회동을 갖는 등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박지만 미행' 사건 때도 함께 저녁을 먹은 이가 이 회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안 전 대법관은 총리직에서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을 놓고 막후권력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더불어 이들은 국가안보실장이 누가 되든 결국은 청와대를 사이에 놓고 국정원장과 '충성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방대한 인력과 조직, 자금을 갖추고 있는 국정원은 당분간 박 대통령이 사활을 내건 '관피아 색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로 통치하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국정원은 VIP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관리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의 정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약점을 쥐고 흔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이 싫든 좋든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정원이 건네는 정보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탕평은 없다
충성만 있다
 

때문에 인력이 달리는 국가안보실 입장에선 박심을 사로잡기 위해 비장의 카드인 '안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은 상당 부분 업무가 중첩되면서 일대 혼선을 빚었다. 또 김 전 실장과 남 전 원장이 라이벌 관계라는 소문은 양 조직의 실적경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보실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NSC의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NSC 사무처에는 김규현 외교부 1차관(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 겸임)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국가안보실 2차장 겸임)이 포진해 있다. 두 차장 모두 파워그룹과는 거리가 먼 외교라인이라 자칫 국가안보실의 위상이 격하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어찌됐든 국정원과 국가안보실의 충성경쟁은 청와대 비서실과의 관계 설정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각의 칼바람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끝까지 살아남은 사실은 청와대 권력구도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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