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 타개' 검찰발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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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정국 타개' 검찰발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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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잡고 대기업·연예인 동시에 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위기에 빠진 정권을 구하라.'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가라앉은 국정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이 30대 대기업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국정 어젠다로 '국가개조'를 들고 나온 청와대. 그리고 '윗선'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병언 일파'를 살인마로 간주한 검찰. 소위 '유병언 수사'가 눈에 띄게 '약빨'이 떨어진 지금. 검찰의 대기업 카드는 정권에 득이 될까. 아니면 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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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리더십의 중대 위기를 맞은 박근혜정부가 검찰을 지렛대로 어수선한 정국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원파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비리 수사로 여론을 환기시킨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밝힌 '국가개조론'을 구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지율 하락
검찰로 푼다

세월호 참사 후 약 2달간 검찰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수사를 벌여왔다. 첫째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 전 회장에 대한 압박수사였다. 유 전 회장은 개인 비리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지금껏 잠적 중이다. 유 전 회장에게는 5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현상금이 나붙었다. 그와 관계된 대부분의 인물은 체포되거나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만약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여론을 유 전 회장 쪽으로 돌리려 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한 언론 관계자는 "어차피 남들 보라고 하는 수사여서 출입 기자들에게 정보도 많이 오픈하고, 취재 협조도 잘해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로 한 정보지에는 유 전 회장이 도피생활 중 쓴 것으로 추정된 피임기구(콘돔)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첩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유 전 회장과 관련한 소스가 얼마나 많이 생산됐고, 또 노출됐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의 또 다른 축은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었다. 공직사회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지상과제로 내건 정부는 검찰을 이용해 민·관 유착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관피아 척결과 관련해서는 공직사회 내부의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관피아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인데 이 정부는 기관들만 닦달해서 성과를 내려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리더십 위기
유 수사로 여론 환기 성공

그럼에도 공무원을 주물러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셈법은 변함없었다. '공직사회가 경직될수록 득을 보는 건 일반 국민이 아닌 절대 권력이 될 것'이란 경고에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6·4 지방선거를 전후로 퇴진론이 무성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켰다. 김 실장의 유임은 그의 출신성분을 고려할 때 사회 전반적인 사정드라이브가 가속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사정의 핵심인 검찰 내부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월호 참사 후 급조된 사건이 많아 조직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시각도 있다. '사기'가 생명인 검찰인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상을 줬다. 이른바 '박심'이 문제였다.

  
▲ 김진태 검찰총장

검찰 수뇌부는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며 눈물을 보인 대통령의 체면을 생각해야 했다. 뱉은 말을 주워 담기 위해선 적당한 '제물'도 필요했다. 브레이크 없는 관피아 수사는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해양수산부부터 기상청까지 예외 없이 털렸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같은 국가 녹을 먹는 입장으로 (우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반감을 표시했다. 어찌됐건 정부 산하에 있는 검찰 조직의 고립이 우려됐다.

마지막 매듭
정치인 수사

지난달 한 법조계 관계자는 "관피아 수사를 매듭지으려면 여의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직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해운업계 금품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시작은 '돈가방'이었다. 박 의원은 "현금 2000만원을 잃어버렸다"며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 돈은 박 의원의 운전기사 겸 비서가 불법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에 신고한 돈이었다. 돈가방에 든 현찰도 2000만원이 아닌 3000만원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은 박 의원의 아들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의문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 돈이 해운업체 등에서 받은 뇌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의원은 그간 정치권에서 해운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별건의 해운비리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선주협회의 스폰서가 박 의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학술연구원을 통해 해운·건설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모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박 의원이 여러 기업에서 기부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은 뒤 그 중 일부를 임의로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포문은 해운비리로 열었지만 전개 과정에서 검찰은 박 의원을 그야말로 샅샅이 털고 있다. 지난 18일 검찰은 인천 서구에 있는 모 장례식장 대표 ㄱ씨를 긴급체포 했다. ㄱ씨는 박 의원에게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행권 대출을 받게 해달라며 청탁했고, 실제로 ㄱ씨는 은행으로부터 40억∼5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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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대가로 ㄱ씨가 박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는가를 추궁하고 있다. 박 의원에게는 부당대출을 공모한 혐의가 추가됐다. 또 검찰은 박 의원이 고문료 명목으로 모래채취 업체에서 매달 200만원을 챙겼다는 의혹, 석모도 개발 사업을 통해 이득을 취득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 중이다.

검찰 입장에서 박 의원에 대한 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현직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피아 수사를 언제든 마무리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성과가 필수인데 현직 국회의원만큼 수사에 방점을 찍기에 적합한 카드가 없다는 설명이다.

통상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의 스포트라이트는 사건 당사자가 검찰청사에 출두한 날 최고점을 찍는다. 모든 범죄 혐의는 당사자가 출두하기 전에 공개되고, 카메라 앞에 서면 사과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 있다. 당사자가 혐의를 인정하면 언론은 관심을 거둔다.

때문에 박 의원 소환조사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박 의원을 소환조사 한다는 계획이다. 그 전까지 박 의원과 관련한 대부분의 피의 사실은 언론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아직까지 카메라 앞에 석고대죄하지 않은 유 전 회장은 피의사실은 물론 신상정보까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망신을 주는 셈이다. 열차를 모으는 이상한 취미마저 보도되는 상황인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약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은 게이트' 역시 언젠가는 약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피아 잡고
대기업 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검찰의 고민은 "포스트 유병언이 누구냐"로 수렴된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검찰 지근에서 들린다. 최근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특수부)이 30대 대기업과 관련한 리스트를 뽑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퇴임 후 주춤했던 대기업 수사가 다시 재개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어수선한 시국에 검찰은 왜 다시 대기업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대기업 자문 역을 했던 한 관계자와 만났다. 그는 "내가 봐도 눈먼 돈이 많은데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검은돈'이 많겠냐"며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쓰는 돈이나 컨설팅 업체로 흘러가는 돈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수사의 진정성에 의문에 표했다. 그는 "말이 좋아 30대 대기업이지 정권에 밉보인 데만 털지 않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더 큰 사건을 수사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른바 '물타기 수사' 의혹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이 제대로 규명된 적은 거의 없다. 검찰은 늘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 김진태 검찰총장

그렇지만 단순 유언비어라 하기에는 의심 가는 구석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도 그렇다. 때문에 이번 대기업 수사 역시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보다는 '정권 보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조만간 더 '큰놈'을 잡기 위한 실적경쟁이 검찰 내부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사의 배경이야 어찌됐던 재계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신호다. 한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그룹을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너를 건드는 것인데 그게 안 되면 측근들을 돌려서 공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를 지목하면서 거물 정치인과 A사 오너의 각별한 관계를 조명하기도 했다. A사에 대한 사정설은 올 초부터 무성했는데 실제로 얼마 전 검찰은 A사가 연루된 비리 정황을 확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거물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할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또 검찰은 A사뿐 아니라 정권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눈 밖에 난 B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자금력이 강점인 B사는 정권 출범 초부터 꾸준히 사정설이 나돌았다. 지난 MB정권에서 B사는 몇 차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B사에 대한 사정작업이 본격화된다면 지난해 있었던 CJ그룹 수사 이상의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8일 한국전파기지국㈜을 압수수색하며 통신업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와이파이(WiFi) 등 각종 이동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다. 검찰은 이 회사 특성상 대형 이동통신사와 유착했을 가능성을 살피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각 이동통신사 출신 간부들이 한국전파기지국㈜의 주요 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칼잡이 김진태
정권의 희생양?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대대적인 수사가 기획되는 동안 검찰 조직은 동력을 이원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지난해 수사선상에 올렸던 대기업들을 한 번 더 압박할 조짐이다. 몇 차례 압수수색과정에서 여러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에 필요한 시간과 공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을 조세 포탈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알렸다. 노 고문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실세, 유명 케이블 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노 고문에 대한 수사는 이 부회장을 간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수사를 받았던 포스코나 KT 등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지난 정권 당시 특혜를 받았던 재벌과 유명 인사를 엮어 퍼즐을 맞추고 있다는 소문은 낭설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공직사회 장악 위한 '관피아' 척결 속도
30대 대기업 리스트 뽑아 사정작업 개시

법조계 일각에선 '정통 칼잡이(특수통)' 출신인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지가 이번 대기업 내사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총장은 임기 중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공안사건'들을 주로 다뤘다. 하지만 번번이 '정권 편들기'란 비난 속에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체면을 구긴 김 총장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수완을 발휘하려 한다는 그럴듯한 가설이다.

대놓고 여권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와대에 각을 세운적 없는 어정쩡한 검찰총장. 김 총장은 "유 전 회장을 잡으라"는 청와대의 오더를 받았지만 변죽만 울려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기업 수사는 신뢰를 잃은 검찰의 자존심을 회복함은 물론 김 총장의 진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일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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