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거부권 사태로 드러난 당청 불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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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법거부권 사태로 드러난 당청 불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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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바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법제처에서 법률을 검토해 정부 입장을 밝히지 않겠나. 정부에서 확실히 입장을 취하면 그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져가는 가운데,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후폭풍으로 벌집을 쑤신 듯하다. 이번 '거부권 후폭풍'의 진원지는 국회와 청와대다. 좀 더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본다면 청와대보다는 국회 쪽에 책임이 크다.

특히 정부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와의 소통 부재, 어김없이 등장한 친박·비박 등의 계파 인사들의 아전인수식 발언들이 꼬인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만큼 고유권한 중의 하나인 거부권(재의요구안)을 상정 및 의결시켰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해당 법안에 대해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하고 이를 장관이 처리한 후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헌법에서 입법·사법·행정으로 엄격히 분리돼 있는 삼권분립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 의원들은 시행령 수정권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은 대 놓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던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마저 제기하며 아예 대놓고 청와대를 두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모두발언 중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유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 인사들의 사퇴제기와 박 대통령의 '사퇴 시그널에 대해 "더 잘 하라는 것으로 알겠다"며 에둘러 피해갔다. 당청이 어수선한 가운데 주변 압박으로 옷을 벗는 것도 무책임하고 소신이 없어 보이거니와 일단 한발 물러선 후 다음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결국 국회에서 출발한 국회법 개정안이 당을 분열케 하고 메르스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욱 더 혼란에 빠뜨린 셈이다. 사실, 민감한 이슈들이 떠오를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특정 계파로 나뉜 채 반대 목소리를 내기에 바빴다.

그 동안 새누리당은 경남권 신공항 이전(당시 한나라당) 문제, 개헌 등 민감한 사안이 이슈화될때마다 친이(친 이명박)계-친박계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대더니 이번 '국회법 거부권'을 놓고서는 비박-친박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최근 문재인 대표가 20대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무총장에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을 인선하자 친노(친 노무현)계와 비노(비 노무현)계로 나뉘어 벌써부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박 인사였다가 탈박(탈 박근혜) 인사가 된 김무성 대표의 "정부에서 입장을 취하면 그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는 최근 발언도 아쉽다. 5선 중진의 배테랑인 김 대표는 당과 청와대의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해줬어야 했다. 당내에서 울쭉불쭉 튀어나오는 특정계파의 요구나 주장 등에 대해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완화시키거나 중재해서 풀어야 했다.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김 대표가 아닌가.

상황이 이쯤되자, 새누리당은 뒤늦게 부랴부랴 의원총회를 열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재의결을 하지 않고 자동 폐기키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절차대로 다시 재의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재의를 요구하면서 일정 보이콧을 선언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만약 정 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재부의하고,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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