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교도소 식단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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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먹는’ 교도소 식단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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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 옛말’ 군대보다 낫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콩밥’ 하면 ‘교도소’다. 오랫동안 콩밥은 감옥살이를 의미했다. 콩밥을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콩밥은 사라진지 오래다. 군대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아졌다. <일요시사>가 각 교도소의 11월 식단표를 공개한다.

지난해 정부는 보리값이 올라 앞으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100% 쌀밥을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그간 쌀과 보리 비율을 9대 1로 유지해왔으나, 정부의 보리수매제 폐지로 재고가 떨어지자 예산상 이유로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실제 보리쌀 가격은 ㎏당 2300원 수준으로 약 2100원인 정부미보다 비싼 편이다. 이에 따라 '콩밥 먹고 싶은가'란 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잘 먹네∼”

그러나 실제 교도소 식단에는 1986년 이래로 콩밥이 사라졌다. 대신 쌀과 보리를 섞은 밥이 제공됐다. 콩밥은 일제 강점기 재소자들이 먹었던 곡식 함유 비율에서 유래됐다. 1936년 조선총독부의 재소자 식단표를 보면 쌀 10%, 콩 40%, 좁쌀 50%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 1957년 쌀 30%, 콩 20%, 잡곡 50%로 다소 개선됐고, 1986년부터 쌀과 보리가 섞인 혼식으로 통일됐다. 또 1963년 교도소 식단표에는 당시 재소자에게 쌀 10%, 콩 40%, 좁쌀 50%로 지은 밥이 제공 됐다는 기록이 있다.

콩밥을 제공한 이유는 당시에는 일반인들도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상황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재소자들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값도 싸고 단백질과 유지가 풍부한 콩을 섞어서 줬다는 것이다.

콩밥이 자취를 감춘 것은 1986년 4월 ‘재소자의 밥상에 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다. 개정안은 재소자에게 쌀 50%, 보리 50%를 섞은 보리밥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콩밥이 사라진 이유는 대한민국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콩 이외에도 단백질 공급원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굳이 콩을 먹지 않더라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두부 등을 재소자들도 먹을 수 있다. 단백질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자 콩밥은 자연스레 보리밥으로 바뀌었다. 이외에도 콩밥이 없어진 이유는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로 들 수 있다. 어쨌든 콩밥이 사라진 덕분에 재소자들의 식단은 더욱 다양해졌다.

“점심때 함박스테이크가 나왔다. 대체로 교도소 식단에 만족한다.” 지난 11월3일 C교도소에서 만난 재소자 A씨는 교도소 식단에 대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도소 식단은 이제 함박스테이크가 나올 만큼 다양해졌다.

스테이크 자장면…양식·중식에 특식
재소자 한끼에 1387원…하루 4천원꼴 

최근 재소자들의 식단은 군대에 있는 병사들이 먹는 식단과 비견될 만큼 잘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식단표만 봐도 알 수 있다. 경북직업훈련교도소에서 나온 11월 재소자 식단 차림표를 보면 ‘자장’ ‘만두 튀김’ ‘돈가스’ ‘마카로니샐러드’ ‘떡국’ ‘간장 떡볶이’ ‘닭조림’ 등 다채로운 식단이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육류는 11월에 약 7차례에 걸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요리가 번갈아 나온다.

하루 한 끼는 육류가 나오는 셈이다. 이 외에도 소시지, 햄, 생선류도 나온다. 반찬은 대체로 1식 3찬으로 구성돼 있다. 또 군대에서 맛 볼 수 있는 ‘군데리아’(수제버거)도 찾아볼 수 있다. 고기 패티는 없지만, 빵과 딸기잼, 수프, 채소샐러드, 우유 등이 제공되는데, 현재 군대에서 병사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식단표에 나온 재소자 1인 한 달 하루 식사의 평균 단가는 2627원인 것으로 나온다. 한 끼 식단은 평균 1127원으로 이루어져있다.

하루 식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오는 11월 18일 수요일의 아침 식단은 쇠고기뭇국(285.7원), 햄채소볶음(464.7원), 맛김(70원), 배추김치(117.7원)으로 총 938원이다. 점심은 짬뽕국(404.2원), 자장(329.1원), 만두튀김(484.1원), 배추김치(117.7원)으로 총 1335원이다. 저녁은 김치찌개(296.4원), 두부간장조림(290.0), 도라지오이무침(274.2원), 깍두기(117.7원)으로 977원이다.

  
 



교도소 식단이 이렇게 다양해진 이유는 영양소를 골고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 열량 권장량과 똑같이 하루 2500kcal, 세 끼가 기본이다. 명절이나 복날에는 특별식도 제공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 재소자에게 들어가는 1일 급식단가는 4160원이다. 한 끼에 약 1387원꼴의 식사가 제공되는 것이다. 재소자 1일 급식단가는 2010∼2011년 3430원, 2012년 3602원, 2013년 3674원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962원에서 올해는 198원이 더 인상됐다. 교도소에 투입되는 전체 식비 역시 작년보다 34억8200만원 증가했다.

다만 군인이나 학교 급식보다는 한 끼에 700∼800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병사의 하루 식비는 6432원으로 한 끼에 2144원 꼴이다. 같은 기간 미군 병사의 하루 급식비는 1만2705원(환율 1100원 기준)으로 한국 병사와 2배 가량 격차가 있었다. 올해 대전시 초등학교의 한 끼 급식단가는 2250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죄를 짓고 들어가는 교도소가 이렇게 좋아져도 되나?” “우리도 교도소나 가볼까?”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먹고 살기가 힘들어 일부러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가려는 빈곤층이 위장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도소에 출소한 한 남성이 다시 교도소에 돌아가기 위해 자동차에 벽돌을 던져 피해를 입혀 붙잡히기도 했다. 붙잡힌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를 나온 뒤 5일 굶었다”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교도소가 차라리 편하다”고 진술했다.

“만족스럽다”

세금을 내는 시민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한 시민은 이런 현상에 대해 “내 세금으로 죄짓는 사람을 저렇게 잘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왜 나는 이렇게 가난한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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