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YMCA 스캔들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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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홍’ YMCA 스캔들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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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하면 떠오르는 건 젊음과 기독교다. 그런데 서울YMCA 내부는 젊지도 않고, 기도교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집행부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YMCA가 내홍을 겪고 있다. 집행부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특정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그 중심엔 표용은 명예이사장이 있다. 원로들은 풍파의 근원으로 표 명예이사장을 지목했다.

표 명예이사장은 1988년부터 서울YMCA에서 이사직 1989년, 이사장직 16년 등을 지내며 장기 집권했다. 1933년생인 표 명예이사장은 1959년 감리교 신학대학교를 졸업했고, 1960년에 현재까지 시무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중앙교회(아들 표순환 목사 승계) 담임목사로 목회를 시작했다. 평범한 목사였지만 표 명예이사장은 교계정치에 능했다. 당시 가장 손쉬운 세력 확대 방법은 감리교 내 계파 장악이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군림 

1960년대 이후 주요 계파로는 월남한 교인들이 주축이 된 성화파와 서울 정동교회를 중심으로 한 정동파, 충청 지역 출신들로 구성된 호헌파를 꼽을 수 있는데, 얼마 뒤 호헌파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호헌파에 속했던 표 명예이사장은 1970년대 호헌파가 구파와 신파로 분열되고 1980년대초 신파 김창희 전 감독이 세상을 뜨면서 신파의 좌장으로 부상한다.

이렇게 세력을 형성한 그는 이미 1970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운영위원, 1971년 KNCC 실행위원 부회장, 1973년 기독교 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실행위원, CBS(기독교방송) 이사장 등이 됨으로써 교계정치를 위한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다.

표 명예이사장은 국내 교단의 주요 요직을 섭렵했다. 그리고 서울YMCA에 눈을 돌렸다. 1988년 서울YMCA 이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서울YMCA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자신들의 측근을 이사회에 앉혔다. 측근들은 서울YMCA 재단 이사회(9명)와 운영이사회(24명) 이사를 겸직하며 장기 연임했다.

심규성 감사는 “재단이사회와 운영이사회 대부분 명예이사장(표용은)에게 충성한 측근들로 채워졌다”며 “대부분 수십년째 서울YMCA이사로 지내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점입가경’ 집행부간 갈등 심화
특정인사 비리의혹 연달아 터져

심 감사는 사실상 표 명예이사장이 측근들을 통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사 연임 제한도 없어 사실상 종신이사가 가능한 체제다. 때문에 이사회는 상당히 노후화 됐다. 서울YMCA 이사들의 나이를 보면, 표 명예이사장 84세 조모 이사장 84세, 양모(73)·이모(71)·조모(80)·강모(73)·조모(61)·안모(60)·박모(82·사퇴) 이사 등 평균 연령이 70대 이상이다.

문제는 표 명예이사장과 이들 8명의 재단 이사가 서울YMCA 운영이사회가 관리해야 할 자산운영과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 명예이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기 밑에 사람은 확실히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표 명예이사장의 사람 관리 방식은 철저한 논공행상이다. 20여년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서울YMCA의 일감을 몰아주거나, 측근의 지인들을 서울YMCA에 취직 시켜주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YMCA의 관계자는 “표 명예이사장 측근 이사들의 친인척들이 직원들로 많이 들어와 있다”며 “현 서울YMCA 회장도 표 명예이사장 조카”라고 말했다.

안창원 서울YMCA 회장은 표 명예이사장 여동생의 셋째 아들이다. 표 명예이사장이 안 회장의 외삼촌인 셈이다. 안 회장은 30여년 전 표 명예이사장을 통해 서울YMCA에 취직한 이후, 지난 2009년까지 기획행정국장으로 일하다 그해 9월 서울YMCA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안 회장은 자질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요직에 핏줄들
조직 쥐락펴락

2008년 안 회장이 기획행정국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YMCA는 고위험투자상품인 EL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상품에 30억원을 투자해 11억원을 날렸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잔액을 다시 고위험 선물옵션에 투자해 지난해 말 기준, 원금을 완전히 탕진해 통장 잔액은 18만983원밖에 남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안 회장은 그의 측근과 함께 자금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3차례 이상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동산 투자로 위장하거나 분식하는 방안을 강구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재단 재산의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30억원대 손실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심 감사는 “재단법인이 기본자산을 고유목적 사업 이외의 곳에 지출하려면 주무관청에 신고해 허가받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없었고 내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불법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안 회장은 법인 소유의 대형승용차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있다. 안 회장은 시민단체 책임자로서 어울리지 않게 에쿠스를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인사들의 이 같은 지적으로 타고 다니지 못했지만, 이 차는 아들이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안 회장 부인이 법인카드로 선물용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직원들의 제보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서울YMCA는 “해줄 말이 없다”며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았다. 안 회장은 일본 출장 중인 탓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표 명예이사장은 안 회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종조카인 고모씨를 서울YMCA 부설사회복지법인 삼동소년촌의 사무국장에 앉히기도 했다.

서울YMCA는 안 회장의 첫째 형 안태원 미환서비스 대표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환서비스는 청소용역 관리회사로 2007년 서울YMCA와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 서울YMCA는 CBS미환이라는 업체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해왔으며, 이 계약기간 중임에도 계약을 해지했다. 이 자리를 표 명예이사장의 조카 회사인 미환서비스가 꽤찼다. 이 계약과 관련해 당시 이사장들이 서울YMCA에 2860여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일감 밀어줘”
친인척 챙기기

서울YMCA는 미환서비스 산업에 매년 책정하는 용역비를 과대 계상한 의혹도 있다. 서울YMCA 내부 문서인 ‘2006∼2008년 용역현황비고’를 보면 CBS미환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계약금액이 상감됐다. 서울YMCA 종로 본관만 관리했다.

2007년부터 미환서비스는 종로 본관, 종로 별관, 강남·잠원스포츠 등 서울YMCA 시설등을 관리했다. 연간 시설 관리 계약금도 대폭 올랐다. 2007년 종로 본관 계약금액이 5921만원이었다면, 2008년 계약금액은 1억3605만원으로 2배 이상 인상됐다. 다른 시설 계약금도 배 이상 올랐다.

서울YMCA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여전히 미환서비스에서 청소용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당시 미환서비스의 이사를 보면 ‘가족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이사에는 안 대표의 부인과 표 명예이사장의 친동생인 표모씨, 또 다른 종친인 표모씨가 있었다.

<일요시사>는 미환서비스를 통해 안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표 명예이사장은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김모 전 YMCA 이사의 처조카 회사인 도량기업에 수년간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있다. 페인트 전문 업체로 설립된 도량기업은 표 명예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20여년 가까이 서울YMCA 도색 및 리모델링, 기타 공사를 독점했다.

장기 집권 명예이사장 풍파 중심에
측근들 낙하산 인사…이상한 거래도

서울YMCA가 도량기업에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공사 대금을 과대 계상한 의혹이 있다. 2007년 서울YMCA 본관 옥상방수 비용으로 도량기업이 1억2320만원을 지출했지만, 당시 관련 업체에서 최고가격으로 견적을 받아본 결과 3384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고양시와 서울YMCA 뒷거래 의혹이 있는 일산풍동 수련원부지 골프장 공사도 도량기업이 수주했는데, 당시 공사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서울YMCA는 골프장 비용으로 142억원을 책정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시민들의 반발로 2010년 9월 고양시는 골프장 사업을 직권 취소했다. 그런데 이미 공사비의 60%인 80억원 이상 도량기업에 집행된 상태였다.

고양시는 ‘직권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해 이 공사에 대한 감정을 했지만, 공정률은 37%에 불가했다. 심 감사는 “공정률 20∼30% 수준의 공사에서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30억∼40억원 이상 투입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이미 도량기업에 지출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도량기업 대표는 “김 전 이사의 조카가 맞다. 그동안 서울YMCA 공사를 많이 한 것도 맞다”며 “하지만 이 과정 불법적인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표 명예이사장의 측근인 전현직 이사들의 비리 의혹도 상당하다. 이중 이석하 이사는 표 명예이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이사는 원래 1980년대 서울YMCA 지하에서 파친코 사업을 했었다. 표 명예이사장을 통해 서울YMCA에 발을 들여 놓은 후 1991년부터 24년째 서울YMCA 이사로 지내고 있다. 2008년 개인비리 혐의로 이사회에서 사임했으나, 다시 일산 골프장 공사 건축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복귀했다.

이 이사는 여성참정권문제(2005년 서울YMCA가 총회 투표권을 여성에게 주지 않자 소송까지 이어진 사건) 현안대책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성공사례비 1000만원도 받았다. 변호사도 아닌 그가 어떻게 성공사례비를 받았을까. 당시 이 이사는 “소송이 2년6개월 장기화되면서, 승소하면 변호사에게 성공사례비를 줘야한다”고 제안했지만, 2007년 9월 이사회에서 이 이사가 성공사례비를 횡령한 사실이 폭로됐다.

변호사 아닌데
성공보수 챙겨

2006년 이 이사가 마포구에 있는 강변한신코아 오피스텔의 대표회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YMCA 이사들을 끌어와 대표회의를 장악하기도 했다. 이때 서울YMCA이사 7명이 총 14채의 오피스텔를 각각 소유했다. 이 이사는 당시 5채, 표 명예이사장은 2채를 부인 명의로 소유했다. 이 건물에는 현재 도량기업과 미환서비스가 입주해 있다.

서울YMCA는 1903년 설립돼 일제강점기 독립·계몽운동을 이끄는 등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민사회단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정상 이유로 직원 급여 및 4대 보험금까지 내지 못해 고발 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사들의 횡령, 배임, 일감몰아주기, 비자금 등 운영상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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