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3연타 헛발질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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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3연타 헛발질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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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 동안 수십 개의 공약들을 쏟아냈다. 치열한 선거였던 만큼 윤석열 캠프는 각종 현안에 관한 공약을 내걸었고,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후보의 성향과 윤석열정부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쏟아진 공약들이 현재 윤정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깊은 숙고 없이 내뱉었던 공약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고성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고성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 중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청와대 용산 이전’과 ‘대통령실 인력 감축’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청와대 용산 이전’을 발표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경청하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막나온
공약들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각계각층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안보 문제부터 이전에 들어갈 예산 문제까지,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풀어야 할 숙제를 잔뜩 떠안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반대 의견들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3월20일,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용산 공원을 조성해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고, 국민들과의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며 “주변에 수십만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의 정부청사 이전의 또 다른 이유를 ‘정부조직의 인력과 기능 슬림화’에 두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한 국정운영 계획 구상에서 “대통령실을 공무원과 민간 인재들이 함께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국정운영 방식의 대전환으로 국민과 같이하는 대통령을 실현하겠다”고 인선 개편의 취지를 역설했다. 

윤석열정부는 실제로 수석비서관,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 등을 폐지했고, 앞으로 전체 인원의 30%가량을 감축해 대통령실의 조직을 더욱 줄여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측은 “민관 합동위에는 공무원과 각종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하게 될 것이며, 각 분야의 대표격 인사를 초빙해 국정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인력 개편의 방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용산 집무실 출범 당시 인력을 대거 감축한 상태서 출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전 정부보다 수석 직책 세 개가 줄었고, 실장 자리도 하나 줄었다”며 “실장 두 명과 다섯 명의 수석으로 출발한 셈인데, 대통령 공약이 대통령실 인력감축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실장과 여덟 명의 수석이 담당하던 국정운영을 두 명의 실장과 다섯 명의 수석이 온전히 떠안아야 했고, 5년간 익숙했던 대통령실 직원들의 업무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개편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실무 관계자들, 또 정계 전문가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개편은 그대로 단행됐다. 대통령 인수위 측은 조직 슬림화로 인한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인력 증원이 아닌 재배치로 우선 대응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시스템이 발전한만큼 정부가 인력에 과거만큼 의존할 필요가 없고, 효율성의 재고를 통해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이전 배경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의견을 직접 경청’하고, 인력 감축을 통해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들로부터의 의견 경청과 인력 배치의 효율성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정계 전문가들은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최근 윤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연달아 폐지되는 것을 지켜본 후 국민 의견을 경청하지도, 인력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지도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정부는 정책들을 일단 내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다시 철회하는 그림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후보 시절 내놓은 인력 감축 공약 ‘발목’
3실 8수석 체제 2실 5수석으로 1수석 늘려

여론 수렴 후 정책을 수립하고 공포하는 방식을 역으로 뒤집고 있는 것인데, 지난 1년간 이런 경우가 3건이 넘는다. 윤정부는 그동안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비동의강간죄 추진 ▲주 69시간 근무제 등을 추진했다가 모두 철회했다.

헛발질은 지난해 7월29일 교육부가 내놨던 ‘초등학교 취학 연령 만 5세 하향’ 정책으로부터 출발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학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사회적 양극화의 모든 원인은 교육이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 정부 내에 실현할 수 있는 학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정책 도입의 취지를 밝혔다.

윤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교육비 하향에 방점을 찍었고, 입학 연령을 낮추는 쪽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박 전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 (성인에 비해)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입학 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안상훈 사회수석 ⓒ뉴시스
안상훈 사회수석 ⓒ뉴시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해당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여론이 들끓었다. 학부모 단체와 영유아 교육·보육 관련 단체들, 교육 전문가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윤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1일에는 교육관련 시민단체 43개가 모여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발족하고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 모여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소통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저출산으로 존립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유치원 관계자들과 저학년을 꺼려하는 현장의 초교 교사들, 그리고 1년 일찍 아이를 경쟁속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조금도 경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논의 한 차례 없이 교육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발표했고, 대통령이 뒤에서 정책을 밀어주는 형태는 여러 모로 여론의 불만을 샀다.

부처간
엇박자

결국 교육부는 초등학교 취학 연령 만5세 하향 정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책을 발표한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해 8월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서 만 5세 입학 정책을 폐기한다고 봐도 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정책의 공식 철회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 정책을 주도했던 박 전 장관 또한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했다.

대통령실 또한 정책 실패의 심각성을 인정한 뒤 ‘국정기획수석’이라는 자리를 신설해 정책 헛발질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국정기획수석은 국정운영 기조와 국정과제 목표 등 기획 단계서부터 정책 취지를 전 부처에 원활하게 전파하고 부처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정책실장과도 같은 자리며 일각에서는 ‘2실 6수석’으로의 개편이 아니라 ‘3실 5수석’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상당하다.

그러나 국정기획수석의 도입이 무색하게도 윤정부의 정책 헛발질은 계속됐다. 올해 1월 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에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폭행과 협박’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것을 ‘동의 여부’로 개정한다는 취지의 입법 발의였다.

여가부는 지난 1월26일, 제3차양성평등정책 기본 계획 발표에서 법무부와 함께 형법상 강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발표했다. 여가부는 “법무부의 요청으로 수개월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고, 국제 추세에 맞춰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고 도입 과정을 설명했다.

발표를 들은 국민들은 법무부와 여가부가 함께 소통하며 준비했고, 그것이 완성돼 추진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발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법무부 쪽에서 ‘그런 논의를 여가부와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잡음이 들려왔다. 결국 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이 터져 나왔다.


법무부는 “비동의강간죄 개정 계획이 없다”며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이기 떄문에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 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포함해 성폭력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처 간 오해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 추세
정책 도입

여가부는 기자들에게 “(비동의강간죄는)법무부 과제고, 법무부가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알려와 ‘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며 “법무부가 계획이 없다고 해서 최종 철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책을 발표한지 9시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주 69시간 근무’ 정책 논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비동의강간죄 논란이 부처 간의 엇박자로 비롯됐다면, 노동정책 논란은 대통령실 내부의 소통 문제서 비롯됐다. 대통령실 직원이 주장한 사실과 대통령 본인이 주장한 사실이 전혀 딴판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일, 일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현행 노동 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근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다만 노동 시간의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로, 또 ‘연’까지 단위를 확대해 근무시간의 탄력성을 더했다.

그러나 총노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고, 노동단체와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도입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맞섰다. 노동 전문가들은 “현행 52시간 근무제도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일하는 노동자가 허다한데, 69시간이 통과된다면 주말을 아예 안 쉬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대신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며 노동 개편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의지를 다시 확인해줬다.

다시 한 번 정책을 철회한 셈이 된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 같은 정책 헛발질은 왜 자꾸 나오는 것일까?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줄어든 수석 자리의 공백과 6명의 수석이 관장하는 분야서 그 이유를 찾았다. 현재 대통령실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헛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입학연령 하향, 비동의 강간, 노동시간 폐지
노동, 교육 전문가도 아닌 사회수석이 관장?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줄어든 자리를 적은 인원이 담당해야 하는 만큼 정책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안상훈 사회수석의 어깨가 매우 무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회수석 자리가 제일 애매하고 할 것도 많다. ‘사회’라는 이름 아래 관여해야 하는 분야가 모두 들어가 있다”며 “안 수석이 노동 전문가도, 교육 전문가도 아닌데 관련 정책들에 깊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 기후, 환경이나 문화, 체육 분야도 안 수석이 다 관여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용산구 대통령실 전경 ⓒ고성준 기자
용산구 대통령실 전경 ⓒ고성준 기자

그는 이번에 불거진 주 69시간 근무 논란도, 저번에 불거진 만 5세 입학 논란도 같은 맥락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안 수석을 탓하는 게 아니라 현재 대통령실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수석은 3선 국회의원인 안병구 전 의원의 장남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이른 나이에 교수로 발령 난 재원이다. 2001년부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해왔으며 2013년부터 종종 정치에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앞서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서 일하거나 고문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여야 정치인 모두 선호하는 복지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분야가 복지 쪽으로 한정돼있고, 연구원으로 쌓은 커리어가 강한 만큼 실질적인 정치에서의 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직책상 다양한 분야를 총괄해야 하는 안 수석은 ‘깊이 없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질타받아왔다. 그에 대한 비판 의견은 여당 내부에서도 종종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해 ‘만 5세 입학’ 논란 당시 한 라디오와 인터뷰서 “사회수석이 어떻게 보면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이걸 추진하느냐 마느냐 이런 정무적 판단을 해서 대통령한테 보고하는 자리”라며 “(안수석이)추진해도 된다고 보고했을 거라고 본다. 안 그러면 교육부 장관이 왜 이걸 하겠다고 발표했겠나”고 비판했다.

“사회수석이 
더 큰 책임”

대통령실은 인력 30% 완전 감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최근 언론에 밝혔다. 더 이상 인력을 감축하면 실무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 아래서다. 호기로웠던 후보 시절 공약이 국가에 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윤 대통령이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은 노동 시간 개편안이 아닌 대통령실 인력 공백 문제다.

 

<기사 속 기사> 아이 셋 군면제도 철회?

최근 국민의힘은 20대에 자녀를 셋 낳은 아버지의 병역을 면제한다는 골자의 법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만 0세부터 8세 미만 아동 양육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수당을 18세 미만까지 월 100만원으로 늘리는 내용과 셋 이상 자녀를 둔 20대 남성의 병역 면제 건 등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만들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 대책이 정책으로 관철된다면 아이를 낳은 가정은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약 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병역을 마치지 못한 가장은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실성과 타당성 등을 놓고서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20대 남성이 아이 셋을 낳을 경제력이 없다는 지적과 부족한 예산 등이 현실과 동 떨어졌다고 지적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당 측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게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아이 셋을 낳으면 군면제를 해준다는 보도는 국민의힘에서 공식 제안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해프닝이 근로시간 개편안, 취학연령 학제 개편안 등 ‘선발표 후논의’ 형태의 정책 철회와 매우 닮아 있어 이것 또한 대통령실 작품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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