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강 사체 대부도 살인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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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동강 사체 대부도 살인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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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신원미상 남성의 하반신에 이어 상반신 추정 시신까지 발견된 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인근에서 과학수사대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부엌칼 하나로 시신 훼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바닷가로 시신 한 구가 떠내려 왔다. 경악할 만한 건 상체가 없이 하반신만 있는 시신이었다는 것. 이 소식은 곧바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상반신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의 발빠른 수사에 결국 범인은 검거됐지만, 범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해 아직까지 의문투성이인 채로 남아있다.

경기 안산 대부도 인근에서 발견된 토막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 단원경찰서가 지난 5일, 용의자 조모(30)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 최모(40)씨의 주변인을 탐문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재 거주지를 확인하고 인천 연수구의 해당 원룸을 찾아갔다가 조씨를 검거했다. 조씨는 피해자 최씨의 선불 휴대전화 통화내역에도 최근 자주 통화한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었다.

잡혔지만…

조씨는 최씨와 함께 살던 후배로 경찰의 추궁에 집에서 최씨를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한 사실과 이 사체를 렌터카를 빌려 대부도 일대 2곳에 버렸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이후 별다른 저항 없이 검거에 순순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경찰은 원룸 화장실에서 최씨의 혈흔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내 불도방조제 입구 근처 한 배수로에서 마대에 담긴 하반신 시신이 발견됐다. 1차 부검 결과 키가 160cm 이하인 남성으로 압축됐다. 너무나 잔인한 사건이라 사람들은 경악했다.

하반신을 토대로 키가 어느 정도 추정됐고 발 사이즈도 210∼220mm로 밝혀졌기에 몸이 작은 어른이거나 청소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여기서 전문가들은 하나의 가능성을 더 거론했다. 이 방조제 토막 하반신 시신의 경우 발 사이즈에 비해 허벅지가 두꺼운 것으로 보아 장애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또한 시신의 형태가 하반신만 발견된 점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원한에 의한 살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신이 도로와 가까운 배수로 속 마대자루에 홑이불로 쌓여 있었다는 점에서 가해자가 황급히 버리고 갔다는 것도 추정할 수 있었다.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타 지역 사람이 인적이 드문 CCTV 사각지대인 이곳을 사전 검색해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완전범죄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물과 가까운 방조제는 시체 유기에 최적의 장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시신이 부패하거나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결정적인 제보자에게 1000만원의 현상금까지 지급하겠다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시신의 나머지 부분으로 추정되는 상반신이 발견됐다.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는 이날 오후 대부도 북단 방아머리 선착장 인근 내수면 물가에서 마대에 든 상반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상반신은 얼굴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식별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문 채취는 가능해 피해자와 용의자를 파악하는 데 속도가 붙었다.

당시 경찰은 “일단 동일인인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 DNA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반신이 발견된 곳은 하반신이 발견된 불도방조제 인근에서 11㎞가량 떨어진 지점이었다. 마침내 DNA검사로 동일인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왔고, 토막시신의 신원도 확인됐다. 수사도 급물살을 탔다. 안산 단원경찰서 수사본부는 지난 4일 시신에서 채취한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한 결과, 피해 남성은 인천에 거주하는 40세 한국인 최모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상반신을 부검한 결과 1차 사인은 외력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또 얼굴뼈에는 복합 골절, 갈비뼈에는 골절이 관찰됐고, 오른팔과 오른쪽 폐에 예리한 흉기로 인한 손상도 관찰됐다.

특히 상반신 머리와 팔 등에는 5∼6 차례의 흉기 상흔이, 하반신 오른쪽 엉덩이에는 깊이 5∼6㎝의 흉기 상흔이 각각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에서 다수의 외상이 발견됨에 따라 최씨가 피의자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을 수 있다고 보고 시신의 손톱 아래에 피의자의 혈액이나 피부조직이 있진 않은지 정밀 분석했다.

또 최씨가 숨지기 전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것으로 미뤄 원한이 있는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인 탐문조사를 실시하던 중 조씨를 검거했다. 범인은 잡혔지만 조씨의 진술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흔적 남기고 유유히 생활
동기 등 여전한 의혹들

비록 체포 후 짧은 시간 조사한 내용이지만 조씨가 경찰에 범행을 시인하는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이유에서다. 경찰 브리핑을 요약하면 범행 동기는 ‘무시해서’였고 최씨 살해 시점은 당초 예상과 달리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였다.

시신은 부엌칼 하나로 훼손했으며 뉴스를 보지 않아 도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서 드는 첫 번째 의문은 최씨의 시신에서 드러난 상흔에 비해 범행 동기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점이다. 최씨 시신은 상·하반신이 예리한 흉기에 의해 잘렸고 팔과 폐 등에도 흉기 상흔이 있었다.

갈비뼈는 부러진 상태였고 얼굴뼈에는 복합 골절이 관찰됐다. “자신을 무시하는 최씨와 말다툼하던 중 범행했다”는 조씨의 진술처럼 우발적 범행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시신을 가로로 훼손한 것도 의문이다. 범죄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토막살해범의 경우에는 관절을 중심으로 시신을 훼손했었다는 점에서 조씨 사례를 아주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시신을 가로로 자르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번 사건은 기존 토막살인 사건의 패턴을 완전히 벗어난 범행”이라고 말했다. 시신의 부패 상태와 조씨가 주장한 살해 시점도 의문 중 하나다.

시신 부검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이 일주일가량을 전후로 살해돼 버려진 것으로 추정했으나 조씨가 최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시점은 한 달가량 전이다. 최근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시신부패가 상당히 진행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약 10일 동안 부엌칼 하나로 상·하반신 절단 등 시신을 훼손했다”는 조씨의 진술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조씨가 진술한 최씨 살해 시점을 계산해보면 조씨는 범행 후 약 한 달여간 범행 장소에서 일상생활을 해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조씨는 범행 후 벽에 남은 최씨의 혈흔을 지우지도 않았고 달아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조씨는 “언론 보도를 접하지 않아 수사하는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훼손에 렌터카를 빌려 경기 안산까지 와 시신을 유기까지 한 범인이 자신에 대한 경찰 수사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는 주장을 믿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남은 의문들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은 잡혔지만 조씨가 최씨 살해 시점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시신 훼손 과정 등에 대한 진술도 오락가락하는 상황. 이에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및 사체 훼손 방법, 공범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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