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안 받는 총수들 속사정 &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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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10색> 월급 안 받는 총수들 속사정 &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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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왼쪽부터)












무보수 회장님 “먹고 살 걱정 없는데 뭐...”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보수를 포기하는 그룹 회장님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모두 다르다. 경영 복귀 차원에서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총수가 있는가 하면 고액 연봉에 따른 비판과 회사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무보수 경영'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배당금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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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 중 무보수를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등기 이사를 사임한 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뒤 '무보수 경영'을 내세우며 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무보수 경영은 여타 회장과 성격이 다르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를 위함이지만 다른 회장들은 고액 연봉에 따른 비판과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수를 포기하거나 연봉을 반납했다. 

이건희 회장
무보수 첫 시작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보수 전액을 포기했다. SK그룹은 지난 7일 최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 301억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SK C&C 퇴직금 수령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C&C 등 4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급여 94억원, 2012년분 성과급 207억원 등 총 30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SK그룹 측은 "지난달 초 회장님이 지난해 받은 보수 전액을 좋은 일에 써야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며 "그룹 차원에서 실무진이 처리 방식과 사용처 등을 놓고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측은 이어 "회장님은 올해 초 대법원 유죄 판결 이후 보수의 처리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수공개가 이뤄지자 무척 아쉬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비상근 회장으로 재직하되 보수는 전혀 받지 않는 집행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수뿐 아니라 작년 실적을 토대로 한 성과급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SK C&C에서도 임원직 사임과 함께 퇴직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SK C&C 임원 재직기간은 15년, 퇴직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배임 등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참여를 하지 못했는데도 고액의 보수를 받자 사회적 비판이 일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색내기라는 것. 일각에서는 똑같이 사법 처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비교를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33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지만 200억원을 반납했다. 나머지 131억원2000만원은 상여금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건설에서 52억5200만원, 한화케미칼에서 26억1200만원, ㈜한화에서 22억52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으며 한화L&C와 한화갤러리아에서도 각각 15억2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계열사별 반납 급여는 한화케미칼 49억7300만원, ㈜한화 49억7200만원, 한화건설 34억1400만원, 한화L&C와 한화갤러리아가 각각 33억2400만원이다.

같은 듯 다른 연봉 포기 내막은?
월급 없어도 배당금으로 '떵떵'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이 2012년 8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병원에 입원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만큼 구속 이후 받았던 급여 전액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반납액 200억원은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2012년 이후로 정상적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모두 반환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 역시 올해부터 계열사 7곳의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김 회장은 경영 복귀 전까지 급여나 상여금 일체를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경영난이 심했던 GS건설로부터 거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된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고액 연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수를 포기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경영난이 심했던 GS건설로부터 거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공개된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 명단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해 GS건설로부터 급여 15억9500만원에 상여금 1억3200만원을 포함, 17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허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부회장도 급여 5억7900만원에 상여금 5600만원으로 6억3500만원을 받았다.

반면 GS건설은 지난해 935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입는 등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GS건설은 지난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한 담합이 드러나 70억7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금융위원회에 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과 기업어음(CP) 발행 사실을 숨긴 채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적발돼 2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허 회장이 올해 보수를 포기함에 따라 허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임병용 사장도 올해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GS건설 사내 등기임원 3명 모두 무보수를 선언한 것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6월 고액 연봉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임했다가 보수를 전액 포기하고 지난 4월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회장직에 복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의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 회장은 지난해 총 보수는 '0원'이다.

퇴직소득과 성과급을 포기한 것. 금융지주에서 받을 예정이던 근로소득 2억1384만원과 퇴직소득 9억원, 메리츠화재에서 받기로 한 퇴직소득 33억3230만원과 근로소득 12억595만원 모두를 받지 않았다. 다 합치면 총 56억5209만원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주머니를 연 회장들도 있다. 한진해운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이 흑자가 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임시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인전·물적 자원을 최대한 지원해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초일류 해운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겠다"며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기본급 30%를 자진 반납했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KT 분당 사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현재 KT는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 데다 비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준·황창규
기본급 30% 반납

황 회장은 이를 위해 자신의 기본급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 역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의 올해 연봉은 2012년도 KT 회장 대비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T 임원들 역시 기본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KT는 지난해 4분기 6조21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기 대비 8.4% 상승했으나 영업손실 149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2년 4분기 당기 순이익 적자, 2009년 4분기 영업이익 적자에 이어 3번째 적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기본급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자 윤동준 경영인프라 본부장은 "회사가 어려운 경영 여건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급여 반납에 동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에 임원 전원은 자율적으로 기본급의 10∼25%를 반납하기로 했다.
 

  
▲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 왼쪽부터)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61조8646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2조9961억원을 기록해 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3550억원으로 43.2% 줄었다. 부채비율은 2008년 65.7%에서 지난해 84.6%로 18.9%포인트 높아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의 경영난을 고려해 올해 연봉을 30% 정도 줄이기로 했다. 현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인 3개 계열사에서 총 2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 회장은 현대상선에서 8억8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에서 각각 8억1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지난해 현대그룹은 총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58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재벌 회장들
주수입원은?

금호산업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맡았음에도 연봉은 '1원'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금호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실패할 경우 등기이사 사임은 물론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다.

재벌 회장들이 연봉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곳간은 넉넉하다. 연봉이 아닌 배당금이 주수입원이기 때문이다. 4년째 연봉이 '0원'인 이건희 회장은 배당금만으로도 재계 총수 가운데 소득 '1위'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대주주 일가와 주식을 보유한 임원 등 2742명 가운데 이 회장은 배당금이 1078억6400만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714억원), 삼성생명(352억원), 삼성물산(11억원) 등이다.

고액연봉 논란에 수백억 포기
경영난 등기임원도 봉급 반납

301억원의 연봉으로 랭킹 1위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은 배당금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최 회장은 SK(주), SK케이칼,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 계열사로부터 285억7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전년보다 20% 늘어난 금액이다. 배당금의 99%는 SK C&C에서 나왔다. SK C&C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최상위 지배회사다. SK C&C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1250원에서 올해 1500원으로 상승했다.

김승연 회장은 67억9000만원의 비교적 적은 배당금을 받았지만 200억원의 연봉을 제외하고 남은 131억2000만원의 연봉을 합쳐 연간 수입 6위를 기록했다.

허창수 회장은 2012년에 비해 반토막이 나긴 했지만 올해 6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허 회장이 대주주인 GS건설이 실적 부진에 따라 배당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
잠재우기

조양호 회장은 배당금 3억원을 받아 10대 그룹 총수 중 꼴찌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등 한진 주요 계열사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총 5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27억3545만원, 한국공항이 19억8175만원, ㈜한진이 10억8175만원 등이다.

조 회장은 이들 회사 외에 한진해운홀딩스, 한진정보통신, 정석기업, 한진칼, 한진관광, 토파스여행정보 등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어 실제 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연봉지급액이 5억원을 넘지 않거나 기업규모가 연봉공개 기준에 미치지 못해 조 회장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에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에서 적립금까지 끌어다 1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도 유엔아이에서 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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