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7, 7…쓰리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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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의 시사터치> 7, 7, 7…쓰리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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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8자를 선호한다. ‘8’자가 들어간 전화번호나 자동차번호는 비싸게 거래된다. 2008년 북경올림픽 개막식도 8월8일 저녁 8시8분에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 대체로 ‘럭키 세븐’이라며 ‘7’자를 좋아한다. 세계적인 우리나라 손톱깎기의 상표도 ‘777’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 7은 재앙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명단 때문이다. 사실 여부는 수사의 몫이지만 묘하게도 온통 7 자 풍년이다. 이 정권의 청와대 첫 비서실장 허태열씨에게 주었다는 돈이 7억원이다.

2012년 대선 때의 새누리당 핵심 홍문종 의원 등 3명에게 주었다는 돈의 합계도 7억원이다. 8명의 리스트도 홍준표 경남지사를 뺀 7명이 ‘친박’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또한 7시간의 불명확한 행방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러니 요즘 정권핵심부에게 7이라는 숫자는 ‘죽을 4 자’와 비슷하게 비치지 않겠나 싶다.

한때 외국 언론이 우리나라의 극심한 부정부패를 조롱하며 ‘ROTC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총체적 부패공화국(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라는 것이다. 차떼기 사건, 이번 리스트 사건을 떠올리면 부인할 길이 없다. 친한파인 제프리 삭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도 한국 지도층의 뻔뻔하고 부도덕한 모습을 ‘BJR’이라는 조어로 표현했다.

‘배째라’는 말을 영어로 만든 것이다. 유서와 녹음에서 돈을 주었다는 주장은 명백한데, 받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현금으로 받은 것을 밝혀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배짱에서인가? 그렇다면 진짜 ‘BJR 조폭’들이다.

이 문제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처도 아쉽다. 4월16일 오후 남미 순방 출발 시간을 한 시간 늦추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단독 회동하고, 귀국(27일) 후 총리 거취를 결정하며 특검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긴 했다. 

국민이 원하는 게 과연 그것이었을까? 일단 사실규명은 뒤로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에게 그 같은 물의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지 않은가? 또 만일 혐의가 단 한 가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통령으로서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분명히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국내가 불타고 있는 이 시기에 외교현안도 없는 남미 순방을 강행해야만 하는지도 의문이다.

순방 기간 중 대통령을 대리할 총리의 입장도 딱하기만 하다. 그렇게 어렵게 청문회를 통과하고 받은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거취를 결정하든지, 검찰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야당은 아예 총리대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의 한 주일여 동안 국정은 마비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4월 국회는 23일, 30일과 5월6일 세 차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런 전쟁터에서 뭘 해내길 기대하겠는가? ‘어린이집 CCTV 설치의무화법’ 하나라도 처리하면 다행일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추가 속보에 온 나라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것이 뻔하다. 55주년 혁명기념일인 4월19일 ‘껍데기는 가라’는 김수영의 시와 함께 이 나라를 생각해 봤을 국민들의 절망과 분노는 어찌할 것인가? 국민은 언제나 졸이고 봉인가?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라는 말이 정치에 퍼부어진다.

이완구 총리는 국회에서 “4월은 제게 잔인한 달”이라는 자못 문학적 향취 어린 답변을 했다. ‘4월은 잔인한 달’, 토마스 엘리어트의 유명한 시 ‘황무지’의 첫 귀절이다. 그러나 결코 아니다. 4월은 아무 죄도 없이 속을 끓이고, 절망에 빠지고, 살맛을 잃어가는 국민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김기만은?]

▲ 전북대, 우석대 초빙교수
▲ 동아일보 프랑스특파원
▲ 청와대 공보비서관, 춘추관장
▲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
▲ 초대 게임물위원장(차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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