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늑대 양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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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의 세상돋보기> 양의 탈을 쓴 늑대 양성법

일요시사 0 1262 0 0

오는 7월이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행된다.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목적인 이 법에 따라 전국의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한다.

인성교육의 의무화는 벌써부터 대학입시의 인성면접 요령을 가르쳐 준다는 학원들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대학은 수시모집전형에서 인성과 관련한 항목을 별도로 평가해서 반영하기로 하였고 이러한 추세는 점차 대학 전체로 전도될 전망이다.

인성이란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생활스타일의 하나로 자신의 인지와 정서 그리고 행동과정의 복잡한 관계의 복합체이다. 이는 다양한 경로를 직접 체험하고 형성해 나아가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다. 그런데 이것을 교육으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며 교육차원에서 이끌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젖먹이 아이를 폭행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퍽치기 하는, 도덕과 윤리가 사라져가는 작금의 세태에 인성교육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점수를 매기는 인성교육이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점수화하는 순간만 착한 양의 탈을 쓰고 평가받고 그 장소를 벗어나면 본색을 드러내는 이중성을 길러 오히려 더 영악한 아이들만 양성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앞선다. 

자연스럽게 습득되어야 할 품성이 교육으로 포장되고 수치화되어 점수로 사람의 인성의 수준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아연실색할 일이다. 급박하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아직 일선의 학교에서는 알지도 못할 뿐더러 프로그램의 준비 또한 안 돼 있다. 그러나 학교 의무교육으로 도입된다는 말에 지도사 자격증이 생겨나고 인성교육실천급수 등 아이들을 더 옥죄는 아이디어들이 달려들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동력이다. 건전하고 활발한 국민은 사회에 활력을 가져오며 발전적인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 그러한 국민들을 만드는 데 점수를 매기는 인성, 평가받는 인성을 사용한다면 국민은 어떠한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인가, 과연 최고의 점수를 매기는 인성의 보유자는 어떠한 모습일까? 

이는 또 하나의 사교육 분류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착하게 보이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며 학부모들의 주머니만 탐닉하는 학원들만 성황하게 생겼다. 최단코스로 양의 탈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며 고액의 과외가 횡행하게 될 것이다. 

하여 차라리 점수화하지 말고 교육시스템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인간을 존중하며 시대에 적합한 사회 문화적 내용을 알아가는 교육시스템으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주입식 교육처럼 강제로 압박하는 인성교육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편법만 가르칠 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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