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목줄 쥔 키맨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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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목줄 쥔 키맨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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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사진=뉴시스>












세월호 총대 멜 '인간 바리케이드' 쳤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물타기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힌다." 지난주 사정기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위기를 맞은 박근혜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뉘앙스로 이 같이 말했다. 현재 검찰의 칼끝은 유병언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수사 진행상황은 유력 매체들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다. '제물'을 찾는 정권 차원의 융단폭격에 유병언 일가는 속수무책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비호하는 세력들의 존재다. 수사가 절정에 달한 지금 핵심 증인들은 말이 없거나 두문불출 잠적 중이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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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8일 차남 혁기(42)씨 등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잇따른 소환통보에 불응했다는 이유다.

'유병언 일가'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해외에 체류하면서 세 차례에 걸친 소환 통보에 불응한 혁기씨 등 핵심 측근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이날 알렸다.

검찰에 따르면 강제 구인대상은 혁기씨와 장녀 섬나(48)씨,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이사와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다. 이들은 지난달 29일까지 조사에 응하라는 1차 요구를 받았지만 소환에 불응했고, 2차 요구 역시 불응했다.

이에 검찰은 이달 8일을 기한으로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혁기씨 등은 예고 시한인 같은 날 오전 10시까지도 '무대응'으로 버텼다. 이들 중 섬나씨를 제외한 혁기씨와 김 이사, 김 전 대표는 출석은커녕 입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브리핑에서 검찰은 "대검찰청·법무부와 함께 자진 출석을 요구하는 한편 강제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혁기씨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여권무효화 및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후 내막을 살펴보면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혁기씨 등을 강제 송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 당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혁기씨와 김 이사는 모두 미국 영주권자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CNK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해외도피 사례를 놓고 봐도 당사자가 귀국을 기피하는 한 피의자의 신원을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한 예는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혁기씨 등이 체류 중인 국가에서 인신보호를 요청하면 법정공방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겉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처럼 해놓고 뒤에선 측근들을 움직여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 혁기씨 등은 피의자인 동시에 "세모그룹은 여전히 유병언 것"이라는 진술을 해줄 중요한 증인이다.

당초 검찰은 수사 궤적을 그리는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을 먼저 조사하고 유 전 회장은 가장 마지막에 소환하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때 썼던 수사기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혁기씨 등 일부 핵심 피의자의 신원확보가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따라서 검찰은 측근들 조사를 생략한 채 유 전 회장을 곧장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는 수사의 관건인 유 전 회장의 경영권 행사 규명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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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유혁기]

이와 관련 한 검찰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우리가 마음먹고 들여다보면 약한 고리가 보이거든. 아마 어떤 회사든 자유로울 수 없을 거야. 굳이 말을 듣지 않아도 물증으로 압박할 수 있어. 혐의를 입증할 100가지 증거가 있는데 이미 95가지를 확보했다면? 정황상 죄를 확신하는 거지. 물론 저들(수사대상자)은 남은 5가지로 방어를 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특별수사팀과 별도로 꾸려진 검·경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는 지난 8일께 유 전 회장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책임을 물을 준비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청해진해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것이다.

합수부가 입수한 청해진해운 비상연락망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회장' 직함과 함께 연락망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밑으로는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가 있고, 임원인 김모(62·구속) 상무 등의 이름도 함께 발견된다. 즉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임을 가리키는 증거인 셈이다. 해당 연락망은 지난 2011년께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세월호 침몰 하루 전까지 유 전 회장이 사원으로 등록돼 있던 내부 조직도를 확보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청해진해운이 매달 1500만원상당의 급여를 유 전 회장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입금한 내역을 확보했고, 세월호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청해진해운이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뿐 아니라 세모그룹 운영 전반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살피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유 전 회장은 지난 2012년까지 비선조직인 '높낮이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혼맥 등으로 얽힌 경영진이 회합 등을 통해 '회장님의 지시'를 공유했을 것으로 보고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경영 개입을 입증하는 과정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차남 혁기씨의 존재다. 혁기씨는 유 전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뒤 교회 내부에서도 '설교자'로 군림하며 절대적인 지위를 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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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기씨는 형 대균(44)씨와 함께 지난 2007년 10월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설립하고 세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청해진해운과 천해지, 아해, 온나라 등을 차례로 편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혁기씨와 대균씨는 각각 ㈜아이원아이홀딩스 지분 19.44%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천해지 지분 42.81%, 아해 지분 44.82%, 온나라 지분 31.2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두 형제 중 차남 혁기씨가 주요 수사망에 오른 건 그가 유 전 회장의 공인된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대균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조각가였다. 대균씨와 가깝게 지냈던 한 미술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성격도 차분하고 셈에 밝지 못한 호인형이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혁기씨는 아버지를 빼다 박은 외모와 외향적인 성격, 무엇보다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로 소개됐다. 이런 혁기씨를 유 전 회장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던 듯하다. 주간지 <시사IN>에 따르면 혁기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9년 미국으로 혼자 유학을 떠났다. 지방대를 나온 대균씨와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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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혁기씨는 미국에서 신자들의 도움으로 수학했다. 유학자금은 구원파가 운영하는 지방 한 신협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 당시 혁기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남 아무개씨와 결혼해 영주권을 획득했다. 남씨는 미국 뉴욕 주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남씨의 아버지는 세모그룹 한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혁기씨는 세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상호명을 법인 설립 이전에 상표 등록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혁기씨와 대균씨는 그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각종 계열사를 헐값에 사들이거나 부친으로부터 부동산을 편법 증여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런데 혁기씨의 부친인 유 전 회장은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설립된 2007년까지만 높낮이모임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유 전 회장은 혁기씨 등에게 7년 전 경영승계를 했음으로 본인은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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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유대균]

유병언 일가는 세모그룹 계열사 간 지분 관계를 거미줄처럼 엮는데 성공했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사세를 확장하면서 썼던 방식이다. 늘어난 계열사에는 측근들을 경영진으로 앉혔다. 일종의 족벌경영이다.

유 전 회장은 친인척이나 밑을 수 있는 측근들 외에는 계열사 관리를 맡기지 않았다고 했다. 말이 좋아 측근이지 사실상 교주를 섬기는 광신도나 다름없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례로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로 이름을 올린 변기춘(42)씨는 혁기씨의 절친한 친구로 전해진다. 그는 계열사 천해지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데 변씨의 부친은 구원파 초창기부터 신자로 활동한 인물로 유 전 회장의 '심복'으로 불린다. 사실상 대를 잇는 충성인 셈이다.

사정기관의 화살이 집중된 혁기씨와 달리 대균씨는 '고급 시계를 수집하는 사치생활'만 이슈가 됐을 뿐 십자포화에서 한발 빗겨선 모습이다. 대균씨를 사석에서 몇 차례 만났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대균씨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사업을 하지 않고) 전업작가로 활동했을 거예요.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바르고 손재주가 좋아 조각가로서 무척 유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 번은 대균씨가 즉석에서 조각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시계를 나눠줬다는 언론보도를 봐도 그렇고 평소 품행으로 봤을 때 악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믿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균씨는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을 김모(59)씨와 함께 소유하고 있다. 김씨는 대균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세모그룹 계열사 트라이곤코리아 등의 임원을 겸임하고 있다. 대균씨 역시 족벌경영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과거 대균씨는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시골 마을을 통째로 사들여 대지 조각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예술에 대한 대균씨의 애정은 그가 소유한 레스토랑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각가 로뎅의 진품 2점을 포함해 그랜드피아노, 골동품 등이 즐비하다고 전해진다. 대균씨의 사업수완은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취미생활에 쓰인 돈 대부분은 그의 부친 혹은 구원파 신도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대균씨는 비록 공인된  후계자는 아니지만 유 전 회장의 재산을 편법 증여받거나 관리한 의혹, 동생과 함께 미화 530만달러(약 55억원)를 해외로 송금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때문에 대균씨 역시 강도 높은 검찰 조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 누구보다 일가의 치부를 잘 알고 있을 장남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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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 권오균]

유 전 회장은 몇 년 전부터 부인 권윤자씨와 별거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별거의 이유로 유 전 회장의 복잡한 여자관계를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외가 측 인척이 세모그룹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권씨의 동생인 권오균(64)씨는 사실상 권씨를 대신해 그룹 내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균씨는 구원파 핵심 기구인 높낮이모임의 좌장으로 유 전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유 전 회장의 지시를 계열사 대표들에게 전달하고, 다시 회의 결과를 유 전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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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 중인 세월호

뿐만 아니라 오균씨는 구원파 자금의 경유지이자 출구로 지목된 트라이곤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다. 트라이곤코리아의 소유주는 장남 대균씨, 하지만 실제 운영은 오균씨가 도맡았다는 전언이다.

최근 복수 언론은 오균씨의 아내가 탤런트 전양자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구원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균씨를 둘러싼 또 다른 소문은 그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라는 것이다. 이 역시 당사자가 인정하거나 확인된 바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트라이곤코리아를 거쳐 거액의 자금이 그룹 계열사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한 언론은 3년 사이 유동자산 114억원이 증발됐다고도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 트라이곤코리아는 유병언 일가가 설립한 국제영상 등의 지분 보유율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영상의 대표는 공교롭게도 탤런트 전씨다.

오균씨는 유 전 회장과 함께 구원파를 창시한 권신찬 목사의 둘째 아들로 알려져 있다. 구원파의 성장은 물론 몰락과 부활까지 지켜본 산 증인인 셈이다. 조만간 검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오균씨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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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 대표]

만약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유병언 일가의 비정상적인 그룹 운영은 드러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청해진해운 측은 유 전 회장의 형 병일씨에게도 매달 고문료 명목으로 300여만원을 지급했다. 선사와 관련 병일씨가 한 일은 전무했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경영 방식과 거미줄 지분구조 때문에 유병언 일가의 비리를 온전히 도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문진미디어의 김 대표는 국내에서 '유병언 2세'들에게 재산을 빼돌리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문진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유병언의 7인방 중 1명인 이순자 전 한국제약 이사다. 이 이사는 다른 계열사 임원을 겸임하고 있다. 또 문진미디어의 전무로는 유 전 회장의 사위인 전모씨가 있다. 측근과 친인척이 각 계열사마다 등기 임원으로 혼재된 형태다.

아울러 문진미디어는 파산한 세모그룹 소유 부동산을 매입해 이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출자, 다시 타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복잡한 거래만 10여 차례 넘게 반복했다. 문제는 이런 회사가 수십여개란 것이다.

지난 8일 검찰은 청해진해운의 김 대표를 긴급 체포했다. 합수부는 김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선박 매몰 혐의를 적용했다. 합수부 관계자는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증개축한 세월호의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했는데도 김 대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배임 등의 혐의로도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결국 검찰이 김 대표에게 바라는 건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김 대표가 유 전 회장에게 세월호의 이상을 보고했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해줄 것. 둘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오너는 유 전 회장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처음부터 검찰의 목표는 명확했다. 핵심은 '재산'이 아닌 '선박'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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