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세월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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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덮친 세월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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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


속 타는데 내색도 못하고 ‘끙끙’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학생들을 잃은 슬픔에 여행을 가거나 쇼핑 등 소비를 할 만한 심적 여유조차 사라졌다.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고, 우리나라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과 연휴가 몰려 업체들은 높은 매출을 예상했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불안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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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김지혜(29)씨는 오는 5월 연휴에 여객선을 타고 가는 여행을 취소했다. 여행 대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택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선박 여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얼어붙은 소비

평소 김씨는 선박 여행을 자주 애용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고 승무원들의 친절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대부분의 선박들이 간밤에 거센 폭풍우가 치거나 배에 물이 차는 사고가 터져도 선내 방송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여행갈 때는 작은 사고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세월호 침몰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눈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런 시기에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미안하고, 이번 연휴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선박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여행업 전체적으로 퍼지고 있다. 여행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파장은 다른 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44개 기업의 860개 단체 10만9872명이 국내여행을 취소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각 지역협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 학생, 공무원 등의 단체여행 취소율은 50%를 넘어섰다. 세월호 침몰 이후 학생들의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공무원, 기업 등의 단체여행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일반인의 단체관광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박을 통해 울릉도, 흑산도 등 섬으로 가는 여행 취소율은 70%가 넘었다.

이에 따라 5월 초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관광 업계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형여행사들은 대부분 10∼15%의 취소율을 보이고 있다. 신규 예약은 지난해와 비교해 저조하다.

하나투어는 5월 황금연휴 특수로 몰려드는 예약을 예상했지만, 사고 이후 예약률이 지난해 보다 50% 줄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개인여행객보다는 수학여행 학생단체, 기업, 공무원 단체 등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한 상황”이라며 “지난해보다 신규예약자가 절반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소규모 여행사들은 매출을 단체여행객들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규모 여행업체들이 이번 사고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업체들은 단체여행객이 주 소비자라서 단체 취소가 줄줄이 이어지면 업체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5월 연휴 특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항공업계도 예약 취소율이 급증하고 있다. 역시 개별 취소보다는 학생, 공무원 등 단체 여행객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저렴한 항공료 때문에 수학여행 수요 대부분이 몰려 있어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티웨이 항공 등 저가항공사는 1000명에서 1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항공권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황금연휴·가정의 달 특수 기대했는데…
관광업 직격탄 호텔·버스·소셜업도 타격

또한 교육부가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금지하며 버스업계도 위기를 맞았다. 경기도전세버스조합에 따르면 세월호 사태 이후 도내 470여개 전세버스 업체가 보유한 1만3000여대의 버스 가동률은 3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수학여행과 소풍 등의 대규모 단체 여행이 집중되는 4, 5월이 최고의 성수기인 점을 고려할 때 저조한 수치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세버스 업체 등이 폐업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여행업계 타격은 호텔업계까지 이어졌다. 기업체, 정부 등이 여행을 취소하면서 특급호텔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된 것이다.
 

  
▲ 울상에 빠진 여행업계 <사진=뉴시스>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서울에서 4∼5월로 예정됐던 기업체와 정부 행사, 공연 가운데 13건, 롯데호텔 제주에서 예정됐던 정부 행사 2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기업체와 공공기관 연회 등 행사 9건,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도 3건의 기업체 행사의 예약이 취소됐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는 선박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소셜커머스들은 5월 연휴가 다가오면서 선박 관련 상품에 대한 높은 매출을 예상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애도 분위기를 고려했다고 입을 모았다.

쿠팡 관계자는 “사고가 터진 직후 자진해서 선박 관련 상품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쿠팡, 티몬, 위메프에서 선박 관련 상품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여행 상품은 소셜커머스의 주력 상품이라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여행 관련 상품을 편성에서 제외했다. 호스트 멘트나 배경음악도 최대한 조용히 이끌어가는 분위기다. 모든 관심이 세월호 방송에 집중되면서 매출도 떨어졌다. GS홈쇼핑, N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전년 동기 대비 5∼15%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힘들다”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여행이 대거 취소되면서 마트로 이어졌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9%, 홈플러스 4.0%, 롯데마트 4.1% 감소했다. 특히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지역의 롯데마트 4개 점포는 사고 이후 매출이 14% 이상 줄었다. 아울러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판촉 및 고객 유치 이벤트 등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했던 유통업체들은 사고 이후 자숙하는 분위기에 마케팅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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