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판 주무르는 '박심' 실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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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판 주무르는 '박심' 실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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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사진=일요시사 DB>

'선거의 여왕'(박근혜)이 찍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관련해 '박심(朴心)'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청와대는 박심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치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 듯 일사분란한 경선 후보들 간의 교통정리는 박심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방선거를 뒤흔들고 있는 박심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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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그해 총선을 두 달 가량 앞두고 "대통령이 뭘 잘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박근혜의 힘

그런데 지방선거를 두 달 가량 앞둔 지금 새누리당 내부는 이른바 '박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심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은 바로 서울시장 경선이다. 현재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군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예비후보는 정몽준 의원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박근혜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자 떠오른 대항마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총리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하필 박심 논란이 한창 불거질 무렵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런저런 문제에 관해 상의를 한 적은 있다"면서 박심 논란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이후에도 김 전 총리는 작심한 듯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친박계가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총리는 당초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공천신청 접수마감을 김 전 총리의 귀국일 다음날로 하루 연장까지 해줬다.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또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결심하자마자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비서관직을 사임하고 김황식캠프에 합류했으며,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캠프 조직총괄단장을 맡았고,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국민소통본부장을 맡았던 친박계 이성헌 전 의원이 김황식캠프에 총괄선대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지난 3일에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육사 37기 동창생 전인범 특수전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황식캠프에 합류하면서 서울시장 경선을 둘러싼 박심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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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전 총리의 맞수인 정 의원 측은 박심 논란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멤버인 최병렬 전 대표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고 발표했다가 최 전 대표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나서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2주 만에 돌연 불출마, 박심의 실체?
청와대 비서관까지 동원, 노골적 지지?

정 의원 측은 "여러 차례 최 전 대표를 만나 선대위원장직을 맡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는데 여러 상황으로 인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최 전 대표의 합류를 박 대통령 측에서 막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이례적으로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현직 안전행정부장관이 차출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인천시장 선거 출마가 이번 지방선거에 박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 전 장관은 당초 인천시장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지역구 또한 경기도 김포시였다. 그런 유 전 장관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박 대통령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유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하자마자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돌연 인천 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유 전 장관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불과 12일 만이었다. 이 의원과 유 전 장관 모두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이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각각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심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발 빠른 내부 교통정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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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사진=일요시사 DB>


박 대통령은 유 전 장관에게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되길 바란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선거중립 훼손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청와대와의 교감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제주도지사 선거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무소속이던 우근민 현 제주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을 적극적으로 회유한 후 원희룡 전 의원과 우 지사의 교통정리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 지사는 지난 1월 새누리당 제주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입당 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나니 제주예산은 한 푼도 깎이지 않고 오히려 100억원이 늘었다고도 말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원 전 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주도지사 경선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를 것을 결정하자 반발하던 우 지사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서청원 의원 등을 잇달아 만난 뒤엔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오히려 원 전 의원을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역시 출마 선언 후 불과 2주 만에 돌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후 정 의원은 갑자기 당내에서 차기 국회부의장 또는 차기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계이다. 강길부, 김기현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울산 중진의원 모두가 울산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되자 청와대의 교통정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처럼 발 빠른 교통정리에 지방선거를 둘러싼 박심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나같이 청와대 개입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앞뒤 정황을 놓고 보면 믿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출마 선언 후 불과 2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 누군가의 압박, 아니 명령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배후조종자가) 박 대통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새 판짜기

청와대 개입설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실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할 당시 크게 반발하던 김성회 전 화성갑 의원은 갑자기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 의원을 지지하고 나선다.

이후 '보은인사설'이 불거졌지만 청와대와 김 전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박 대통령은 보란 듯이 김 전 의원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비전문가인 김 전 의원이 난데없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보은인사라는 반발이 거셌지만 박 대통령은 임명을 밀어붙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각 지역 당원 표심에는 박심의 향배가 결정적이다. 때문에 각 후보자들이 박심을 잡기 위해 자가발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지방선거 승리에 눈이 멀어 선거중립의 의무를 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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