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조희준' 비리공판 지상중계

한국뉴스


 

'조용기-조희준' 비리공판 지상중계

일요시사 0 1212 0 0



▲좌측부터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

목사님 부자 모른척…'네탓' 타령만

[일요시사=사회팀] 아버지는 아들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아들은 아버지의 비리를 폭로했다. 조용기 목사 일가의 150억원대 배임 및 탈세 재판과 관련해 양측의 진실게임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됐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이번엔 부자가 합심해서 '며느리(아내)'를 공격하는 형세다. 돈과 사랑, 배신이 얽힌 이들의 '막장 치정극'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57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 및 탈세)를 받고 있는 조용기·조희준 부자의 6차 공판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 심리로 열렸다.

책임 떠넘기기

이날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각각 침통한 얼굴로 법정 중앙에 있는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리고 이들 부자와 함께 방청객으로 배석한 30여명의 교인들은 공판 마지막까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조 목사는 아들 조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회사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시가보다 3∼4배 비싼 가격에 매입하면서 교회에 15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서 조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 25만주는 형식상 영산기독문화원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영산기독문화원의 실소유주가 조 전 회장이므로 조 목사의 주식 매입은 부자 간의 사적인 거래로 의심받고 있다. 그리고 조 목사 부자의 수상한 거래에 동원된 문제의 회사가 바로 넥스트미디어홀딩스(이하 NMH)다.

NMH는 패션지 <엘르>와 경제지 <파이낸셜뉴스> 등 10개 남짓한 계열사를 두고 있는 지주회사다. 검찰은 NMH의 대주주였던 조 전 회장이 NMH 임직원들에게 지시해 주식 매도 등 영산기독문화원의 재산 처분과 관련한 실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조 전 회장이 영산기독문화원 청산을 준비할 당시 NMH 대표이사로 있었던 이가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다. 앞서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및 양육비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조희준의 아들을 낳았으나 2004년부터 (약속한) 지원이 끊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NMH의 대표이사였던 그는 조용기 부자의 부당 거래 내막을 알고 있는 '키맨'으로 통했다. 때문에 재판부는 차 전 대변인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6차 공판 당일 차 전 대변인은 수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판 당일 재판부는 차 전 대변인의 증인 출석 시간을 오후 3시로 공지했다. 이에 재판장은 크게 술렁였다. 조 전 회장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듯 했고, 조 목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조금 상기된 얼굴의 차 전 대변인이 증인석에 앉았다. 정갈하게 묶고 나온 머리는 재판에 응한 그의 의지를 대변하는 듯했다. 선서와 함께 차 전 대변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법정 가득 울렸다. 법정 한가운데 차폐막이 설치됐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차 전 대변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수군대는 방청객들을 뒤로하고 차 전 대변인의 본격적인 신문이 시작됐다.

먼저 검찰은 차 전 대변인에게 조 목사 부자를 알게 된 경위를 물었다. 그러자 차 전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2001년 차 전 대변인이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기 조 목사는 당시 영부인이었던 이희호 여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종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차 전 대변인은 이 사실을 이 여사에게 알렸다.

같은 해 차 전 대변인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부터 '조 전 회장(당시 회장)을 정몽구 현대산업개발 회장 옆자리에 앉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차 전 대변인은 부탁을 들어줬고, 이를 계기로 둘은 특별한 사이가 됐다. 2002년 청와대에서 퇴직한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NMH 대표 이사에 취임했다.

그런데 차 전 대변인은 NMH가 부실회사였다고 주장했다. 현금은 달랑 5000만원 밖에 없었고, 부채는 무려 1000억원에 육박했다는 것. 당시 차 전 대변인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만나 행사 명목으로 25억원을 빌리는 등 재무 개선을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NMH의 최종 결정 권한은 어디까지나 조 전 회장에게 있었다는 게 차 전 대변인의 주장이다. 그는 "난 대표이사였지만 업무실도 없었고, 조 전 회장은 게스트룸을 업무실로 쓰고 있었다"며 "NMH의 진짜 오너는 조 전 회장이었다"고 강조했다.

불법 주식거래 두고 차영 증인 출석
친자확인 소송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

하지만 조 전 회장 측은 "NMH의 의사 결정 권한은 차 전 대변인에게 있었다"고 반박했다. 앞선 공판에서 조 전 회장 측은 "영산기독문화원 청산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책임자는 차 전 대변인이었으며, 차 전 대변인에게 청산을 지시한 사람은 조 목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 전 대변인은 "조 목사가 내게 (아이서비스) 주식 매입 등을 지시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차 전 대변인은 "내가 알기로 영산재단(영산기독문화원)은 사무실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였고, 한 임원이 영산재단을 일컬어 '폭탄'이라고 했던 것만 기억한다"며 "하지만 다른 회사(영산재단) 일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우리(NMH) 직원들로부터도 별도로 보고 받은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차 전 대변인에 따르면 조 목사 부자의 수상한 주식 거래는 당시 집사격인 박모 영산재단 이사장이 실무를 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재판에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린 그는 차 전 대변인에게 '조희준 회장님과 조용기 목사님이 서로 얘기가 잘 돼 교회가 (재단)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이사장이 다른 직원을 시켜 작성한 매입제안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실무자이자 조 목사의 대리인격인 김모 장로에게 전달된 것으로 차 전 대변인은 증언했다.

하지만 박 이사장 측은 "매입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에 차 전 대변인이 개입했다"는 논리를 폈다. 조 목사 측 역시 "(조 전 회장 주도로) 재단 청산 계약을 맺던 날 차 전 대변인이 동행한 사실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차 전 대변인의 책임 사실을 물었다.

몸통은 누구?

그러자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이 자신을 회유해 배임 사실을 덮어씌우려 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의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한 적이 있다. 조 전 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부탁했기 때문.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차 전 대변인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조 전 회장을 궁지로 몰았다.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격이었다.

한편 조 전 회장과 나란히 앉아있던 조 목사는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공판 시작 2시간 만에 퇴정했다. 조 목사가 초점 없는 눈으로 법정 밖을 나설 때 조 전 회장은 허공을 응시하며 조 목사를 외면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준-차영 친자 소송은?

"조용기가 손자 맞다 인정"

이날(2일) 공판에서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조용기 일가가 조 전 회장을 위해 거짓 증언을 종용했다"며 "조 전 회장은 언론사 기자를 불러 '차영 아들은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전국에 광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차 전 대변인은 "조용기 목사가 이미 내 아들을 자신의 손자라고 인정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은 "육체관계는 맺었지만 결혼은 약속하지 않았으며, 아이의 존재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친자확인 소송은 조 전 회장이 유전자 검사에 응할 경우 진실이 곧 드러날 전망이다. <석>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