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사 '박근혜 공범론'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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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특사 '박근혜 공범론'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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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짜고 치는 '밀당'에 속지 마세요"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측근 구하기가 결국 강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연이은 경고에도 이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거침이 없었다. 비난 여론은 이 대통령에게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사면권 남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던 박 당선인이 사실상 특사 결행을 묵인, 또는 협조한 정황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논란에서 과연 박 당선인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면을 추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며 제기되기 시작한 '측근 사면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복절 60주년 경축사에서 자신의 임기 내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사면설이 불거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비판여론이 형성됐지만 이 대통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떠오르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고(?)'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힘쓰는 이명박
기죽은 박근혜

이 대통령 측은 이날 단행한 특별사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질은 측근들을 구하기 위해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스스로 무너뜨려버린 몰염치한 사면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 측은 이번 특사에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제외, 사회 갈등 해소 등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사 대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특사에 포함된 조현준 효성 사장의 경우 이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다. 법적으로는 인척관계가 아니라지만 사돈을 인척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사촌형이다.

조 사장은 작년 9월 회사 자금으로 미국에서 개인용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천여만원을 선고 받았다.


뻔뻔한 측근 구하기 "사면 아닌 집단 탈옥"
"진짜 구할 사람은 안 구하고" 노동계 망연자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의 경우는 각각 파이시티 로비 건으로 2년6월과 세무조사 무마청탁 건으로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권력형 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이들이 비리와 연루된 것은 이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들 사례는 그동안 언론에서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례로 수차례 거론돼왔다.

또 이해수 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 의장의 경우 직원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국제교류 실적을 허위로 만들어 부산시로부터 억대의 보조금을 타낸 혐의(횡령 및 사기)로 지난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이번 사면에서 노동계를 대표해 사면대상이 됐다. 정작 노동계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파업 등 투쟁과정에서 구속돼 있지만 이번 특사 대상에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특별사면 가장한
초법적 집단탈옥

이처럼 이 대통령의 이번 특사는 측근과 정권의 코드에 맞는 보수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요약된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면을 '집단탈옥'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형기를 거의 다 채운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일부 야권 정치인도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끼워 넣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 중 핵심으로 꼽히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천신일 회장의 경우는 형이 확정된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시행된 초고속 사면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거세다. 판결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면됐다는 것이다.

또 두 사람은 짧은 수감생활 중 상당기간을 병보석으로 외부 병원에서 보냈다. 그러다 사면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후에야 황급히 감옥으로 돌아갔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말 특별사면을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이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이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은 스스로 정하고 내뱉은 원칙을 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안의 심각성 때문인지 박 당선인 측은 사면 발표 직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선 긋기에 나섰다. 공동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박근혜 정권은 자칫 출범도 하기 전에 도덕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 당선인은 이날 발표가 있기 전까진 "취임식 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특별사면과 관련한 입장표명을 피해왔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 특사설이 불거진 후 약 두 달 가까이 침묵을 유지하다 지난달 26일에서야 이 대통령의 측근 특사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 당선인은 이후 몇 차례 더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실제로 특사를 막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선 긋기를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특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박 당선인이 충돌하고 있는 것은)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크게 증폭됐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말에 측근들을 사면시키는 실익을 얻으면서 모든 비난을 자신이 감수하는 한편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를 강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해 명분을 얻기로 사전에 양자가 양해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 역시 이미 박 당선인을 이번 특사의 '공범'으로 지목한 상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민들 앞에서는 마치 양측이 심각한 충돌이라도 할 것처럼 으르렁 거렸지만, 그 내부를 잘 아는 이동관 전 수석의 이 발언은 이번 사면이 '짜고 치는 밀당'이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인시켜주는 발언"이라며 박 당선인 측과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했다.

신구 권력 충돌?
신구 사면 담합?

실제로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를 사실상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 문제를 두고 이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박 당선인이 특사 문제와 관련해 취한 행동은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인 의사를 몇 차례 피력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여권의 한 인사까지 "이 대통령이 특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면 박 당선인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박 당선인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20여 일 뒤면 권력의 최정점에 오를 당선인 신분으로서 내놓을 카드가 논평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사실상 묵인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며 "정말 막고자 했다면 최소한 박 당선인이 직접 이 대통령을 만나 적극 설득하는 노력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 말로만 특사 반대? "사실상 묵인한 것"
이번 특사로 양쪽 모두 실리 얻어 '남는 장사'

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도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서 전 대표는 2008년 총선 때 친박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총선을 20일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만들었고, 예상 밖 돌풍으로 14석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5월 총선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 3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이 확정돼 구속됐었다. 서 전 대표 사면문제는 현 정부 임기 내내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를 통해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된 셈이다.

이 대통령의 특사 발표와 같은 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사퇴도 일종의 여론 무마용 '물타기'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총리후보자 사퇴와 같은 중차대한 일을 박 당선인과 논의도 없이 결정했을 리가 없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박 당선인과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됐을 것이고 하필 이 대통령의 사면 발표일과 같은 날로 사퇴시기를 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 발표와 같은날 이뤄진 김 후보자의 사퇴로 여론의 시선은 크게 분산됐다.

총리후보 사퇴
여론분산 성공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인사는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오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 대통령 측근을 구해내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지만 사면권의 남용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은 곧 대권을 거머쥘 인물로 이 같은 부당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을 의무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박 당선인 또한 이번 특사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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