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하나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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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②하나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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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 갖는 국민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뭉쳐야 산다’ 통합만이 살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당선의 기쁨은 잠시뿐이다. 19대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현안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이끌어야 한다. 가장 첫손에 꼽히는 것은 ‘통합’. 선거 기간 동안 분열됐던 민심을 하나로 추스르는 일이 급선무다. 국민 통합 없이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7월 전국 중고생 6653명을 상대로 진행한 ‘청소년의 세대문제인식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2.1%가 한국 사회의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세대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지역갈등(57.9%)과 다문화갈등(71.9%)의 심각성을 지적한 비율보다 높았다.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비율도 66.6%에 달했다.

화합의 시대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노태우 대통령을 탄생시킨 13대 대선부터 일부 유권자들의 선택은 ‘지역’에 매몰돼 있다. 특정지역서 특정 후보를 향한 몰표가 쏟아지거나 특정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일은 선거에서 일종의 ‘공식’처럼 작용했다.

텃밭, 표밭, 집토끼 등의 용어가 나온 배경도 지역과 무관하지 않다. 몇몇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타파하려는 시도로 남의 텃밭에 가서 표를 달라 요청하는 일도 있었지만 성공을 거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지역감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전파되고 유권자들의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지역갈등은 선거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후 그 자리를 메운 게 세대갈등이다. 세대갈등은 어느새 사회 구조적인 부분에까지 분출되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탄핵·장미대선으로 국론 분열
임기 시작후 첫 과제는 ‘통합’

세대갈등은 최근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서 가장 극렬하게 드러났다.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둘러싼 찬반 다툼이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과 민간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촛불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을 포함해 전국 각지서 촛불 행렬이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크게 타올랐다. 촛불집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등을 외치며 사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목소리를 요구했다.

반면 태극기 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위해 뭉쳤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탄핵 무효’ 등을 주장하며 촛불집회와 각을 세웠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수가 늘어나는 등 탄력을 받자 광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두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매주 1만명 이상 동원됐다.

탄핵 찬반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시간이 갈수록 진영·세대 간 갈등으로 치달았다. 촛불집회에 20∼30대 젊은 층의 참여가 많았던 것과 달리 태극기 집회에는 60∼70대 노년층의 호응이 많았던 게 대표적이다.

청년층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노인을 가리켜 ‘틀딱(틀니 부딪치는 소리란 뜻으로 노인들을 비하한 표현)’이라 부르며 조롱했고, 노년층은 촛불집회에 참가한 20~30대들에게 “젊은것들이 나라를 망치려 든다”며 훈계했다.

 


▲ 탄핵 반대 집회 갖는 사람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월28일∼3월2일 탄핵 심판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대 간 분열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19∼29세 92%, 30대 95%, 40대 89%가 탄핵에 찬성한 반면 60대 이상에선 탄핵 찬성 응답이 50%대로 뚝 떨어졌다. 또 60세 이상에선 탄핵 반대 응답 비율이 39%까지 치솟는 등 세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세대 갈등의 원인으로 진보·보수 등 진영 논리보다는 경제 불황을 꼽았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대결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됐다는 시각이다. 청년들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중년층 역시 충분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현재보다 더 긴 경제활동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결국 세대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경제가 회복되고 청년실업이 완화되면 세대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서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대 간 일자리 갈등’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1.6%는 세대 갈등 고조의 원인으로 ‘정부 책임’을 꼽았다.

지역갈등보다 세대갈등 심화
경제 문제 해결돼야 풀릴 듯

이처럼 국론 분열이 심화되자 각계각층에선 통합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후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은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사회통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의 큰어른들은 “이제 나라 사랑의 큰마음으로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화합해 국가를 안정시켜야 한다”(조계종 자승스님), “우리 모두가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의 공동선 추구와 국론 통합”(염수정 추기경) 등 사회 통합 메시지를 내고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애썼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문을 낭독한 이정미 전 헌재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우리는 내부적 갈등과 분열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서 겪는 진통”이라고 표현했다.

19대 대통령은 각계각층서 쏟아진 통합과 소통에 대한 요구를 이어가야 할 책무가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51.6%)이 ‘통합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선 과정서 쪼개진 국론을 다시 모으는 게 그 어떤 과제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요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초기 100일이 새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 보고 있다.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과 국민적 기대를 바탕으로 국정 개혁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총선으로 구성된 여소야대라는 현실적 제약이 새 대통령의 리더십을 검증할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더십 절실

원로 법조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서 “다수결만 생각한다면 51%의 독재에 불과하다. 나머지 49%의 국민들도 아울러 가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지도자가 어느 한 편을 위해 정치를 하면 불행한 사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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