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나쁜 불륜커플 '풀스토리'

한국뉴스


 

억세게 운 나쁜 불륜커플 '풀스토리'

일요시사 0 2291 0 0


죄짓고 못 산다더니…공소시효 25일 남기고 덜미


[일요시사=사회팀] 15년 전 남편 명의로 된 보험금을 노리고 내연남과 함께 전 남편을 둔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여성이 공소시효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경찰에 붙잡혔다. 25일만 더 버텼다면 조용히 보험금을 타먹으며 지낼 수 있었지만 결국 꼬리가 잡혀 죗값을 치르게 됐다.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1998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만취한 남편의 머리와 얼굴 등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꾸민 혐의로 신모(58)씨와 내연남 채모(63)씨를 지난달 구속했다. 이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를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사고 위장

1997년 9월 강씨와 이혼한 신씨는 이혼하기 5년 전인 1992년부터 남편 몰래 개인택시업을 하는 채모씨와 내연관계였다. 신씨는 채씨를 보증인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 1억원이 넘었다. 은행으로부터 채무변제 독촉이 들어오자 이들은 범행을 모의했다. 신씨는 1997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강씨 명의로 보험 3개를 몰래 가입했다. 휴일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고액의 보험금을 받는 조건이었다.

사건 발생 전날 신씨는 “채씨와의 관계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이미 이혼한 강씨를 불러냈다. 그리고 1998년 12월 신씨는 이혼한 전 남편 강모(당시 48세)씨를 채씨 소유 그랜저 차량에 태워 군산시 외곽 매운탕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술을 마셨다. 강씨는 만취했다. 이 시각 채씨는 신씨 소유 프린스 차량을 몰고 인근 야산에 와 있었다. 신씨와 강씨가 음식점에서 나와 그랜저에 타자 채씨는 미리 준비한 둔기로 강씨의 머리를 여러 번 내리쳐 결국 살해했다.

신씨와 채씨는 숨진 강씨가 몰던 프린스 운전적으로 강씨 시신을 앉혔다. 그리고 야산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시동을 켠 채 약 2km 떨어진 돼지농가를 향해 차를 내려보냈다. 타살이 아닌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함이었다. 숨진 강씨의 차량은 다음날인 오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신씨와 채씨에게 혐의를 두고 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주변 사람들과 짜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이렇게 미궁으로 빠졌고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경찰은 단서를 잡고 재수사에 들어갔다.

신씨는 일명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였다. 올해 8, 9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수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보험금 수령 기록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의 신고로 사기 혐의로 붙잡힌 신씨는 전북 군산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해당 보험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도 이 내용을 알려줬다. 상습 보험사기는 숨겨진 추가 범행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는 경찰과 정보를 공유한다.

15년 전 내연남과 보험금 노리고 남편 살인
증거 없어 미제로…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

사건을 살핀 서울경찰청 강력계 장기미제전담팀은 신씨가 15년 전에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기록을 발견했다. 1998년 12월20일 오후 11시 반경 강씨는 전북 군산시 지곡동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적에 있던 강씨의 시신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8%였다. 소주 3병을 마신 수치다.

사고 석달 전 강씨는 아내 신씨와 이혼했지만 사망보험금 수령자는 모두 신씨였다. 게다가 신씨는 내연남 채모씨와 사귀고 있었다. 경찰은 신씨와 채씨가 공모해 강씨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냈을 것으로 의심했으나 이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신씨의 딸은 “사고 시각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고 채씨의 주변인들도 “채씨는 그때 우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둘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사건은 미제 타살사건으로 종결됐다. 신씨는 사건 3년 뒤 보험사와의 민사소송 끝에 사망보험금 약 1억원을 수령했다.

장기미제전담팀이 이 사건 무혐의 처리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전담팀은 재조사를 서둘렀다. 신씨가 보험금을 수령해 미리 준비한 자녀들의 계좌에 나눠 이체한 사실을 알아냈다. 보험 가입 서류의 강씨 서명은 신씨의 필적이었다.

알리바이를 진술했던 참고인들은 전담팀의 끈질긴 설득에 “당시 신씨와 채씨가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15년 전 채씨가 자기가 사람을 죽였고 2억원이 생긴다고 말했다”는 참고인의 진술도 확보했다. 사고 시각에 어머니와 같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신씨 딸이 그 시각에 집전화로 어머니의 무선호출기(삐삐)에 호출한 기록을 찾아냈고 결국 딸도 허위 진술이었다고 실토했다. 전담팀은 공소시효 만료 불과 25일 전인 지난달 24일 채씨와 신씨를 구속했다.

조사 결과 신씨는 남편의 사업이 망한 뒤 채씨와 가까워지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남편 강씨 앞으로 3개 보험사에 5억75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당일 오후 7시경 남편을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뒤 채씨를 불렀다. 채씨는 승용차 안에서 차량공구로 만취한 강씨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내려쳐 죽인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둘은 범행 한 달 전 범행 장소를 여러 번 답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신씨와 채씨는 범행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보험금은 모두 신씨의 몫이 됐다. 최근 신씨가 저지른 보험사기가 아니었다면 15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묻힐 뻔했다.

드러난 진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은 7만 1930건이다. 이 중 살인은 11건, 강도는 25건, 강간은 33건이다. 올해는 1월부터 8월 사이 6846건의 범죄가 미제사건으로 종결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소시효 없는 범죄는?

공소시효는 범죄행위 종료 후 그 범죄 혐의자의 도피 등으로 인하여 검사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 국가의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이 공소시효는 모든 범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2010년 4월에 살인, 강도살인 등 12가지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또한 독일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나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영국도 계획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형법상의 내란죄,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 이적죄의 경우는 공소시효 적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만 13세 미만 아동,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 또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아직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광>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