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기 블랙홀' 빠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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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석기 블랙홀' 빠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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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종북 주홍글씨'

[일요시사=정치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의 후폭풍이 민주당을 강타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던 민주당에 책임론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나섰고, 이 같은 종북 논란은 민주당 내부의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과연 민주당은 '이석기 블랙홀'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의 후폭풍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처리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체포동의안이 89.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제기한 책임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좀처럼 '이석기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내부갈등

새누리당은 이석기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연일 민주당의 '원죄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이 참여정부 시절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고, 이후 지난해 총선 당시 이뤄졌던 야권연대를 발판으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골자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민주당 원죄론'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국정원 개혁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이번 공안사건을 신종 메카시즘 광풍으로 몰아가려는 조짐과 의구심이 있다"며 "더이상 야당 음해와 정쟁을 유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석기 책임론'을 새누리당의 억지주장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통합진보당은 (종북세력을) 자체 정리하지 못하면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면서 "민주당도 낡은 진보세력과 연대한 게 불찰이었다면 '앞으론 당당히 걸어가겠다'는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4선의 김영환 의원도 "제 발로 서지 못하고 연대와 단일화에만 목맨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진보당을 원내에 불러들인 민주당도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최근 이 의원의 제명안이라는 새로운 카드도 들고 나와 민주당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전체가 한명도 빠짐없이 동의해 제출한 이석기 제명안은 민주당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민주당은 내란음모·여적죄가 아직 입증된 것이 아니라며 1심 판결이라도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의원을 감싸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이 커지고 있어 부담스럽다.

당장 10월 재보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종북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거의 판세는 민주당에게 무척 불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새누리당이 제출한 이석기 제명안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당내 종북세력의 꼬리를 잘라내야 한다"며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조 최고위원은 또 "이석기 제명안에 한치의 미적거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석기를 옹호할 의도로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있으면 빨리 커밍아웃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책임론 놓고 친노-비노 첨예 대립
보수단체 민주당 지역사무실 습격하기도

이 의원의 제명안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지도부 방침에 엇박자를 내고 공개적으로 제명 문제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다음날 성명서를 내고 조 최고위원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최고위원은 수십년 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민주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당 지도부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특히 조 최고위원의 '커밍아웃' 발언에 대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천박한 인식과 철학을 보여주는 한심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석기 사태가 민주당 내부 갈등으로 번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친노 비노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 사태로 꼬일대로 꼬인 새누리당과의 관계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과 관련, '민주당의 죄가 이석기 의원의 죄보다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귀가 의심스럽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 9월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자신의 체포동의안 처리 직전, 신상발언을 위해 단상에 서서 착찹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홍 사무총장의 이날 발언은 "국정원의 죄가 이석기 의원의 죄보다 크다"고 꼬집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겨냥, "국민들은 민주당의 죄가 이석기 의원의 죄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한 것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석기 사태를 놓고 각을 세우면서 민주당의 국회 복귀는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1년 가까이 끌어온 국정원 대선개입 이슈도 흐지부지 잊혀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다시 국정원 대선개입 이슈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론의 관심은 멀어진 지 오래다.

당장 신기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원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7일에는 대전에서 국정원 개혁촉구 결의대회까지 열었지만 좀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석기 사태의 후폭풍으로 국정원의 국내파트 해체를 요구하는 민주당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여론까지 크게 늘어나 국정원 이슈를 끌고 갈 동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백색테러까지

이 같이 악화된 여론을 반영하듯 최근엔 민주당을 향한 보수단체의 테러까지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지난 6일 "보수단체들의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위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보수단체들은 민주당이 국민결의대회를 할 때마다 인접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고출력 확성기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모 단체는 의원실마다 '비상계엄령 선포'를 촉구하는 황당한 내용의 팩스문를 보내기도 했다"며 사례를 열거했다.

배 대변인은 "급기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라는 단체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역사무실을 급습해 '종북이 아니라면 확약서를 쓰라'는 억지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하고, 사무실 직원들을 협박하는 사태까지 벌이고 있다"며 "벌써 12곳의 지역사무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보수단체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지원금 삭감 등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혀 보수단체와 민주당 간의 대립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은 이석기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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