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주식회사 일본’ 초토화..제조산업 ‘車·철강·화학’직격탄
전기·도로·항만 피해 확산...경제피해 장기화 우려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일본의 제조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도호쿠(東北)지역을 휩쓴 대지진은 자동차·철강·전자·반도체·석유화학 등 일본 제조업에 전방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원전(原電)사고로 인해 일부 지역은 전력 공급까지 끊겨 차질을 빚고 있는 것. 동북 해안 지역 항만·도로·철도 등 물류 시스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거미줄처럼 짜여 있던 '주식회사 일본'이 가동 중단 상태로 빠져들었다.
특히 지진 피해가 집중된 미야기현(縣) 일대는 태평양에 면해 있으면서 도쿄·오사카에 비해 인건비가 싼 지역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도요타는 지역을 주력 수출기지로 육성하면서 완성차 조립 공장뿐 아니라 핵심 부품공장 수십 개를 건설 중이었다.
또한 항만을 통해 수출 물류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제조업·항만시설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 사실. 이 때문에 미야기현이 일본 경제(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지만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日 주력 산업..車·철강·화학 공장까지 가동 중단
현재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의 '자동차 빅3'를 포함, 일본 12개 전체 자동차 메이커가 14일 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도요타 경우 이와테·미야기 등 2개 공장이 지난 11일 지진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 두 개 공장은 도요타의 국내 생산(연 320만대)의 13%인 연 42만대 생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자·반도체 공장들도 피해가 많았다. 소니는 6개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으며, 반도체 회사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아오모리 공장과 도시바의 이와테 공장도 가동 중단 됐다.
전자부품회사인 TDK는 아키타·야마가타·이와테 등 4개 현에 있는 13개 공장 가동도 멈춰섰다. 이들 업체는 애플·삼성전자 등에 휴대폰용 각종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서 세계 전자업계에 연쇄적인 부품 조달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
또한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JX닛폰오일의 센다이·가시마 공장, 이바라키현의 미쓰비시화학, 미쓰이화학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으며, 코스모석유 이치하라 정유 공장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스테인리스 원료인 페로니켈의 일본 내 1위 업체인 태평양금속도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와테현 신일본제철이 침수로 조업 중단됐으며, 이바라키현의 스미토모금속 공장도 멈춰 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학·제철·금속 기업의 생산품은 다른 산업 분야의 원·부자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연쇄적인 산업 피해가 불가피 하다는 것.
거미줄처럼 짜인 전기·도로·항만 피해 확산...물류 대혼란
거미줄 짜여진 일본의 물류망이 이번 지진으로 초토화 됐다. 전기·도로·항만 등 산업 기반 시설의 피해가 더 큰 문제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14일부터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계획 정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 정전은 이 회사가 생긴 195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철도, 도로 등 물류망도 도호쿠지역뿐 아니라 도쿄 외곽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공장 설비를 수리하더라도 원료와 부품, 장비 조달이 제때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야기현 게센누마항은 항구 전체가 불에 탔다. 후쿠시마현 소마·하라마치(原町)항, 후쿠시마현 오나하마(小名浜)항에서는 선박이 충돌하면서 항만시설도 마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