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둘러싼 ‘TK·PK 전쟁’ 전모
신공항 입지 전쟁 이후 ‘우린 남인기라’
친이·친박 계파 허물고 ‘지역 계파’ 새롭게 형성
대구·경남 출신 ‘밀양’, 부산 출신 ‘가덕도’ 주장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서는 현재 신공항 유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밀양과 가덕도 곳곳에는 자극적인 문구가 뒤섞인 수천 장의 현수막과 팻말이 뒤덮여 있다고 한다. 밀양 유치를 주장하는 경남·포항·경주(거점지구), 대구·울산·경북(가능 지구) 등 6개 시·도와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부산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벼랑 끝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과도한 유치 열기는 ‘지역 내 반대’를 외친 시민을 시장이 폭행하는 촌극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동남권 (신공항)은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할 것이다. 법을 무시하고 용역 검토가 나오기 전 정치적으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법적으로 진행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해 상반기 중 문제가 종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총리도 한 수 거들었다. 김황식 총리는 지난달 22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갈등 현안에 대해 “주민들이나 주민과 이해를 같이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자제하고 절제해 달라”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정치권의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올 상반기 내 원칙적으로 정리하겠다”면서 “이들 현안은 조금 기다려 줄 문제다. 지역 간 갈등과 대립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해결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영남 정치권은 유치 총력전에 불붙은 모습이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이미 대다수의 영남권 관계자들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과열 경쟁을 가라앉히기 위해 의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안상수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주재한 시·도당위원장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과학벨트와 신공항 문제 때문에 시·도에서 너무 예민하게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분위기가 격앙돼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 지나치게 격앙되면 민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도지사나 시·도당위원장은 너무 (갈등을) 유발하거나 조장하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합리적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정부에 맡기고 주민들에게 결과를 기다리자고 말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정치권이 동남권 신공항 논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소속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의 관련 집회 참석에 제동을 걸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안형환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일부 영남권 의원은 큰 틀에서는 동의했지만 세부 각론에서 이견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집회 참여 자제에 대해 일부 의원은 어렵다고 하다 결국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가급적 자제키로 의견은 모았지만 흔쾌하게 동의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안 대표가 자제 발언을 공개적으로 설파한 이유는 지난 달 소속 의원들의 공개 설전 파장이 오래간 지속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9일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남 밀양 조해진 의원과 부산 남구갑 김정훈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움직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서도, 각각 자신의 지역구가 동남권 신공항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계파를 넘어 TK 지역의 주호영·정희수 의원도 조 의원과 함께 밀양 유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PK 지역의 김세연 의원 등은 김정훈 의원의 주장에 외곽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조 의원은 “동남권 중 경남, 경북, 울산, 대구 4개 시도의 주민들이 밀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호남에서도 공개적으로 지지를 해주고 있다”면서 “밀양을 지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밀양은 창원, 울산, 포항, 구미, 대구 등 주변 공업 도시에서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하고 공사 비용도 가덕도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면서 “밀양은 (공항건설비용이) 8~10조 정도 예상되고 가덕도는 매립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14~16조 정도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영남, TK-PK로 갈려
이에 김 의원은 “가덕도는 해안 공항이기 때문에 주위에 민가나 산이 없어 소음 문제나 안전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지”라면서 “가덕도 바로 옆에는 부산 신항이 있기 때문에 항만, 항공 물류 거점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대구에서 밀양으로 가는 시간과 가덕도로 오는 시간도 20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국토연구원이 공식 발표를 했는데 정부에서 발표한 것을 다르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공항 입지를 해안선 쪽으로 조금 옮기면 수심이 18m에서 14m로 얕아져 밀양보다 거의 3조원 이상 절감된 7조원대에 공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