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미팅’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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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세태> ‘새마을 미팅’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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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떼로 다니며 짝찾기 프로젝트


[일요시사=사회팀] 2012년 대한민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솔로대첩’. 지난해 말에는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거리 미팅, ‘마치콘’이 한국의 정서에 맞게 새마을 미팅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청춘남녀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일석이조’행사로 호응을 얻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지난달 21일. 젊음의 거리 신촌에 수백 명의 청춘남녀가 모였다.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이하 새미프) 때문이다. 새미프는 20∼35세의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미팅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에서 착안한 새미프는 침체된 상권을 활용해 대규모 미팅을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삼포세대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는 홍대, 압구정, 안양 등을 거쳐 벌써 7회를 맞이했다.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초록색 천막 앞에는 행사장을 미리 찾은 수십 명의 남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짝을 찾겠다는 각오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활짝 폈다. 인터넷 홍보물을 보고 온 참가자부터 친구의 권유를 받거나 신청한 친구 대신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 이모(25세, 대학생)씨는 “원래 다른 친구가 신청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급한 사정이 생겨서 참가를 못한다고 연락받았다. 그래서 친구 대타로 나왔다”며 참가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란 헤어스타일의 남성 참가자 유모씨(25, 직장인)는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말 안 해도 모든 분들이 (미팅행사에 왜) 나왔는지 알 거다”며 웃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팅 장소로 지정된 ‘맛집 탐방’에 참가의의를 두기도 했다.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인터넷 보고 (새미프에 대해) 알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친구랑 신청했는데 참가비가 조금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미프 관계자의 소개를 받고 참가한 남성 참가자 김모(23세, 예비군)씨는 “참가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식당도 많이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거리 미팅 ‘마치콘’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

이 날 행사 본부 앞에서는 이성을 만나기 전 동성끼리 친해져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인1조로 이동해야하는 새미프 규칙에 따라 간혹 혼자 신청하는 참가자에게는 행사 전날 동성 친구가 정해진다. 홀로 신청한 박모씨(24세, 대학생)는 짝으로 정해진 정모(24세, 24세, 직업군인)씨를 처음 만났다. 박씨는 “(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다”며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2인 1조 규칙에
남성 소개받기도

 
본격적인 미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30분 전, 운영본부에서는 주황색의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임을 확인하는 손목밴드와 함께 제공된 청춘지원물품 쇼핑백에는 연극권, 화장품, 렌트카 이용권, 피부샵 할인권 등이 들어있어 참가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선물이 들어있었다.




새미프의 ‘첫 가게 지정 제도(연령대에 따라 첫 미팅장소가 정해짐)’에 따라 운영본부에서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지정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 날, 13곳의 음식점이 미팅 장소로 지정됐다. 신촌 지하철역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이어진 미팅장소들은 치킨가게, 떡가게,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카페, 보쌈집 등 다양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각인 2시가 되자, 미팅 장소로 정해진 음식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 앞에는 남녀 참가자의 수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고, 초록색 옷을 착용한 새미프 요원들이 가게 안팎에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새미프 요원들 또한 싱글이 많았다는 것.

한 떡가게에서 만난 서포터즈 김사름씨는 “(커플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기 위해 (새미프 요원에) 지원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규민(27세, 대학생)씨 또한 대리만족하기 위해 지원한 새미프 요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건전한 청춘남녀 만남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가게를 살린다는 좋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 졸업하기 전인데, 대기업에서 하는 서포터즈랑 달리 작은 규모로 하니까 (내가) 참여할 기회도 많고 추억이 될 수 있어서 좋다”며 뿌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청춘남녀 외로움 달래고
지역상권 살리는 일석이조

새미프 요원들의 안내를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2:2 미팅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운영본부 앞에서 시끌벅적하게 웃던 모습과 사뭇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 만남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이 있는가하면 긴장한 듯 보이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들은 어색함을 깨고자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화주제는 다양했다.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 이야기부터 취미, 최근 개봉한 영화 등이 주를 이뤘다.

짝 없는 아쉬움
음식으로 달래

행사가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첫 미팅장소를 떠나 다음 미팅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추운 겨울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청춘지원물품 쇼핑백 덕분에 복잡한 신촌거리에서도 쉽게 참가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초록옷의 새미프 요원과 손목밴드를 확인받고 가게를 입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길을 걷던 한 중년의 남성은 새미프 요원에게 행사에 대해 묻더니, 옆에 있는 아들에게 참가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새미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행사에 참여한 가게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이 날 행사에 참가한 ‘떡보의 하루’ 사장 조모씨는 “업체에서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며 “우리 지역 홍보도 될 거 같고, 행사가 재밌을 거 같아서 수익은 생각 안하고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촌닭한마리 유닭스토리’사장 이모씨도 “(새미프 참여가)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행사)시간이 2시부터 5시로 여유 있는 시간이라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인 그는 “나도 (남성 참가자로 참가)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가장 인기있는 미팅 장소는 스탠딩 바 형식의 카페였다. 카페 앞에서 놓여진 소망트리에는 “솔로탈출” “성인의 날에 남자친구에게 선물받기” “내년에는 새미프에 참석하기 싫어요” 등 참가자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종이들이 걸려 있는가 하면, 참가 취지와 달리 “다이어트” “어학연수 합격” “A+” “올해는 꼭 로또 1등” “부자되게 해주세요” 등 개인적인 소망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분당-홍대-압구정-신촌 코스
남녀만남·맛집탐방 한번에

행사가 무르익어갈 때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참가자들도 더러 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언짢은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있는 이성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앞에 앉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이전 식당에서 만난 남자분이 예의가 없어서 기분이 나빴다. 실수인지는 모르겠는데, ‘찾았었다’고 말하려는 걸 ‘쳐먹었다’라고 말하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성 참가자가 자리로 돌아오자 이내 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여성 참가자 구모(22세, 대학생)씨는 “(참가자들) 나이가 안 맞는 것 같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서른 살이던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 가게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5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식간에 가게는 정리됐다. 보통 참가자들은 3∼4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행사가 끝난 후, 첫 가게에서부터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는 권현민(23세, 대학생)씨가 “운이 좋아서 된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자, 상대 여성은 “(남자가) 재밌다. 마음이 잘 맞는다”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짝을 찾지 못한 권모(24세, 대학생)씨는 “꼭 짝을 찾으러 온 건 아니다. (짝을 찾지 못한 것에) 불만은 없다”며 태연하게 말하더니 이내 “그냥 (여성 분과) 이야기하다가 번호도 못 받고, 헤어질 때는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헤어졌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 참가자 대학생 이모씨도 결국 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음식을 먹으면서 한창 이야기하는데 남(성 참가)자가 ‘이만 일어날까요?’ 라고 말하더라”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 날 몇 커플이 성사됐는지는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행사가 끝난 이후, 새미프는 홈페이지 내에 있는 후기게시판을 통해 참가자들의 커플 성사여부와 소감을 듣는다. 신촌 습격 새미프에 대한 후기는 지난 26일까지 올라온 4개가 전부다.

그 중 20대 직장인이라 밝힌 한 참가자는 “한양도성 후기를 보면 걷기 이벤트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던데, 신촌은 그런 아기자기한 이벤트에 좀 무색했던 것 같다. 가게에 들어가서 미팅을 해도 안내받는다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이벤트를 빌어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을 마지막으로 2013년 새미프는 끝이 났다. 8차 새미프는 오는 2월15일 토요일 강남에서 5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마을 미팅’원조는?

‘새마을 미팅’의 원조는 일본의 거리 미팅인 ‘마치콘’이다. 거리를 의미하는 ‘마치’와 미팅을 의미하는 ‘고콘’의 합성어인 마치콘은 2004년 일본의 도쿄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 우쓰노미야시에서 시작됐다. 도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쓰노미야시의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치콘’이 등장했다. 

여성 4000엔(약 4만원), 남성 6000엔(약 6만원) 정도로 참가비를 내고 지정된 음식점을 돌며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새미프’와 유사하다.

현재 150만명 이상이 참가한 마치콘 덕에 지역 상권들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치콘 행사의 총괄담당자인 타케이는 마치콘의 인기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교제나 결혼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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