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플랜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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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플랜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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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판에 그려진 초(楚)와 한(漢)의 싸움에서, 장량(호는 자방)은 한나라 유방을 도와 초의 항우를 물리치고 나라를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유방과 함께 천하를 통일한 장량은 한자문화권에서 전략가 또는 참모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선견지명이 있는 인물로서 장량은 단순히 전투에 이기는 계책만 알고 있는 문신은 아니었다. 조조는 순욱을 얻었을 때 모사나 책사를 얻었다 하지 않고 장자방(張子房)을 얻었다며 연신 기뻐했다.

읍참명박(泣斬明博)? 임기 도려내며 개헌 추진?
자발적 임기 삭감⇒국민 감동⇒개헌 완성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개헌 단상’이라는 일련의 글들을 통해 개헌의 당위성을 피력해왔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개헌을 위해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라면서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 이 장관이 언급한 ‘골리앗’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침묵 모드로 일관해 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많은 논쟁거리를 가져온 해당 트위터 메시지는 얼마 뒤 삭제됐다.

‘골리앗’ 박근혜 아니다
기회 오면 만나고 싶어

1297731958-7.jpg 이 장관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성경에 골리앗 장군이 여자라는 얘기는 없었다”라면서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이 다윗의 형국에 놓여있고 개헌을 반대하는 장벽이 골리앗처럼 다가오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도 개헌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 않느냐”라면서 “미국에 갔다 와서 몇 번 (만남을) 타진했는데 별 대답이 안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 누구나 만나는 것이 특임장관 임무니까 개헌을 두고라도 기회가 오면 만날 생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개헌 추진이 정략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 “정치에 있어 어떤 계보가 개헌이나 다른 카드를 갖고 세를 결집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선진 헌법을 만들어 물려주겠다는 것이 정치적 의도라면 의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금년 1년은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는 이 정권의 마지막 기회”라며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안 하면 19대에도 못하고 20대에도 못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개헌 반대에 대해 “6개월간 의원들을 만나보니 개헌 반대 숫자는 여당이 더 많고 오히려 야당은 더 적다”면서 “지금 여야 간 정치 상황이 야당이 선뜻 개헌 테이블에 나오기 복잡하지만 정치적으로 잘 풀어지면 야당도 개헌 테이블에 나온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결국 이 장관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골리앗은 박근혜가 아니다 ▲박근혜도 국민적 공감대만 서면 설득 가능하다 ▲여당 내 반대가 더 많지만 진의 믿어달라 ▲야당도 대화 가능하다 ▲이번에 못하면 앞으로도 못한다. 우선 이 장관이 표현한 ‘골리앗’ 부분을 분석해 보면 이 장관 스스로 ‘인위적으로’라도 박 전 대표를 배제시킨 형국이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 안팎의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을 비롯, 개헌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전격적 제안이 필요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한 임기 삭감 문제도 검토해야 될 것이라는 주장도 흘러 나온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3개월 정도 임기를 줄이고 대통령 인수위 기간을 3개월 늘려, 인수위를 통해 개헌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거기서 나온 결론을 차기 주자에 바로 적용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봐도 좋을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접한 또 다른 당직자는 “대통령 본인께서 집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기도 했고 교회에 꾸준히 십일조를 봉헌해 온 분”이라면서 “임기의 일부를 사회에 헌납하는 방안도 다른 분들에 비해 덜 어렵게 결정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 개헌의 당위성을 진정 가지고 계시다면 임기를 삭감하는 ‘희생’이 있어야 상대 진영에서도 그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이같이 ‘엄청난’ 결정을 내리기만 한다면 개헌 앞뒤로 붙는 ‘정략적’ ‘음모’ 등의 수식어들을 떼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의 ‘임기 십일조’로 국민을 감동시키고 개헌 동력의 에너지를 받아 결국 박 전 대표와 야권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국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봉헌’이란 아이디어를 꺼낸 한 당직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통령이 임기 3개월을 사회에 헌납해 인수위 기간을 3개월 늘리고, 늘어난 3개월은 순수하게 개헌 관련 정책을 결론짓는 기간으로 정한다. 대선 예비 후보자들은 개헌에 대한 각자의 공약을 개발하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개헌을 추진하면 된다.

단, 대통령의 임기 삭감은 각 정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결정되면 총선 전 각 당 후보들과 개헌 관련 영수회담 수준의 집단 논의를 통해 개헌 가이드라인을 확정짓는다. 그렇게 된다면 대선은 내년 9월에 치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제안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고 또 대통령에게 감히 보고 드릴 수 있는 참모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그나마 가능성 있는 후보군을 꼽으라면 이재오 장관과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 정도”라고 말했다.

원칙적 개헌 반대자 없어
선진 헌법 물려주고 싶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이 장관이 표현한 ‘골리앗’을 따져 본다면, 골리앗은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될 수도 있고 골리앗을 치워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도 바로 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임기 삭감과 관련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전근대적 헌법을 수정해야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발언을 하게 된다면, 이를 통해 박 전 대표 측이 주장한 ‘국민적 공감대’ 부분을 큰 틀에서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혹여 이 장관 속내의 골리앗이 박 전 대표였다손 치더라도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결국 이 장관이 우려한 골리앗을 치워주는 효과를 얻게 된다. 여당 내 반대파들이 주장한 ‘진정성’ 문제도 일전 해소된다는 입장이다. 민주화 투사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도 본인 임기를 줄여서까지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은 없었다.

소위 말하는 ‘자기 희생’의 최초다. 여당 일부에서 제기하는 정치지형의 인위적 변화 시도 측면도 보다 빠른 정권 이양과 개헌 추진과정에서의 적극적 참여로 ‘임기 논의 이전’ 상황보다 좋아질 뿐 여권 비주류 입장에서는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주장이다.

개헌 안되는 이유 ‘국민 감동 X’
‘개헌 여행’ 추진하려면 결단 필요

야권에서도 야당 생활을 3개월 단축시킬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설령 정권을 획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개헌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의회 권한 확대를 통한 세력 증대를 모색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박지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당이 통일된 안을 가지고 오면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대통령의 임기 관련 ‘원 포인트 결심’만 있으면 개헌의 수레바퀴는 다시금 동력을 받아 숨가쁘게 돌아갈 수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일각의 ‘임기 봉헌’ 주장과 관련된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누가’ 대통령께 건의 할지 여부와 ‘어떻게’ 임기 삭감을 통한 개헌의 당위성을 대통령과 상대 진영에 설득하느냐다. 같은 말을 해도 말하는 이에 따라 상반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어떤 태도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의도와 청와대 기류상 대통령에게 임기 관련 보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이제껏 각종 싱크탱크를 통해 이와 비슷한 보고가 올라와도 청와대 최종 보고까지는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권 2인자’인 이 장관과 이 전 부의장의 경우도 ‘감히’ 1인자의 임기를 거론할 용기를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극적인 대통령 임기 ‘사회기부’는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탁상공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헌전도사’인 이 장관이 옷 벗을 각오로 그의 상왕인 ‘목사’에게 장자방의 지혜를 전달한다면 시청률 100%의 ‘개헌 드라마’가 실제 방영될 수 있을지 모른다. 혹은 이 전 부의장이 동생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로 진심어린 충언을 한다면 2007년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삭감 개헌 드라마 ‘재방송 편’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MB, 개헌 당위성 입증하려면
임기 단축으로 국민감동 일으켜라


또한 누가 말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말하느냐다. 관건은 대통령을 감동시켜 임기 빅딜을 끌어낼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대통령 설득을 넘어 대통령 주도로 진행될 상대 진영 설득 과정도 대통령 설득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껏 보여준 현 정권과 여권의 ‘정치력’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흘러 나오고 있다.

영화배우 황정민은 2005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저는 스태프들이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먹기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미 대통령 주변의 정책 참모들은 개헌 밥상을 잘 차려 놓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그 스태프 중 누가 밥숟가락을 들고 입맛 다시는 대통령 입으로 떠 먹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2011년에는 마침내 시청률 100%의 드라마가 방영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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