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제소장으로 본 '김승유 회장 두얼굴'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돌발 악재로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김 회장 앞에 나타난 돌발악재는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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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는 “경조사비 지급과 관련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인권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을 인권위에 제소했다.
◆ ‘다시 취업하고 싶지 않은 은행’ 2위 선정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2개월간 비정규직지부는 ‘다시 취업하고 싶지 않는 은행’이라는 주제로 조합원들의 투표를 받았다. 투표 결과, 농협이 1위, 하나은행이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가 조사되자 지부는 비정규직의 숫자가 농협보다 적은 하나은행이 ‘다시는 취업하고 싶지 않는 은행’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으며 그 배경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 간의 복지후생에 관한 차별 때문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조사와 인권위 제소를 담당한 전국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위원장은 <이지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복지후생의 차별, 특히 경조사비와 관련한 차별은 은행권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그러나 차별의 차이가 하나은행이 유독 커 제일먼저 인권위에 제소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비정규직지부가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경조사비의 차이는 눈에 띄게 컸다. 본인 결혼의 경우 정규직 직원에게는 100만원의 경조사비기 지급되지만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절반 수준인 50만원이 지급된다.
또한, 자녀 결혼(50만원), 형제자매 결혼(10만원), 본인 및 배우자 출산(80만원), 본인 및 배우자 부모의 회갑(50만원)의 경우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경조사비가 지급되지만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서는 아예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경사 뿐만 아니라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본인 사망의 경우, 정규직에는 3000만원이 지급되지만 비정규직에는 1000만원이 지급된다.
아울러 정규직 직원의 배우자 사망의 경우에는 1000만원이 지급되지만 비정규직 직원의 배우자 사망에는 200만원만이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사망, 본인 및 배우자 부모의 사망, 조부모 사망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조사비의 차이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이러한 차별에 대해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근로의 질과 양을 따져 일반 급여가 차이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경조사비는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것”이라며 “때문에 차별은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입장은 달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지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경조사비가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또 이러한 차이는 계약직 근로자들의 계약을 할 때 이미 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외환은행 비정규직 고민은 날로 늘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하나금융지주로의 인수가 결정된 외환은행 내부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실제 외환은행 비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수 이후 하나은행 비정규직과 같은 차별은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도 이번 ‘다시 취업하고 싶지 않는 은행’ 조사에서 4위를 차지해 가뜩이나 복지후생이 좋지 않는 곳에서 더 안좋은 곳으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1지주 2은행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나 복리후생조건을 기존의 큰 틀에서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조사비의 차이는 은행업계에 퍼져 있으나 하나은행의 경우 그 차이가 매우 크다”며 “인권위 제소를 김승유 회장이 어떠한 소명과 해명으로 헤쳐 나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