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호주머니 부풀리기 천태만상 완전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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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호주머니 부풀리기 천태만상 완전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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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LG, SK, 효성, 대림, CJ…“빠지는 기업 없네”
기회유용, 부당주식거래, 지원성거래 등 수법도 제각각

최근 재계에 사정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바람에 휩쓸린 기업들은 저마다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이들 기업에겐 공통분모가 있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혹을 바탕으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는 게 바로 그것. 이 가운데 최근 한 시민단체에서 ‘블랙리스트’를 내놨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기업들은 잔뜩 긴장한 채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다. 섣불리 검찰의 눈에 띄었다간 피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을 긴장케 한 블랙리스트엔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재벌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4차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기회유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회사기회유용이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지배주주가 대신 수행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기회유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STX그룹의 STX건설이다. STX건설은 2005년 1월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STX엔파코는 곧바로 보유 지분 100%를 24억원에 포스아이(2009년 4월 포스텍에 흡수합병)에 매각했다. 포스아이는 강덕수 STX 회장이 지분 87%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경영권 승계 위해
계열사 이용하기도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강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 대열에 합류, 현재 강 회장과 두 딸이 STX건설의 지분 7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5%도 강 회장이 69.38%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텍이 가지고 있다.

일단의 지분 정리가 끝나면서 STX건설은 STX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STX건설의 전체 매출 규모는 2005년 883억원에서 2009년 3010억원으로 무려 241% 급등했다.

문제는 급성장이 예상되던 STX엔파코의 건설 부문을 분리, STX건설로 만든 뒤 이를 강 회장의 개인 회사에 넘김으로써 회사가 누려야 할 성장의 기회를 대주주가 유용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강 회장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STX건설을 키운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 마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림그룹의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 역시 회사기회유용 의심사례에 해당된다. 대림산업의 유화사업부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H&L은 대림그룹의 해운 부문 계열사로 2007년 기준으로 계열사 거래 비중이 58%에 달했다. 이해욱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8년 부친인 이준용 회장이 지분 50%를 갖고 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넘겼다. 이후 이 회장 부자는 유상증자와 감자 등을 통해 각각 61%와 32%씩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는 대림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로 합병을 통해 이해욱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의 포석을 마련했다.

LG그룹의 지흥도 비슷한 사례다. 지흥은 2008년 4월에 설립된 광학필름 제조 및 판매 회사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장남 형모씨가 지분 90.91%, 서민원 서보원씨가 각각 4.55%를 소유하고 있다. 광학필름 제조는 LG디스플레이와 밀접한 사업연관성을 갖는 사업으로 지배주주 일가가 지흥을 설립한 것은 회사기회유용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CJ그룹의 재산커뮤니케이션즈도 마찬가지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2005년 7월에 설립된 회사로 CJ CGV의 극장에 상영되는 광고를 대행해주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재환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1098억원에 이른다.

광고 대행 사업의 경우 CJ CGV가 내부화할 수 있는데도 불구, 재환씨의 개인회사로 만든 이유는 뭘까. 과거 사례를 미뤄보면, 이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면 재환씨는 이 회사의 지분을 CJ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에 비싼 값에 팔아넘길 가능성이 크다.

동국제강의 디케이에스앤드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06년 4월 해운중개업 및 항만운송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설립 당시 동국제강과 동국통운(현 인터지스)이 각각 5%를 보유하고 나머지 90% 지분은 지배주주 일가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이 93%가 넘는데 이 회사도 회사 기회 유용 의심 사례에 해당된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동국통운이나 국제통운 등의 자회사로 설립했으면 이들 회사의 이익이 늘어났을 텐데 지금은 총수 일가의 지분 가치를 높여주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총수일가는 그룹 핵심계열사가 총수일가 소유 회사와 집중적으로 거래해 이익을 몰아주는 식(사업기회편취)으로도 호주머니를 불리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삼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1998년 현대모비스의 트럭과 버스휠 사업을 인수한 삼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일가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1984년 설립됐으나 지분구조가 신씨 일가 위주로 재편된 후인 2008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작년 현재 계열사 매출비중 평균은 66%, 매입비중 평균은 87%에 달한다. 현대모비스가 관련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하거나 본사에서 영위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기회가 고스란히 삼우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SK그룹에서는 지난 2000년 영상과 오디오 기록물 제작을 주사업목적으로 설립된 인디펜던스가 유사한 사례로 꼽혔다. 현재 광고제작이 주사업인 이 회사의 지배주주는 지난해 말 현재 68% 지분을 확보한 SK C&C며, SK C&C는 총수 일가가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다. 간접지배회사라는 얘기다. 인디펜던스의 최근 3년간 계열사 매출비중은 꾸준히 늘어났고 지난해 약 4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6세 정홍·9세 석홍
GS 계열사 대주주

현대그룹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현대투자네트워크는 현대유엔아이가 5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회장과 딸 정지이 상무가 77%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의 아들 정영선씨도 현대투자네트워크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그룹의 사옥 매입이나 경쟁력 제고 등의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계열사 매출 비중은 100%에 이른다. 전형적인 회사 기회 유용 사례다.

GS그룹은 이번에 새로 떠오른 부당거래 의혹만 6건에 달한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물류회사인 STS로지스틱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대주주는 GS홀딩스 허용수 상무의 아들인 6세 정홍군과 9세 석홍군으로 각각 70%와 3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GS칼텍스와의 석유류제품 운송거래가 매출의 전부다. 이밖에 운송사업을 하는 승산, 건설회사인 정산이앤티,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켐텍인터내셔날, GS네오텍도 계열사 매출비중이 47%에서 100%에 달했다.

시설유지관리업을 하는 두산그룹의 동현엔지니어링은 계열사에 건물관리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계열사 매출비중이 평균 80%였다.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또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을 하는 효성그룹의 신동진은 조석래 회장의 자제인 현상 현준 현문 형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효성과 효성에바라, 효성도요타 등 계열사 매출비중이 40%에 이른다.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워터텍도 계열사 비중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이웅열 회장이 지분 65.14%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된 코오롱워터텍은 액체 여과기를 제조하는 회사로 코오롱건설을 포함한 계열사 매출비중이 36%에 달한다.

그런가하면 총수일가가 보유한 회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긴 사례도 확인됐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구자철 회장이 지분 전량을 소유했던 한성은 외환위기 여파로 2007년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듬해 구자철 회장의 친형인 구자명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한 예스코는 한성 지분 65%를 573억원에 인수했다. 예스코는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한성에 52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총 1093억원을 투입했다.

예스코는 한성의 자회사인 한성피씨건설이 보유한 고양시 토지의 공시지가가 1139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불황기에 빠진 작년과 올해 자금을 추가 출자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예스코가 구자철 회장의 투자손실을 보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부당주식거래가 의심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1989년 금강(현재 KCC)에서 건설사업부문을 양수받은 KCC건설의 지분구조는 1998년 말 당시 금강 62.48%, 고려화학 37.50%였다. 그런데 1999년 금강은 보유 지분 중 20.66%를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에게 5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1998년과 1999년 KCC건설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당시 지분 20.66%의 가치는 최소 79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헐값매각 의혹이 제기됐다. 그룹이 지배주주인 정 회장에게 핵심계열사 지분을 저가로 매각한 부당주식거래라는 얘기다.

특히 1999년 당시 금강의 재무구조는 양호한 편으로 98년에 37억원, 99년에 71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만큼 유동성도 좋은 상황이었다는 점은 의혹에 한층 무게를 실어줬다.

이처럼 재벌 총수일가가 계열사를 이용, 주머니를 부풀리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굳이 유형을 정리하자면 그룹의 노른자위 비상장 계열사를 헐값에 사들여 그룹의 핵심 사업을 몰아주도록 한 다음 가치가 올라가면 비싼 가격에 다시 팔아넘기는 수법이 가장 흔하다. 손실이 생기더라도 다른 계열사에게 떠넘기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감독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장 회사들이 대부분이라 지분구조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바람직한 해결방법 
자발적인 원상회복

경제개혁연구소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은 자발적인 원상회복”이라며 “문제성 주식거래로 보유한 지분을 소각하고, 회사기회의 유용 및 지원성거래의 주체가 되는 회사가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지분을 인수해 내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개혁연구소는 “자발적인 해결이 되려는 이익을 얻고 있는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사회가 문제성 주식거래를 문자 그대로 문제로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또 “이해관계가 있는 거래에 대한 이사 및 지배주주가 충성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자기거래 규제와 회사기회의 유용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사 및 지배주주는 사전 공시 및 승인 획득 의무 이외에 거래의 완전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주주대표소송 등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개혁연구소는 비상장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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