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녀, 국세청 조사 받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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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녀, 국세청 조사 받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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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심’이 들끓고 있다. 최근 한 케이블TV 방송에 이른바 ‘명품녀’가 출연한 데 따른 것이다. 방송에서 이 여성은 “몸에 걸치고 있는 것만 4억원”이라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여기서 문제는 김씨가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만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명품녀 관련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났고, 결국 국세청은 명품녀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목걸이 2억, 차 3억, 내 몸에 걸친 것만 4억”…정말?
“방송국서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조작방송 의혹


최근 엠넷(Mnet) <텐트인더시티> 녹화에 참여한 24살 명품녀 김경아씨는 자신이 녹화날 입고 온 의상의 총 가격이 4억원에 달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 김씨는 한국에 단 2점만 들어왔다는 가방과 수억대에 달하는 고가 명품 옷들로 가득 채워진 드레스룸을 공개했다. 특히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한국판 패리스 힐튼”이라는 MC의 발언에 “패리스 힐튼과 비교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며 “나보다 그녀가 나은 게 뭐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판 힐튼(?)

명품녀 등장에 네티즌들은 “힐튼은 직업이라도 있지” “자기가 번 것이면 몰라도 부모 돈 빌어 쓰면서 왜 남을 무시하는지? 예의 없고 개념 없어 보인다”라는 등의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명품녀가 단순히 부모님이 주는 용돈만으로 명품 생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분한 네티즌들은 국세청 홈페이지를 방문, 명품녀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부모에게 거액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그 돈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엄연한 ‘증여’로 볼 수 있으니 소득출처에 대한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현행법상 부양자가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할 때, 사회적 통념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선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세는 10년간 미성년자 1500만원, 성인 3000만원까지만 공제된다.
 
따라서 마땅한 직업이 없는 명품녀가 용돈을 받아 구입한 명품만 4억원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네티즌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당초 “부모가 자식에게 선물이나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서 비과세이므로 그 범위와 기준이 분명치가 않다”던 국세청은 태도를 바꿨다. 명품녀를 향해 칼을 빼든 것.

이현동 국세청장은 “일단 방송의 내용이 사실인지 중요하다”며 “엄중히 조사해서 필요하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금이 감정적으로 부과돼서는 안 되지만 탈세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명품녀’의 사연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도 흘러 나왔지만 달아 오른 여론 때문에라도 조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조사의 초점은 불법 증여 및 탈세 여부다.

사치에 쓴 돈이 합법적인 증여 과정을 거친 것인지, 돈이 모인 과정에서 세금이 제대로 거둬졌는지 여부를 따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자, 네티즌들의 공격에 미니홈피를 통해 “에라이 실컷들 나불대라. 난 내일 롯본기힐즈에 가서 실컷 놀다 올 거다. 아무리 열폭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게 나니까”라며 당당함을 유지하던 김씨는 “방송국에서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고 해명했다.

조사결과, 실제로 김씨의 부모는 방송에서 김씨가 밝힌 것처럼 수십억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미혼이 아닌 이혼녀로 지난 2007년부터 결혼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말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전 남편은 전문직 종사자로 부유한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방송에서 밝힌 대로 논현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남편 이름으로 등기된 집은 연립주택으로 호화스럽지는 않으며, 근처에 살고 있는 친정집도 평수가 좀 넓긴 하지만 아주 호화스런 주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방송에서 자랑했던 ‘3억원짜리 고급 승용차’ 역시 김씨 명의로 소유됐던 기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씨가 2억원이라고 소개한 헬로키티 목걸이의 실제 가격은 4000만원 가량으로 아직 대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허위·조작방송 의혹이 제기 됐고 화살은 방송사 쪽으로 향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케이블TV ‘엠넷’의 토크쇼 프로그램인 <텐트인더시티>에 대한 심의에 착수하리란 의사를 밝힌 것.

엠넷 측 관계자는 “미니홈피나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수집한 독특한 이력의 일반인 데이터베이스 안에 김씨가 포함돼 있었다”며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아 출연을 부탁했는데, 방송이 나가도 괜찮다고 동의한 데다 방송 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특정장면을 빼달라는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방송에 등장하는 김씨의 집은 김씨가 직접 찍어와 부연설명을 했고, 출연 당시 입었던 의상은 함께 출연한 패션디렉터가 인정했다”며 “김씨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말의 강요나 프로그램 방향 조작은 전혀 없었다”면서 논란이 계속되면 인터뷰 노트와 원본 테이프를 공개할 의향도 있다”며 조작방송 의혹을 일축했다.

방송사 측 “김씨 말 믿었을 뿐”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일 방송사가 시청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과장·조작해서 방송한 것이라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친 셈이 된다. 반대로 방송사가 김씨에게 속은 것으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방송사는 사전에 방송내용의 진위를 철저히 가리지 못한 책임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못 할 것이란 지적이다.

송응철 (prelacner@ilyosisa.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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