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미친 '사이코 아빠'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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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미친 '사이코 아빠'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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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아들 사체 썩는데…PC방서 밤새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A(21·여)씨는 남편 정모(22)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정씨는 20일 넘게 잠적 중이었다. 어렵게 통화가 된 정씨. 그는 두 살 된 아들의 안부를 묻는 A씨에게 "동대구역에서 노숙을 하던 중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놀란 A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러나 실종되었다던 아들은 구미의 한 쓰레기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들을 살해한 범인은 바로 정씨. 그는 아들을 죽인 날, PC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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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2살 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3일 대구 동부경찰서는 아들 정모(2)군을 살해하고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아버지 정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알렸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절도 등 전과 3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한 부정

조사과정에서 정씨는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차례 말을 바꿨다. 그는 최초 "동대구역 부근에서 노숙을 하던 중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들이 사라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동대구역 인근 CCTV를 살핀 경찰은 정씨와 아들이 찍힌 영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신문하자 정씨는 "구미대교에서 아들과 함께 투신했는데 나만 헤엄쳐서 빠져나왔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정씨의 진술을 수상쩍게 여긴 경찰은 강도 높은 추궁으로 정씨의 자백을 받았다.

그는 "아기를 오랫동안 보살피지 못했고, 굶어 죽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씨의 자백은 거짓이었다. 부검 결과 숨진 아기의 위에서는 소량의 음식물이 발견됐다. 부검의는 "아이가 음식물을 섭취한 지 5시간 이내 숨졌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즉 누군가 음식을 아이에게 먹인 뒤 살해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마침내 정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아들을 때린 후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아 죽였다"고 실토했다. 게임에 미친 비정한 아버지는 뒤늦게야 자신의 범행을 후회했다. 그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임중독 20대 2세 아들 입코 막아 살인
1달 넘게 방치…쓰레기봉투 담아 유기

지난 2011년 12월 정씨는 PC방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와 가까워진 후 아이를 낳았다. 이들은 다음해 혼인신고를 하고 경북 구미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나 정씨는 아이가 생긴 뒤에도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가정일은 뒷전이었다. 한 유명 온라인 게임에 빠진 정씨는 하루 종일 PC방에서 레벨을 올리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남편의 무책임함과 생활고에 지친 아내는 별거를 요구했다. 둘이 낳은 아들을 정씨와 그의 부모가 키우는 조건이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24일 별거를 하기로 합의했다. 정씨가 아이를 맡자 A씨는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취직했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정씨의 무기력한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별거가 시작된 당일, 정씨는 집을 비우고 PC방에서 게임으로 밤을 샜다. 잠은 찜질방에서 잤다. 이제 만 26개월에 불과한 아이는 아버지도 조부모도 없는 텅 빈 방에 방치됐다. 정씨는 이날부터 3일간 집을 비웠다.
28일 오전 귀가한 정씨는 아이에게 육개장을 먹이고, 다음날인 3월1일 다시 집을 나갔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정씨는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집을 찾지 않았다.

3월7일 오후 1시께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아들에게 된장찌개를 먹이고 잠을 잤다. 일어난 정씨는 아들이 라면 부스러기 등을 흘려 놓은 것에 화가 났다. 그는 저녁을 억지로 먹여 아이를 재우려 했다. 아이가 잠들면 PC방에 가려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고 울음소리는 심해졌다. 악마가 된 정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아이의 배를 3차례 때려 실신시킨 뒤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아이의 죽음을 확인한 정씨는 또 다시 PC방에 갔다. 정씨가 집으로 돌아온 날은 사건으로부터 24일이 지난 31일이었다. 귀가한 정씨는 아들의 시신이 부패하여 냄새가 가득함에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아들의 시신을 담요로 감싸 베란다에 뒀다. 집을 나온 정씨는 밤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던 중 정씨는 문득 부동산중개소에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내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정씨는 지난 11일 저녁 집으로 돌아와 시신을 유기할 계획을 짰다. 같은 날 밤 10시, 정씨는 담요로 감싼 아이의 주검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방에 시신이 담긴 봉투를 구겨 넣었다.

집 밖으로 나온 정씨는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얼굴이 비친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했다. 또 이웃과 마주친 현관에서도 가방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시신은 정씨의 집에서 불과 1.5㎞ 떨어진 한 빌라 앞 쓰레기장에 유기됐다.

정씨는 범행 직후 부인 A씨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정씨는 "(아이를)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 거짓말로 둘러댔다. 그러나 계속된 질문에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털어놨다. 놀란 A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를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정씨의 범행이 탄로 났다. 범행 일체를 자백한 정씨에게는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던 정씨는 현재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죄책감 없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놓고 복수 언론은 정씨가 살인을 하게 된 이유를 '게임중독'으로 보도했다. 정씨가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됐기 때문에 살인까지 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정씨가) 아들을 살해한 직접적인 살해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 볼 수 없다"며 "많은 사례를 연구해 봤지만 게임 중독이 범죄를 일으키거나 살인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된 적 없다"고 밝혔다.

또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 역시 "게임 하나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생활고나 양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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