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깡패' 김용남 자해소동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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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깡패' 김용남 자해소동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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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나 했더니…조폭 성깔 못 버린 '용팔이'

[일요시사=사회팀]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와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씨. 이들은 각각 교회와 인연을 맺으며 새 사람으로 거듭났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회개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겼다. 2002년 거물급 조폭인 김용남씨도 선배 조폭들처럼 한 손에 성경책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조폭 본능은 그대로였다.

폭력조직 '전주파' 두목이었던 '용팔이' 김용남(63)씨가 분신소동을 벌여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회 내부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겠다며 난동을 피운 혐의(현주건조물방화예비)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라이터는 없었다

죽으려는 의도 없어?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9전30분께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사랑의교회' 내부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2년부터 사랑의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교회로부터 집사라는 직위를 받고 활동 중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예배에 참석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자 교회 4층 당회실로 이동했다. 이때 그의 손에는 석유통이 들려 있었다.

당시 교회 안에는 수십여 명의 교회 간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김씨를 말리지 못했다. 김씨가 도착한 당회실에는 회의를 위해 모인 40여 명의 장로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본 김씨는 "나 하나 죽어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기서) 죽겠다"고 소리쳤다. 김씨의 손에 들린 석유통에서는 석유가 흘러나왔다.

위협을 느낀 교회 측은 경찰과 관할 소방서에 김씨를 신고했다. 이어진 김씨의 분신소동은 출동한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김씨의 소지품 가운데 라이터 등 실제로 불을 붙일 만한 도구나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김씨가 처음부터 죽을 의도로 '자해소동'을 벌인 것은 아니란 얘기. 경찰은 당일 조사 끝에 김씨를 귀가 조치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자해소동을 벌인 것일까. 그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김씨의 경찰 진술에 있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의 설교 중단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앞서 오 목사는 지난 3월 박사논문 표절 시비로 6개월간의 자숙에 들어갔으며, 현재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은신 중이다.

김씨의 난동 직후 사랑의교회 당회(최고 의결기구)는 오 목사의 박사논문 표절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 결과문을 발표했다. 즉 김씨의 분신소동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셈이었다. 이로써 오 목사는 교회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찾게 됐다.

'정치 깡패' 김씨와 교회와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간다. 김씨는 지난 1999년 8월 대전 동구 용전동 한 호텔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후배 유모씨와 다툼을 벌이다 폭력 등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1년여를 복역하고 나온 김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창고를 마련, 고등어 도매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몸담았던 암흑세계에서 손을 떼고, 새 인생을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장사가 잘 되지 않자 김씨는 안면이 있던 유명 작곡가 조모씨를 찾아가 "1000만원을 빌려 달라"며 협박했다. 그러자 조씨는 김씨에게 100만원을 주며 "교회에 같이 나가자"고 권유했는데 이때 인연을 맺게 된 교회가 바로 사랑의교회였다.

김씨는 사랑의교회 열성 신도로 알려져 있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김씨는 사랑의교회 출석 후 신앙생활에 열을 올렸으며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씨와 함께 전도 계획을 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까지 교회를 다니는 인물은 김씨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김씨가 전면에 등장한 건 오 목사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김씨는 지난 3월께에도 교회 간부들을 찾아가 "똑바로 하라"며 행패를 부렸고, 지난달에는 오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들이 연 기도회에 난입해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몇몇 교인들에게 욕설을 하며 몸싸움을 벌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오 목사 부임 후 '순장'이라는 간부급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서 몸에 석유 뿌리고 분신 시도
오정현 목사 설교 중단에 반발 '오버액션'

현재 사랑의교회는 서울 서초역 인근에 들어서는 초대형 예배당 신축공사를 놓고 찬성과 반대로 갈려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 목사를 비판하는 측은 예배당 건립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옹호하는 측은 반대편을 '불순세력'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김씨는 분신소동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사랑하는 교회인데 불순분자들이 끼어 있어 열이 뻗쳐서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털어놨다. 또 김씨는 "신축공사를 반대하는 신도들에 대해 화가 났다"며 자신은 교회 신축 공사에 줄곧 찬성해왔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전도한 조씨는 서초역 주변 신축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랑의교회는 신도 간 명예훼손 등의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은 서울 명문대학 전직 교수, 대기업 직원 등이 연루돼 있으며 향후 오 목사의 복귀를 둘러싸고 추가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직 '정치 깡패' 김씨의 역할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회 내부의 오 목사 친위대로 불리는 '군목'(경찰·군인 출신의 경호대)에 김씨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앙인 맞아? 키맨?

조폭 전력, 과연 손 씼었나?

하지만 오 목사를 옹호하는 측은 김씨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며 '순수한 선의에서 나온 의로운 행동'이라고 그를 지지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과거 '해결사'로 불렸던 김씨가 교회 내부 권력 다툼의 '키맨'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지난 1987년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하고자 각 지구당에 난입, 기물을 부수고 당원을 폭행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일찍이 과거와 손을 씻고 '신앙인'으로 전직한 김씨가 다른 선배 조폭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끝까지 '신앙인'으로 남을 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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