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스파이 주의보’ 사연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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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 ‘스파이 주의보’ 사연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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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수사기밀 누가? 왜?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금융감독원의 불법대출 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당사자에게 흘린 금감원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내용 누설뿐만 아니라 대책을 상의하기까지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정보를 유출한 해양 경찰은 파면됐다. 프로포폴 사태, 충남장학사 시험문제 유출, 인천 사행성 오락실 단속 때도 정보가 샜다. 사정당국이 스파이 때문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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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원 규모의 KT ENS 대출사기 사건의 조사 내용을 당사자에게 미리 알려주고 도피를 도운 금융감독원 직원이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기룡 부장검사)는 금감원의 불법대출 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핵심 용의자에게 흘린 혐의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 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팀장은 금감원이 KT ENS 협력업체들의 대출사기 사건을 조사하던 지난 1∼2월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씨와 모바일꼬레아 대표 조모씨의 부탁을 받고 조사내용과 경과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믿을 놈 없다'

김 팀장은 금감원 조사가 시작된 지난 1월29일 서씨 등에게서 '금감원이 KT ENS와 관련한 조사가 어떤 내용인지 알아봐달라'는 전화를 받고 조사 담당자인 저축은행검사국 박모 팀장에게 여러 차례 문의해 조사내용과 진행상황을 확인한 후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팀장은 조사 내용 유출에서 그치지 않고 대책을 상의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으로부터 조사 내용을 전달받은 서씨는 잠적했다가 이후 검거됐으나 또 다른 협력업체인 엔에스쏘울의 대표 전모씨는 해외로 도주해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어 수사당국이 사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무원이 기소된 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검찰 수사정보를 한국선급에 넘긴 이모 경사가 파면됐다. 이 경사는 지난 4월24일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이 한국선급 본사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을 벌인다는 정보를 전날인 4월23일 한국선급 법무팀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혐의로 지난달 10일 구속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경사는 한국선급이 보유한 요트회원권을 사용한 임직원의 기록이 담긴 해경 자료 일부 내용도 한국선급 측에 넘기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연예인 에이미를 성형수술한 성형외과 원장의 성폭행 사건의 수사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입건된 서울 강남경찰서 김모 경사가 파면됐다. 겸찰에 따르면 김 경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성형외과 원장 최모씨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내사를 진행하던 중 최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함께 일하던 여직원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해 잠들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내사를 받던 중이었다. 김 경사는 강남경찰서 형사과 마약수사팀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2년 12월 강남 일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단속에 나서다 최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건 때마다 외부로 유출
비밀 누설하고 대책까지 상의
실종된 공직윤리 의식 도마에

지난 1월에는 오락실 업주에게 수사 중인 사건의 진행 내용을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인천경찰청 소속 안모 경사에게 징역 1년이 선고 됐다. 안 경사는 지난 2012년 인천경찰청 풍속광역팀에서 근무하며 오락실 실제 업주인 한모씨와 70여차례 통화하는 과정에서 5차례에 걸쳐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안 경사는 검찰 조사 당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한씨의 전화를 받은 것은 오락실 2곳의 수사를 위해서였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들을 종합한 결과 오락실 관련 종업원 등을 조사한 직후 게임장 실소유주 한씨와 집중적으로 수십 차례 통화한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업무가 아닌 운전을 담당한 검찰 직원이 수사기밀을 누설했다가 집행유예 형을 선고 받은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7월 대전지법은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문제 유출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수사대상 기관에 누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대전지검 직원 남모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남씨는 경찰의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선발비리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 10월말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압수수색영장이 보관된 당직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지만 남씨는 업무상 출입이 가능했던 점을 이용했다. 남씨의 수사기밀 누설 이후 사건 관련자들은 영장 집행 전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남씨가 대가를 전제로 일으킨 범행이 아니라는 점과 경찰수사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키로 했다.

처벌 강화 시급

사정당국 직원들의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처벌 규정은 있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경찰 또는 검찰, 법원의 전·현직 직원이나 변호사,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적용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도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한다. 벌금형이 없어 약식기소는 불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마저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1년8개월 동안 정치 공방을 일으킨 'NLL 대화록 유출'과 관련,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전 정권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열람한 대화록 내용을 국회가 아닌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혐의를 받았으나 500만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되는 데 그쳤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 당사자는 모든 '라인'을 동원해 수사 진행 상황을 캐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절박하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수사 상황을 알게 되면 범죄사실 은폐, 증거인멸, 도주 등에 큰 도움이 된다. 정보유출 직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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