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경제사범' 가석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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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경제사범' 가석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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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둘리는 사법,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

“재범 우려 없으면 풀어줘야”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학계를 중심으로 가석방 심사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일관성 없는 가석방 기준이 수감자의 갱생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가석방 되는 수감자가 줄어들자 이 같은 목소리는 커졌다.

학계에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석방 등 교정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수형자의 교화와 사회 복귀를 도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가석방 제도를 우려한 것이다. 

정학계 한 목소리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휘둘리는 사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에 따르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이 경과하면 신청할 수 있다는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요건인 ‘개전의 정’에 의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가석방의 실질적 요건인 ‘개전의 정’과 관련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45조에서는 ‘개전의 정’을 ‘뉘우치는 기색이 뚜렷하여 남은 형기를 집행하지 않아도 재범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정의한다. ‘개전의 정’의 판단기준은 ▲후회하는 마음과 개선갱생의 의욕 ▲다시 범죄를 범할 우려가 없으며 ▲보호관찰을 부과하는 것이 개선갱생을 위해 상당할 것 등이다.

그러나 ‘개전의 정’의 모호한 기준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선에 이를 수 있는 수형자들이 갱생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가석방 심사 기준인 3분의 1 이상의 형을 마친 수형자에 대해서는 가석방에 대한 심사를 늘려서 갱생의 기회를 주자는 주장이 나온다.

일관성 없는 심사 기준 문제로 지적
조건 맞는 수형자 최대한 허가 주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열 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교화됐다면 형벌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것이므로 가석방을 통해 갱생·분발을 촉구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거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석방 판단기준을 소극적으로 살펴 몇몇 모범 수용자를 선발해 은총을 베푸는 시혜적인 성격의 운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선모 세명대 법학학사 교수도 “형사정책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범죄자를 적정하게 처벌하면서도 그들을 개선·갱생시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을 감안하면, 현재 법 규정이 아닌 관행에 의해 가석방이 집행되고 있는 것은 살리는 형사정책이 아닌 죽이는 법집행”이라고 말했다. 사법 판단이 일관성을 유지할 때 예측 가능한 법치주의의 실현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가석방 형기에 도달한 모든 수형자에 대해서는 가석방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며 나아가 가석방대상자는 모두 필요적 보호관찰대상자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석방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제돼야 할 법, 제도, 관계기관간의 협력 방안 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나아가 대상자를 위해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메뉴얼이 요구된다”며 “미국에서는 과도한 재량을 지양하고 필요적 가석방의 유형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가석방과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경제인이라는 이유로 가석방이 좌절된 최 회장은 형기의 70%가량을 채우는 동안 모범적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현 총리도 “경제인에게 특별한 혜택도 없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석방을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춘 기업인을 차별적으로 제외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가능성 높아

정치권도 여론 눈치 보기가 아닌 명확한 기준에 따른 가석방 심사를 주문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위 공직자든 기업인이든 가중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가석방은 평등하게 해야 한다”며 “대개의 경우 정해진 형량의 70~80%를 살면 (가석방을) 해주는데 그 사람들은 왜 안 해주는가. 그것이 ‘재벌 편드는 거냐’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별사면과 가석방 차이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이 지정한 특정인에 대한 형 집행을 면제해주거나 유죄 선고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대통령의 권한으로 특정 범죄인의 죄가 사면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 장관의 상신,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일반사면과 달리 별도의 국회동의를 거치지 않는다. 이같은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과 사면법을 기초로 한다. 대상은 일반인이 아닌 경제인, 정치인 등 특정인이 주를 이룬다.

반면, 가석방 여부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으로 결정된다. 무기형의 경우 20년, 유기형의 경우 형 집행의 3분의 1 이상 마친 모범수가 대상이다. 이들은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매달 하순 가석방 심사를 통해 판단한다. 적격 판단을 받으면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여부를 최종적으로 선별한다. 가석방 기간은 무기형은 10년, 유기형은 남은 형기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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