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사법부와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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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사법부와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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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 질문 받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

"야당탄압 더 이상 못 참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새정치연합은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계기로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당장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고법원 설치’에도 딴지를 걸고 나설 태세다. 새정치연합과 사법부의 피할 수 없는 일전이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신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기존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를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로 전환시켰다. 박근혜정부의 공안 탄압에 한층 더 강도 높은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정치 탄압?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설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고, 뇌물을 수표로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법원 선고 직후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같은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의 민주화와 정치적 독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대법관 임명절차의 민주화, 또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지난 21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모색했다.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대법원의 역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상고법원이란 상고심을 담당하는 법원으로, 대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승복하지 못한 채 3심까지 가는 소송이 늘어나면서 대법원의 업무가 과중해져 상고심을 별도로 다룰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고법원에 대해 “이번 판결이 나온 배경 중 하나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결여라는 지적이 있다”며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데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내 친노 강경파 진영에서는 상고법원 설치 반대를 아예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상고법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전제로 전향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고법원 관련 법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168명 의원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손 흔들어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 전 총리 판결 이후에는 새정치연합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사실상 상고법원 설치 절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 외에도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에 새정치연합이 태클을 걸어오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사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딴지'
검찰의 찍어내기, 또 한 번 작동할까?

새정치연합은 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신계륜 의원이 주도한 강기훈 사건 청문회 요구서에 이미 118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강기훈 사건은 경찰의 증거조작으로 징역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한 피해자가 23년 만인 지난 2015년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사법부로서는 부끄러운 치부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민감한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카드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서도 대법관 등 장관급 법조인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권고안 입법화가 논의됐었다. 하지만 대법원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또 새정치연합에서는 강력한 전관예우방지법을 신설해 대법관 등 장관급 법조인의 프리미엄을 원천적으로 없애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판·검사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도 재논의 될 수 있다. 특별수사청 설치 역시 지난 2011년 사개특위에서 논의됐던 문제다. 당시 법조계는 “판·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특정한 신분을 수사대상으로 삼는 기구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사안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이 적극적으로 경찰 편을 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공세에 사법부가 호락호락 당하기만 할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지난 18대 국회 때 사개특위에서 사법부 개혁에 가장 앞장섰던 새누리당 주성영 전 의원은 난데없는 성매매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고, 그 여파로 19대국회 진출에도 실패했다. 주 전 의원의 성매매 의혹은 지난 2013년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눈물을 닦고 있다.

주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의 정치 공작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 전 의원이 강도 높은 사법부 개혁에 나서자 검찰이 찍어내기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사법부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을 해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는 한 전 총리 외에도 11명의 국회의원이 검찰 조사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이들 11명 외에도 “야당의원 10명 정도가 수사선상에 (추가로)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고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여론의 흐름도 새정치연합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실제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하더라도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증거가 확실한 만큼 이들을 감싸고도는 것은 당 지지율에 무조건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당 내부에서도 사법부와의 전면전 선포가 자칫 앞으로 줄줄이 남아 있는 소속 의원들에 대한 판결에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다.

제 식구 감싸기?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한 전 총리의 입감을 배웅하고, 한 전 총리가 마지막까지 백합과 성경책을 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데 대해서는 진보성향 커뮤니티에서조차 온갖 조롱이 쏟아졌다. 소수 의견을 냈던 대법관 5명 역시 한 전 총리가 3억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원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안 탄압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와의 무모한 전면전이 자칫 내년 총선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검찰의 수사를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하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내놔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며 “사법부에 대한 개혁이 정치보복으로 비춰져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여지도 있다”고 경고 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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