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되려는 경찰들 속사정실컷 가르쳐 쓸만하니 ‘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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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되려는 경찰들 속사정실컷 가르쳐 쓸만하니 ‘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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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현직 경찰관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이른바 ‘로스쿨 경찰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경찰관들이 재직 중 로스쿨에 다니는 것은 명백히 현행 법규에 어긋나는 행위다. 하지만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받고 있는 것. 국민 혈세를 받는 경찰관들의 이 같은 일탈은 공복의 사명을 망각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직 경찰관 일부가 편법으로 로스쿨에 재학 중인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전주지검은 최근 전북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경찰 간부 6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에도 원광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경찰 간부 2명이 같은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늘어가는 편법

 

현직 경찰관이 로스쿨에 다니는 것은 현행 법규에 어긋난다. 현직 경찰이 휴직을 하지 않고 로스쿨에 입학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58조 1항(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한다)에 위반되는 것이다. 

 

일부 경찰 간부는 연수 휴직 2년, 육아휴직 1년 등 3년간 휴직한 상태서 로스쿨을 졸업하기도 한다. 공무원 인사 업무 지침에도 로스쿨 입학을 위한 연수 휴직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일각에선 경찰의 잘못된 승진제도가 일선 경찰관들에게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 과정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경감까지 별도 심사로 승진시켜주는 ‘로스쿨 변호사 자격 취득자 별도 승진(경감)제도’가 문제다. 

 

연수휴직 기간은 최대 2년이어서 나머지 1년은 다른 구실로 휴직할 수밖에 없다. 휴직을 못한다면 경찰 업무와 로스쿨 학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구조다. 휴직 없이 근무 중 짬을 내서 다녔다 하더라도 문제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직장이탈 금지 의무 위반 등에 걸릴 수 있다. 우수 경찰인력을 양성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휴직제도 등 관련 규정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의 “(로스쿨) 야간 대학을 다니는 경우도 있다”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야간과정을 운영하는 로스쿨은 존재하지 않는데 경찰 수장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월2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경찰관들이) 로스쿨을 다 휴직하고 간 게 아니다”며 편법 휴직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야간과정을 다니거나 지구대서 일하면서 쉬는 날에 수업을 들은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전국 25개 로스쿨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로스쿨 중 야간대학을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2015년 로스쿨 야간대학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긴 했지만 아직 정책적으로 허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이 있지도 않는 야간 로스쿨을 거론한 셈이다. 

 

경찰대 출신들 자격증 딴 뒤 변호사 개업

로스쿨 3년에 2년 휴직 한계…남은 1년은?

 

법원도 편법 휴직으로 로스쿨을 다닌 경찰관에게 징계하는 건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에 감사원은 경찰관 30여 명이 가사·연수·육아·질병 휴직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편법으로 로스쿨에 다닌 사실을 적발해 발표했는데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변호사협회가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편법 진학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승진제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사를 경감으로 채용 중인데 형평성을 고려하면 재직 중 변호사 자격 취득자도 경감 대우를 받아야 합당하다는 논리다. 

 

재직 중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합법적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로스쿨에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경찰관들 가운데 경찰대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대 출신 중에서만 로스쿨에 입학한 사람이 모두 100명(퇴직 후 입학자 포함)에 달한다. 감사원은 2015년 3월 재직 중 편법으로 로스쿨에 진학했다가 적발된 경찰간부 32명에게 징계를 하라고 경찰청에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대는 학비가 전액 면제되고 졸업 후 병역도 면제받는다. 국가의 ‘봉록’을 받고 경찰에 근무하면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아예 경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먹튀’ 논쟁까지 일고 있다. 

 

로스쿨 경찰관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로스쿨이 매일 수업이 있고 입학하기 위해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해야 하는 점 등을 볼 때 경찰 본연의 직무에 충실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로스쿨 경찰관은 졸업 이후 경찰 조직보다는 변호사로 법조계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찰청 차원서 대상자들을 야간 근무로 빼주거나 비번 근무일을 바꿔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성실하게 근무하는 다른 경찰관과의 형평성에 맞느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일부 경찰관들은 로스쿨 진학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상황실이나 기동순찰대 근무로 야근 후 비번인 날 학교를 다녀 큰 문제가 없고 개인이 휴직을 하더라도 일일이 확인해 위법사항을 지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방경찰청의 한 경찰관은 “퇴직하고 제2의 삶을 설계하고자 로스쿨에 도전하려는 동료 경찰관들이 일부 있다”며 “경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고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전주지검은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라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는 부분과 수업출석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 다방면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많은 만큼 종합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먹튀 아닌가?

 

이와 관련해 경찰은 뒤늦은 일제 점검에 나섰다. 조직 내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 원칙 위반이자 성실히 근무하는 다른 직원과 비교해 특혜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휴직자 전원의 복무 실태를 자체 점검해 편법 휴직으로 로스쿨에 다니는 사례를 가려낸다는 방안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휴직자 전원을 대상으로 복무 실태를 점검하고 로스쿨 재학 목적으로 편법 휴직한 사례를 적발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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