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으로 얼룩진’ 프로리그 실상선수·심판 돈놀음 “썩을 대로 썩었다”

한국뉴스


 

‘조작으로 얼룩진’ 프로리그 실상선수·심판 돈놀음 “썩을 대로 썩었다”

일요시사 0 1056 0 0

▲최규순 전 KBO 심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프로리그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경기장을 찾거나 매체를 통한 팬들의 응원은 리그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그렇기에 선수는 물론 스태프와 심판, 구단 등 모든 리그 관계자들은 팬들의 지지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승리만이 아니다. 스포츠맨십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 역시 팬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프로야구 KBO리그가 대형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833만명에 달했다. 1982년 출범 이후 사상 처음 8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최근에는 1위부터 5위까지 어느 한 자리도 예상이 어려울 만큼 불붙은 순위 경쟁에 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서 터진 심판 금품 스캔들은 프로야구 판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흥행에 찬물

 

지난달 29일 엠스플 뉴스를 통해 기아 타이거즈 구단 직원이 최규순 전 심판에게 두 차례 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기아는 “구단 직원 2명이 금전을 빌려달라는 KBO 심판의 부탁에 2012년과 2013년 100만원씩 각 1회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기아 타이거즈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해당 직원을 상대로 징계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엠스플 뉴스는 최 전 심판이 돈을 받을 때 사용한 차명계좌를 추적한 결과 기아 구단이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같은 의혹으로 두산 베어스 김승영 사장이 사임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일어났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최 전 심판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야구 선후배는 물론 구단에까지 돈이 필요하다며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구 규약 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조항에 보면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10개 구단을 상대로 자체 조사에 나섰다. 당시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번에 적발된 기아 역시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그럼에도 기아가 최 전 심판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폐 논란까지 불거졌다. 또 자체 조사를 진행했던 KBO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BO는 두산과 최 전 심판 간의 돈 거래가 밝혀졌을 때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며 최소한의 경고 조치만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최 전 심판과 사임한 두산 김 전 사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메시지에는 ‘사장님 최규순 팀장인데 제가 다급한 일이 생겨 통화가 가능하신지요’ ‘네 걱정 마시고 일 잘 처리하세요. 지금 300만원 보낼게요’ ‘사장님 최팀장인데 한 번 더 도와주십쇼. 시리즈 들어가야 하는데 상황이 넘 급하네요’ ‘이번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하구요. 김 단장한테 함 얘기해 보세요’ 등 금전을 요구하고 보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두산·기아·삼성…승부조작에 금품스캔들

축구서도 매수…농구는 감독이 말썽

 

여기에 지난달 30일 기준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추가로 최 전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게이트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넥센 구단주인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는 지난달 29일 검찰 조사 당시 돈 전달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3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있다며 말을 바꿨다.

 

삼성 라이온즈는 전 직원이 최 전 심판에게 400만원을 송금한 사실에 대해 지난달 30일 사과했다. 

 

삼성 측은 “삼성 직원이 지난 2013년 10월 폭행사건 합의금을 위해 금전을 빌려달라는 최 전 심판의 요청을 받고 4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최규순 게이트’에 거론되자 리그 전체는 충격에 빠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30일 최 전 심판에게 상습 사기와 상습 도박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심판은 프로야구 관계자나 주변 인물들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각각 수백만원씩 총 3000여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심판은 이 돈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를 통해 최규순 게이트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일각에선 승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심판이 금품의 대가로 승부조작을 하는 등 배임수재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 관계자 역시 일각에서 거론되는 승부조작 등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라고 한 상태다.

 

사건의 규모가 실시간으로 커지면서 그와 비례해 팬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승부조작 논란으로 이미 여러 차례 실망을 안긴 상황이라 팬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프로야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에 나선 혐의로 포항과 대구 조폭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14년 4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서 거액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이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도와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제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미 프로야구는 2012년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1회 첫 타자 볼넷의 대가로 브로커에게서 금품을 챙기거나 지난해 넥센 외야수 문우람과 NC 투수 이태양이 1회에 점수를 내주는 조작에 가담해 거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승부조작의 그림자가 짙은 상태였다.

 

타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프로축구 K리그서 심판 매수 사건이 발생해 판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렸다. 2013년 전북 현대 소속 스카우트인 A씨가 심판 2명에게 각각 2차례와 3차례에 걸쳐 100만원씩 총 500만원의 현금을 준 사실이 지난해 5월 발각된 것.

 

전북 측은 “스카우트가 구단에 알리지 않고 진행한 개인적인 행위”라고 해명했다. 전북 구단의 심판 매수 사건은 2015년 경남FC에 이어 두 번째였다. 프로축구연맹은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함께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 당시에도 축구 팬들은 연맹이 전북에 내린 징계 수위가 낮다며 반발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팬들은 멘붕

 

프로농구도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선수 시절 ‘레전드’로 불렸던 강동희 전 감독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은 더욱 컸다. 강 전 감독은 현직 감독이던 2011년 3월 불법 스포츠 토토 브로커들로부터 총 4700여만원을 받고 4경기서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 강 전 감독은 결국 KBL서 영구제명 처분을 받아 농구판서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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