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모드’ 중국의 한반도 플랜시진핑은 김정은 놔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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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모드’ 중국의 한반도 플랜시진핑은 김정은 놔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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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의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면서 중국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국로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흐름에 로우 키(low key)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일각서 제기되는 ‘중국 배후론’과 ‘차이나 패싱론’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주목할 만한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수록 자국의 입지가 저절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로 북미회담은 한때 좌초위기에 빠졌지만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는 치열한 물밑협상을 ‘쓰리 트랙’으로 이어갔다. 회담 간 의제와 의전을 다룰 ‘판문각 팀’과 ‘싱가포르 팀’이 전면에 나섰고, 양국 정보당국 간 접촉도 이어졌다.

 

좌초위기 후

다시 본궤도

 

북한과 미국은 6·12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와 의전 등에 관한 협상을 가졌다. 북측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부국장으로 꾸려졌다. 미국 측 대표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중심으로 엘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갖춰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첫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같은 달 30일에도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또 북미는 의전·경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서 만났다. 북한에선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에선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회담장에 나섰다.

 

북미는 이외에도 미국 CIA와 북한 정보당국 간 협상채널을 연 것으로 보인다. CIA와 접촉하는 북한의 정보당국은 통일전선부로 전해진다. 특히 CIA 산하 ‘KMC’라는 조직이 협상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MC는 코리아미션 센터를 뜻하는 말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국장으로 있던 시절 대북 핵심조직으로 창설했다. KMC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앤드류 김으로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방북했을 당시 동석했던 인물이다.

 

판문점과 싱가포르 외에 정보당국 간의 접촉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투 트랙을 넘어 ‘쓰리 트랙’으로 진행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판문점서 다뤘던 의제에 대해 보충하며 조율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만찬 이후 “아주 멋졌다”며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의 기대감을 높였다.

 

뉴욕회담 이후 김 비핵화 의지 재확인

“북미대화 그치지 않고 협상 지속될 것”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다음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북한의 체제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골자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조건들을 설정하는 데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72시간은 판문각과 싱가포프서의 협의, 뉴욕서의 고위급회담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전망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라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정상회담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비핵화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만남이 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범위에 대해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들을 강조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에 필요한 체제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대화를 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꿀 수 있다는 ‘빅딜’을 암시하기도 했다.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목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완전 비핵화

김 결단 촉구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방법을 두고 완전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개최되는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만남서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을 넘어 혈맹국가로 통한다. 또한 중국은 과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중심에 자리할 정도로 한반도 내 주도권을 쥐고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는 데 그쳤고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소극적이었다. 북한 인권문제가 UN 안전보장이사회서 논의될 때 중국은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준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양국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북한에 힘을 보탠 까닭은 미국과의 패권다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미국과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장으로 여겨진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무대가 형성되려면 한반도의 분단과 북핵문제가 지속돼야 한다. 

 

분단과 북핵이 완전히 해결된다면 중국과 미국은 패권을 다툴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의 주도권 역시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서 중국이 직접적인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다. 

 

남은 건 중 선택…원론만 되풀이

“패권도 주도권도 놓지 않을 것”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상에 있어 직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거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차이나 패싱론’과 ‘중국 소외론’ 등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차이나 패싱론’ ‘중국 소외론’ 등에 선을 그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경시해도, 의존해서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신문은 “북한이 최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북한을 선동해 태도를 바꾸게 했다는 소문을 한미 언론이 퍼트려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개최된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중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후에도 배후론을 재차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말한 바 있다.

 

발등에 불

꽤나 차분

 

중국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회담 이후 발표에도 덤덤해 보였다. 

 

중국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로우 키(low key)로 기조를 이어가는 까닭은 북핵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그 과정서 본인들의 입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핵 해결방식을 두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해결은 상반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 이후에도 양국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한미의 비핵화 해결이 지난하게 흘러갈 경우 한미는 중국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한미 주도의 비핵화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있지 않기에 중국을 이용할 여지가 높다. 남북미가 비핵화의 접점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서다.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대표적이다. 종전선언 등은 북한에 대한 체제 보상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판문점 선언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중국을 포함해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중국 역시 지난달 3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한이 한미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만 종전선언이 있어야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설령 빠진다고 해도 평화협정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배제한다면 향후 정세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은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이면서 정전협정의 서명국이다. 그런 연유로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서서 중국의 개입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아도 그 입지가 올라가는 까닭이다.

 

현재 정세는 한미가 중심이 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실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을 중국과 연계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여느 국가들보다 강력하다. 중국은 북한을 통해 동북아 정세에 막강한 파급력을 행사했다. 미국과의 패권다툼 역시 북한을 사이에 둔 측면이 크다.

 

북한과 연대

입지 자동상승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북핵이었다. 북핵을 통해 입지를 드러낼 명분을 쌓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경제적 도움을 지속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중국은 그 명분이 한미 주도의 비핵화로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중국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평화와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향후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러시아 움직임은?

 

북한과 러시아는 수교 70년인 올해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백화원 영빈관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해 받으며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서 러시아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남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리의 우호 관계를 더 강화·발전시키고, 긴밀한 우리의 협력을 더 심화시키기 위한 향후 협력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러시아는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의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비핵화 과정서 중국의 입지가 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의 움직임 또한 주목된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우방국으로 통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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