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단대오거리 총격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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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단대오거리 총격사건 전말

일요시사 0 2636 0 0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총격사건이 실제로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밤중 도심 한가운데에서 경찰과 도난차량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 것.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실탄을 쏴 운전자를 검거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왜 단순 도난차량을 향해 총을 쏘았던 것일까? 그 자세한 사건 전말을 성남시 중원구 은행파출소 신재형 경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탕! 탕! 탕!’

지난달 28일 밤 8시30분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단대오거리에서 난데없는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난차량으로 신고된 그랜저 승용차 운전자 이모(27)씨가 검문 중인 신재형 경장에게 적발됐으나 달아났고, 이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생긴 총격사건이다.

경찰은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쏘며 이씨를 추격했고, 다행히 이씨는 20분 만인 오후 8시50분께 은행동 남한산성 입구 인근에서 붙잡혔다. 이날 밤,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버스만 빼지 않았어도…

신 경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검문검색을 하던 중이었다. 입구에서 나오는 그랜저 승용차의 운전자가 유난히 어려 보여 그는 좀 더 유심히 살펴봤다. ‘수상쩍다’는 느낌에 휴대용 조회기로 차량번호를 조회해 본 신 경장은 해당 차량이 도난차임을 확인했다.

채권채무관계가 얽혀 허위로 도난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확인은 해봐야 했다. 신 경장은 곧바로 순찰차의 경광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차량을 뒤쫓았다.

반복해서 “차를 세우라”며 정지신호를 보냈지만, 승용차 운전자 이씨는 이를 무시한 채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골목골목을 돌아 계속되던 추격전은 단대동 단대오거리까지 이어졌다.

이 일대가 교통체증으로 차량흐름이 잠시 멈추자 마음이 급했던 이씨는 버스의 후미를 살짝 들이 받았다. 그 뒤엔 바로 신 경장이 탄 순찰차가 뒤따라있던 상황이었다.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버스 운전자가 충격을 감지하고 차에서 내려왔고 신 경장은 버스 운전자에게 “이 차가 도난 차량이니 차를 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있던 백모경장은 차량 운전자에게 “차 문을 열고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말을 무시한 채 버스 운전자는 차를 뺐고, 공간이 생긴 승용차 운전자는 인도 쪽으로 도주를 시도하다 김모(62)할머니와 그의 손녀(10)를 들이 받았다.

행인을 들이받고도 이씨는 차를 그대로 후진, 중앙분리대를 세게 충격했다. 중앙분리대 사이에 차가 걸리자 신 경장은 시민이 준 벽돌을 이용해 이씨의 차량 앞 유리를 파손시켰다.  

신 경장은 “앞 유리가 부서지면 시야확보가 안돼서 운전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시 도로 쪽으로 차를 몰았고, 계속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등 도주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심 경장은 결국 하늘을 향해 공포탄 1발을 발사했다.

신 경장은 “경찰이 총기를 사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하는데, 그 당시 상황이 경찰총기사용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서 공포탄을 발사했지만 소용이 없어 실탄을 사용해 차량 뒷바퀴와 앞바퀴에 각각 1발씩을 차례로 발사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씨의 도주는 멈추지 않았다. 타이어가 모두 터진 상황에서도 위험한 질주를 계속했다. 도저히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자 신 경장은 소지하고 있던 마지막 실탄 1발까지 모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경찰이 총기 조준 시 범인의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대퇴부 이하를 조준하도록 돼 있는 안전 수칙에 따라 운전자가 앉아있는 모습을 예측해서 하단부위라고 판단되는 곳에 마지막 실탄을 발포했다. 그러나 발포 후에도 이씨는 도주했고, 신 경장은 마지막 실탄이 빗나갔을 것이라 예측하며 그를 뒤따랐다. 약 2km 가량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다시 시작됐다.

이씨는 더 이상의 도주가 여의치 않자 상대원동 모 아파트 단지에 차를 버린 채 달아났고, 테니스장 옆 창고 안에서 총에 맞은 종아리를 붙잡고 숨어있다 신 경장에게 붙잡혔다.

사건은 종결됐지만 “현명한 대응이었다”는 반응과 함께 총기사용에 관대하지 않은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과잉 진압’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신 경장은 “이번 사건 대응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며 “그 자리에서 실탄을 발포하지 않았다면 도망가려는 운전자와 그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인명, 재산피해가 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이 안 다쳐서 다행”

또 그는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총을 쏘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총을 쏘지 않고도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면서 “경찰은 최소한의 요건이 아니라면 총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아무리 주의를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한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연히 경찰관 책임이 되고 그로인한 경제적·사회적 부담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현직 경찰들이 총은 소지하고 있지만, 발포를 안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행인 건 운전자가 총을 잘못 맞아서 죽었다든지 심한 부상을 당했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을 텐데 신경, 뼈 어느 한 곳 손상된 데 없이 깨끗하게 관통해 세척 후 상처만 꿰매면 괜찮다고 해서 안심했다”고 덧붙였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한 밤중의 총격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하지만 경찰들의 총기사용에 대한 견해 차이는 여전히 존재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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