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받아먹고…모른 척 아닌 척 ‘귀뚤귀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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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받아먹고…모른 척 아닌 척 ‘귀뚤귀뚤’

일요시사 0 2689 0 0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지원율 1% 밑돌다 계열 합병 후 80%로 급증
오너일가 장악 회사…매출 90% 관계사 의존 

보일러로 유명한 귀뚜라미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 총 1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귀뚜라미’와 ‘나노켐’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92년 2월 설립된 ㈜귀뚜라미는 가스·기름보일러 등 냉난방기구 제조 및 판매업체다. 2009년 1월 귀뚜라미보일러에서 현 상호로 변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5명이 지분 61.7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귀뚜라미문화재단(20.06%), 귀뚜라미홈시스(15.81%), 나노켐(2.33%) 등이 갖고 있다.

‘일거리’까지 흡수

‘은둔형 오너’인 최 명예회장은 대구공고와 영남대를 졸업하고 1962년 귀뚜라미보일러를 창업했다. 이후 45년간 CEO와 그룹 회장으로 있다가 2007년 명예회장 직으로 물러나면서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현재 대구방송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다.

최근 사내 통신망에 무상급식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공지물을 게시한 ‘메일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최 명예회장은 부인 김미혜씨와 사이에 2남3녀(성환-영환-수영-혜영-문경)를 뒀다. 그룹 측은 ㈜귀뚜라미 주주명부에 ‘최진민 외 5인’이라고만 공시했으나, 여기엔 자녀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장남 성환씨는 유력한 그룹 후계자다. 귀뚜라미보일러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장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귀뚜라미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매출 2389억원 가운데 80%인 1909억원을 특수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귀뚜라미에 일거리를 넘겨준 곳은 종속회사(198억원), 지분법적용피투자회사(1551억), 기타 관계사(160억원) 등이다.

종속회사는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이다. 지분법적용피투자회사는 나노켐·귀뚜라미홈시스·귀뚜라미랜드·천진귀뚜라미보일러·대구방송·터키귀뚜라미보일러·귀뚜라미동광보일러, 기타 관계사는 귀뚜라미문화재단·귀뚜라미냉동기계·귀뚜라미복지재단·닥터로빈·센추리 등이다.
㈜귀뚜라미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1%도 되지 않다가 주요 계열사들과 합병한 뒤부터 급증했다.

㈜귀뚜라미가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0.2%(총매출 1855억원-내부거래 3억3100만원) ▲2001년 0.2%(1995억원-4억6100만원) ▲2002년 0.001%(2040억원-300만원) ▲2003년 0.05%(1951억원-9200만원) ▲2004년 0.02%(1726억원-3500만원) ▲2005년 0.1%(1778억원-2억원)였다.

㈜귀뚜라미와 계열사들이 ‘뭉친’ 것은 2005년 말이다. 당시 귀뚜라미보일러, 귀뚜라미가스보일러, 귀뚜라미센티온 등이 ㈜귀뚜라미에 흡수 합병됐다. 이후 ㈜귀뚜라미의 내부거래율은 2006년 30%(2023억원-602억원)로 뛴데 이어 2007년 58%(2100억원-1209억원), 2008년 84%(2198억원-1849억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에도 관계사 매출이 80%나 됐다. 총매출 2025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625억원(종속회사 186억원-지분법피투자회사 1416억원-기타 관계사 23억원)에 달했다.

㈜귀뚜라미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귀뚜라미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나노켐이다. 나노켐도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매년 평균 매출의 90% 이상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1991년 5월 설립된 나노켐은 자동온도조절기, 점화장치, 가스감지기 등 보일러 부품 제조업체다. 2007년 3월 귀뚜라미정밀공업에서 현 상호로 변경된 나노켐은 지난해 매출 470억원 가운데 92%인 433억원을 ‘식구’들과 거래했다.

종속회사(9억원), 지분법적용 피투자회사(417억원), 기타 관계사(7억원) 등이 나노켐에서 만든 부품들을 사갔다. 나노켐의 종속회사는 천진귀뚜라미보일러, 지분법적용 피투자회사는 귀뚜라미·귀뚜라미랜드·신성엔지니어링·센추리·대구방송, 기타특수관계자는 귀뚜라미홈시스·귀뚜라미범양냉방·닥터로빈·귀뚜라미냉동기계·귀뚜라미 동광보일러 등이다.

부인·아들 ‘쥐락펴락’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매출 대부분이 관계사에서 나왔다. 나노켐의 내부거래율은 ▲2000년 88%(399억원-353억원) ▲2001년 96%(469억원-450억원) ▲2002년 96%(512억원-492억원) ▲2003년 95%(509억원-486억원) ▲2004년 95%(447억원-426억원) ▲2005년 94%(392억원-369억원) ▲2006년 89%(403억원-360억원) ▲2007년 89%(407억원-361억원) ▲2008년 95%(384억원-366억원) ▲2009년 93%(345억원-320억원)로 나타났다.

이 회사 역시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3명은 지분 45.27%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귀뚜라미(31.38%), 귀뚜라미문화재단(23.35%) 순이다. 또 최 명예회장의 부인 김씨는 2000년 3월부터 나노켐 이사로 있다가 지난해 3월 대표이사까지 맡았다. 최 명예회장과 성환씨도 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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