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제주도 무슨 일이…천혜의 섬이 공포의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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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제주도 무슨 일이…천혜의 섬이 공포의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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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천혜의 섬 제주가 실종, 살인 등 각종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지로 사랑받아온 제주의 이미지가 강력범죄 발생으로 ‘공포의 섬’으로 추락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그동안 제주서 일어난 강력 범죄들을 집중 조명해봤다.

 

 

 

잠시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나선 후 행적이 묘연했던 최○○씨의 시신이 1주일 만에 발견됐다. 지난 1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1.5㎞ 해상서 최씨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씨의 실종 장소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시신이 발견된 가파도와는 정반대편이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까지 두고 폭넓게 사인을 규명 중이다.

 

최씨는 지난달 10일경 아들과 딸을 데리고 세화포구서 캠핑을 하던 남편을 찾아왔다. 최씨의 남편은 6월 중순경부터 세화포구서 캠핑 중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최씨는 남편과 저녁 식사 후 오후 11시5분경 세화포구 인근 편의점서 소주 1병과 김밥 등을 구입해 방파제에서 혼자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최씨는 친언니 등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범죄의 섬?

 

최씨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대대적인 경찰 수색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최씨가 신고 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한 짝은 바다서 다른 한 짝은 육지서 발견되면서 실족사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휴대폰 등 개인 소지품이 공중화장실서 발견되자 범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이 지난달 29일부터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해양전문가들은 최씨가 실종됐던 1주일간의 해류를 근거로 세화포구서 사망한 시신이 가파도서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연안해류를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단 1주일 만에 (해류가) 시신을 섬의 정반대 방향으로 옮겨놓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해석이 알려지자 최씨가 범죄 피해를 입은 후 육로나 해로를 통해 가파도 근처로 옮겨진 후 바다에 유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제주에 머물고 있는 예맨 난민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향하는 등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 만큼 떠들썩한 강력범죄가 제주서 자주 일어나는 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종 30대 여성 시신 발견

충격적인 강력범죄 잇달아

 

지난 2월에는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서 20대 여성관광객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다. A씨는 2월7일 오후 혼자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왔다가 다음날인 8일 새벽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부검결과 사인은 목이 졸려 숨지는 경부 압박 질식사였다. 

 

사건 용의자인 한정민씨가 경찰을 피해 도주한 끝에 자살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가족들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조사하는 과정서 용의자 한씨와 수차례 면담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한씨는 10일 오후 경찰을 따돌리고 항공편을 이용, 서울로 잠입해 서울과 수도권 등지서 도주행각을 벌이다 14일 충남 천안시의 한 모텔 욕실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도주기간 동안 피해 여성의 렌트카를 이용하고, 자살 전날 성매매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을 준강간한 혐의로 기소당한 일도 밝혀졌다. 사건이 일어난 게스트하우스는 임시 휴업 끝에 폐업했다. 

 

지난해 4월 개업 이후 10개월 만이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젊은 관광객들의 이용이 많았던 게스트하우스는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16년에도 도민은 물론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사건이 제주서 일어났다. 2016년 9월 제주시 연동 소재의 모 성당서 60대 여성이 중국인 천궈루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천씨는 피해 여성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외국인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에 도민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또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천씨가 “누군가 내 머리에 칩을 심어 조정하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이 커졌다.

 

천씨는 “중국에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둥 비합리적인 진술을 이어갔지만 경찰은 그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무게를 뒀다. 실제 천씨가 사건 당일 이전에 흉기를 산 점, 대상을 물색한 점, 범행 장소인 성당에 2차례 미리 방문한 점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부 역시 천씨가 치밀한 계획 끝에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고 봤다. 지난해 4월 광주고법은 이 사건에 대해 천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원심의 25년형보다 형량이 늘어난 판결이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천씨의 범행은 수법이 매우 계획적이고 잔혹하다”며 “범행 동기와 수단,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망상장애적 심신미약 상태서 범행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인구 대비 범죄율 1위

서울, 경기보다도 높아

 

2012년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도 도에서 강력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언급될 만큼 충격적이었다. 2012년 7월 제주 올레길서 여성관광객 B씨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의자는 도에 살던 강성익씨. 강씨는 두산봉 올레1코스서 B씨가 나타나자 나무 뒤편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B씨가 반항하자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강씨는 B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 이 과정서 훼손한 시신 일부를 제주시 한 관광지 버스정류장 의자에 갖다 놓는 등 대담한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대법원은 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3년과 정보공개 10년, 전자발찌 착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은 이후 걷고 산책하는 관광풍토를 아예 바꿔버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과거 사건 외에도 비슷한 류의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성당 살인사건서 피해 여성의 장례미사를 집전했던 강우일 제주교구장은 당시 급격히 증가하는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는 제주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강 주교는 “손님을 부르려면 공간과 시설, 일손, 질서를 잡을 사람들까지 확보하고 초대해야 하는데 단칸방에 온 동네 사람과 지나가는 길손들마저 불러들인 결과가 지금 제주의 현실”이라며 “인구 60만 정도인 작은 섬에 서울 인구에 맞먹는 1200만명의 타지인이 찾아와 머물고 갔고 그 결과 강력범죄율 1위, 1인당 쓰레기 투기량 1위 등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실제 제주는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를 나타내는 ‘전체 범죄 발생비’가 전국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제주서 발생한 범죄는 3만여건으로 전국 범죄건수의 2% 남짓에 불과하지만 인구수 대비로 따지면 전국 평균은 물론 서울이나 경기 지역도 웃돌았다.

 

관광객 때문?

 

일각에선 외부서 유입되는 관광객, 무사증 입국 제도로 비자 없이 머무는 외국인 수의 증가 등을 범죄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는다. 무사증 입국 제도는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11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 국민이 30일간 비자 없이 제주에 머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주서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잦아지면서 무사증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를 폐지하면 중국 청년층 관광객이 감소해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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