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이재명’ 민주당 딜레마버리자니 아깝고, 가지자니 버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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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이재명’ 민주당 딜레마버리자니 아깝고, 가지자니 버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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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계륵’의 사전적 의미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상황이 이렇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지만 함께 가자니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시한폭탄 수준이다.

 

 

 

공론화하기 힘들었던 이재명 탈당 문제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불을 지핀 쪽은 당 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진표 후보. 지난달 31일 김 후보는 서울 중구 SK오픈콜라보센터서 열린 스타트업 기업인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이 지사는) 의혹이 계속 해소되지 않고 당에 부담을 주는 만큼 결단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당대표 후보로서 당원들이 집요하게 물어오는 질문에 언제까지 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이 지사 탈당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발언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이 지사는 ‘형수 욕설 파문’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민주당 내에서 탈당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 달여 지나 ‘조폭 유착 의혹’이 터졌다. 지난달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지사가 지난 2007년 성남 지역 폭력 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에 대한 변론을 맡았으며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씨가 설립한 회사 ‘코마트레이드’를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당시 이 지사가 이씨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지사와 관련해 최근까지 700여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왔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청원은 ‘즉각 사퇴하라’는 글이다.

 

민주당원들 사이서도 사퇴하라는 여론이 높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30∼31일까지 실시한 8월 첫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58.5%가 이 지사의 민주당 탈당을 찬성했다(반대 28.9%). 

 

전체 응답층에서도 이 지사의 탈당에 찬성하는 의견이 49.1%로 과반에 가까웠다(반대 3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서도 이 지사 탈당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김진표 후보는 지난달 29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6·13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가 당의 후보였기 때문에 보호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어떤 일이 옳은 것인지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국민들이 지난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후보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것이 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정치 상황인데 당대표 후보들께서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을까”라며 “이 문제는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 옳은 자세냐, 당에 계속해서 부담을 주지 않도록 빨리 정리하시라, 그런 충정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표 ‘탈당론’ 불씨 당겨

미루는 ‘송’ 입 다문 ‘이’

 

김 후보가 군불을 지핀 이 지사 탈당 문제는 당권경쟁의 초반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영길 후보는 이 지사 탈당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엄정 조치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달 30일 송 후보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여당의 전당대회가 희망을 주기를 바라는 상황서 당내 문제로 이전투구를 해서는 안 된다”며 시기적으로 당권경쟁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지사 탈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적 문제가 불거지면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원칙대로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후보는 탈당 문제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지사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전당대회와 관계가 없을 것”이라며 거듭 선을 긋고 있다.

 

 

 

당권주자 3명은 이 지사 탈당 문제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선 김 후보가 이 지사 탈당을 공론화시킨 이유에 대해 ‘친문 결집’ 때문이라고 내다본다.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 중 이 지사에 대해 비토 정서를 가진 의원이 다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 당시 친문 직계인 전해철 의원이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패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 지사 탈당 공론화는 친문 진영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해찬 후보를 상대로 전선을 구축하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당 대표 후보 3명 중 김진표·이해찬 후보는 친문, 송영길 후보는 비문(비 문재인)으로 분류된다. 결국 김 후보는 친문 표심을 놓고 이 후보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에 이 지사 탈당 이슈를 선점해 친문 주류의 가려운 곳을 긁어줌과 동시에 이 후보를 견제하는 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 후보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의원이 최근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이 후보를 후방서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송 후보는 이 지사 탈당 문제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면서 친문·비문 사이 중간지대 표심에 구애를 펼치는 모습이다. 당대표 출마선언을 했을 때 “친문과 비문, 지역, 운동권을 넘어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저 송영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던 통합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 후보가 이 지사와 관련해 발언을 자제하는 이유는 최측근의 경기도 평화부지사 임명으로 제기되는 ‘이해찬-이재명 연대설’에 대한 방어로 해석된다.

 

결단 촉구

 

민주당 입장에선 이 지사의 거취를 쉽게 결정짓기 힘들어 보인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낙마한 상황서 또 다른 유력 대권주자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지사를 계속 안고 가기에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 초반, 민주당 지지율은 40% 중반을 기록하며 대선 이후 최저치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보 제지 추미애, 왜?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 3명의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제지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서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에게 공명선거 실천 서약을 받은 뒤 “품격 있고, 격조 있는 전당대회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김영진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간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를 넘으면 선관위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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