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포차 스캔들’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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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포차 스캔들’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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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3일 뒤…제주 포장마차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6·13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선자는 7월 관내에 입성, 새로운 지방정치를 위한 닻을 올렸다. 전쟁은 끝났고 5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전·현직 시장의 4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안양시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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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안양시장


정치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는 선거 기간이다. 후보가 결정되고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의혹과 해명이 난무하는 난타전이 벌어진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후보 간 실제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끝나지 않은
고소·고발전


상황은 선거 결과가 나오면 양측 모두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으로 대부분 마무리된다. 안양시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기간에 후보 간 제기한 고소·고발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안양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최대호 현 안양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전 안양시장이 번갈아가며 시정을 돌봤다. 두 전·현직 시장의 역대 전적은 2승2패로 팽팽하다. 한 사람이 연속으로 당선된 적이 없을 만큼 승부는 치열했다.

최 시장과 이 전 시장의 첫 맞대결은 2007년 민선 4기 재·보궐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은 대법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다.

2007년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일에 치러진 안양시장 재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시장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한 최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최 시장이 한나라당 이 전 시장에 승리했다.

2014년 6·4지방선거는 새누리당 이 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최 시장을 누르고 시장으로 재입성했다. 두 후보의 4번째 맞대결이 성사된 6·13지방선거는 최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10년 넘게 선거서 맞대결을 펼친 두 후보는 이번 선거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과정서 2014년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 관련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안양시장이던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3일 뒤인 2014년 4월19일 제주도를 방문,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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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운 전 안양시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은 5월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시장의 세월호 사고 직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처음 꺼냈다. 손 원장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의 비통함. 온 국민은 밤잠을 못 이루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안양시청 직원의 자녀분 또한 그 안에 있었던 고통의 시간 속이었다”며 “그 시기 2014년 4월19일 제주 성산의 해안도로 한곳을 방문했다고 당시 현직 안양시장 최대호는 즐거운 흔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최 시장 제주 방문 의혹 쟁점
측근들 가게 무단침입 드러나


손 원장은 당시 최 시장이 방문했다는 의혹이 나온 제주도의 포장마차 천막에 남겨진 사인을 근거로 들었다. ‘Smart A+ 안양의 시민들 행복하세요. 2014. 04. 19. 안양시장 최대호 Choi’라고 적혀 있는 포장마차 천막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제주시에 공무상 다녀오셨나요? 그러시다면 전후 일정을 공개해달라. 제주에 간 적이 없다면 안 갔다는 한국 항공공사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 시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최 시장은 ‘잘못된 사실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손 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안양시청 수도과에 근무하는 직원 자녀분이 사고를 당해 고통을 같이 했던 시간에 뜬금없는 제주도 관광을 했다고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A+안양, Smart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의 사인을 남겼다고 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4년 4월19일 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면서 포장마차 천막에 쓰인 ‘A+’는 전임 신중대 시장이 재임 당시 만든 로고며, 자신의 필체는 더욱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손 원장은 최 시장의 주장과 언론보도를 비교한 자료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이어 “2014. 4. 19 논란의 한 글귀에 대한 최 시장 후보의 변론과 당시 언론 기사를 찾아 비교해봤다”며 “(안양시 공무원 자녀) 시신 수습이 21일이고…조문 갔다는 기사는 24일이고. 마치 19일에 조문 간 줄 알겠어요”라고 썼다.

당시 최 시장 측은 ‘세월호 사고 직후 최 시장은 제주도에 방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손 원장의 의혹 제기 이후 언론사 취재에 대한 답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방송토론회, 최 시장 측에서 제작한 동영상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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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 중인 세월호 (사진=진도사진공동취재단)


선거 닷새 전인 6월8일에는 최 시장 측 정기열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양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시장의 제주도 포장마차 방문 의혹에 대해 국내 7개 항공사의 당시 탑승기록과 함께 필적 감정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을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비방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사이 세월호 관련 의혹은 안양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렇다 할 결론 없이 6월13일 최 시장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됐다.

포차 사인
누구의 것


하지만 선거 기간 중 ‘반짝 논란’으로 그치나 했던 의혹은 6월 말 손 원장이 제주의 포장마차서 최 시장의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사인을 발견하면서 불씨를 남겼다.

발견된 문구는 ‘四海皆兄弟(사해개형제, 서로 존경하고 예의로서 교제하면 세상 사람이 다 형제가 된다) 2015. 12. 28. 安養 崔大鎬(안양 최대호), 내사랑, CHOI DAE HO’.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천막은 장사가 시작되면 포장마차 측에서 말아 올려둔 터라 발견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원장은 7월1일 해당 문구가 적힌 포장마차 천막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해개형제)의 의미는?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 세월호 때 제주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못보고 다시 적었나요? 아니면 뭐지요?”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 부분은 최 시장이 현역 시장이던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서 ‘사해지내(四海之內), 개형제야(皆兄弟也)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13년 11월21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최 시장은 “‘사해지내 개형제야’라는 말이 있듯이 온 세상은 모두 형제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오늘 2014년도 예산안 심의를 요청하면서 내년도 시정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필운 후보 측은 8월24일 제주도 방문 관련 허위사실공표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 시장을 고발했다. 고발인은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직후 제주도에 방문했음에도 연설, 방송, 신문 등에서 방문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후보자가 당선될 목적으로 경력,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리하게 공표한 것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인이 남긴 불씨는 8월29일 제주의 포장마차에 최 시장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3명이 등장하면서 재점화됐다.

포장마차 주인 A씨는 이날 오후 7시경 현재 안양시청 언론홍보기획관으로 근무 중인 정○○씨의 전화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장사를 일찍 접고 포장마차의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정씨는 “안양시장이 여기에 왔다 갔다는 것 때문에 확인 좀 해보려고 왔다”며 “시장이 진짜 여기에 왔다 갔는지, 그 분이 맞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측근 셋은
왜 포차에?


정씨는 A씨가 손영태씨(전공노 원장)를 통해서 온 것이냐고 묻자 “아니다”며 “저는 최대호 시장하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포장마차 사인 문제로 고소·고발이 돼있는데, 사인이 진짜인지 시장(최대호 시장)이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씨와 동행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이 그 시간대 A씨의 포장마차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씨와 통화를 마친 A씨는 포장마차 뒤쪽으로 몇몇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포장마차로 돌아간 A씨는 포장마차 뒤편 지퍼가 평소와 다르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에는 두 남자가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해 내부를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신원은 전직 안양시 공무원 염○○씨, 언론인 이○○씨로 드러났다.

염씨는 9월3일 “전복을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한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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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씨는 정씨 등 3명을 9월14일 현주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제주 서귀포 경찰은 의왕서와 안양 동안서에 촉탁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포장마차에 침입한 염씨와 이씨를 기소 의견으로, 밖에 있던 정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 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10월22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우규 의원은 이날 본회의서 최 시장에게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 시장은 “제가 설령 제주도에 간 사실이 있다면 누군가를 시켜서 ‘주인을 만나서 회유를 하든 증거물을 없애든’ 이라고 부탁이나 지시를 했겠지요”라며 “제주도 간 사실도 없는데 왜 ‘가 가지고 만나봐라’ 뭐 확인을 하겠습니까, 그게”라고 항변했다.

“시장이 가보라 해서 …” 
전직 공무원의 증언


이어 “마치 제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사주해서 했던 것처럼 이렇게 지금 하고 있습니다만, 전연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시장님께서는 제주도는 물론 포장마차도 가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측근 세 분이 왜 제주도의 포장마차에 갔는지 하는 것은 모두가 궁금해 하는 대목”이라며 “시장님과 제주도에 가서 포장마차 주인(A씨)과 통화한 그 분(정씨), 둘 중의 한 분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은 정씨의 채용 관련 논란으로 번졌다. 정씨가 안양시 홍보기획관 채용시험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적격 논란이 불거졌다. 8월27일 안양시서 낸 채용 공고에 따르면 홍보기획관은 일반직 공무원과 외부 인사 모두에 문이 열려 있는 개방형 직위다.

안양시는 7월31일 ‘안양시 행정기구 및 공무원 정원 조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홍보기획관을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 및 공무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개방형 직위로서 지방임기제 공무원으로 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일부 안양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행규칙 개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씨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했고 11월1일부터 시청서 근무 중이다. 한 안양시청 관계자는 “그 자리(언론홍보기획관)에 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논란이 된 인사를 앉힌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지난 8일 기자는 정씨에게 당시 제주도에 내려간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정씨는 “최 시장이 엉뚱한 오해를 받고 있어 해소해 주려 했다”면서도 “사적인 영역이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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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 포장마차서 발견된 두 번째 사인에 대해서도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모른다”며 “시청서 내놓은 해명 자료를 참고하라”고 말했다.

안양시청 안전행정국 총무과 관계자는 “(정씨의 문제는)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도 아니고, 아직 결론이 난 사안도 아니다.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서, 지방공무원법 31조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징계 사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격논란
결격 사유?


최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10월22일 본회의서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정씨가) 앞으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시장님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건을 표면적으로 불러내서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런 분을 홍보기획관에 임명하는 게 적절한 지 시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하셔야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시장은 “누구든지 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며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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