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도주 어느 ‘파워블로거’의 이중생활 전말

한국뉴스


 

살인·도주 어느 ‘파워블로거’의 이중생활 전말

일요시사 0 2148 0 0
한마디로 무서운 세상이다. 그동안 갖가지 흉악범이 날뛰고 때로는 천륜을 저버린 반인륜적 범죄가 없지 않았지만, 최근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중인 한 ‘파워블로거’의 살인극에 네티즌들이 술렁이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온라인상에서 ‘잘나가는 서초동의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특별한 직업도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두 달째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살인자에 거짓 블로그까지 ‘뻔뻔’
범행 당일에도 블로그 행각 ‘경악’


유명(?) 블로거 황덕하(52)씨가 전 부인을 흉기로 살해한 후 도주한 혐의로 공개 수배됐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7월7일 오후 7시30분께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에 위치한 자신의 부모 집에서 2년 전 이혼한 전 부인 A(51)씨를 흉기로 6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범행 당일 A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부모가 보는 앞에서 전 부인을 살해하고 “나도 죽겠다”고 말한 뒤 도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A씨는 이혼 후에도 황씨가 수시로 생활비를 요구하며 찾아오자 황씨로부터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기 위해 황씨의 부모 집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씨는 A씨와 이혼 후에도 수시로 찾아가 생활비를 요구하며 A씨로부터 1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황씨의 모습이 담긴 수배전단 2만부를 제작ㆍ,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체제로 전환했다. 또 황씨가 범행 직후 자취를 감춘 점 등으로 미뤄 자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황씨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칠보산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황씨는 키 178㎝에 건장한 체격으로 주로 등산복을 입은 채 다니며 고시원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고 인상착의를 전했다.

총 방문자 수가 170만 명에 달하는 블로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운영했던 황씨는 네티즌 사이에서 ‘서초동의 인권변호사’로 통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이혼남에 무능력한 가장이었다.

전문대를 중퇴한 그는 10년 전부터 “법무사 시험을 보겠다”며 집을 나왔고 가족과 떨어져 줄곧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일정한 직업도 없었다. 다만 그는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쌓은 법무지식을 토대로 블로그를 운영했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다루던 블로그 속에서는 그는 잘 나가는 인권변호사였다. 

1315531934-28.jpg
블로그 이름도 ‘양자물리학자’인 오스트리아인 슈뢰딩거의 이름을 따 그럴듯하게 지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블로그에 올렸다. 주요 촛불집회·시위 현장에는 항상 출몰해 사진과 글을 함께 게재했고, 그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 중에는 그의 글 하나하나를 떠받드는 추종자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충격적인 것은 황씨가 전 부인을 살해한 범행 당일에도 블로그 행각을 한 것이다. 사건 다음날에는 1만1400여명의 팔로워가 있는 자신의 트위터에 맨션을 남기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황씨의 블로그에는 범행 당일 게재된 '신묘한 무기(하프와 IFO-이온추진비행제)에 의해 죽탕이 되고 있는 미국 본토'라는 게시글을 끝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블로그 주소가 포털을 통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블로그 사회에 ‘경종’

네티즌들은 범행 후에도 블로그에 ‘미국 모래폭풍’에 관한 글을 올린 대범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사건 당일 오전에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사건 다음날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범인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블로거에 대한 엄격한 시선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파워블로거가 논란이 됐던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일어났던 일명 ‘베비로즈 사건’ 역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블로그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을 운영 중인 파워블로거 현모씨(닉네임, 베비로즈)는 당시 36만원 가격의 살균세척기 3000대를 공동구매로 판매 중계하고 총 2억10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소비자들이 블로그 내 상업성에 대한 문제를 성토하고 나섰고 블로그 문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베비로즈 사건이 물질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면, 이번 슈뢰딩거 고양이 사건은 도덕적인 가치 측면에서 우리사회에 또 한 번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