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등극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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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왕’ 등극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일요시사 0 1984 0 0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마이클 블룸버그, 마크 저커버그….’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이라는 것이다. 단지 돈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부의 상속’을 자녀들이 아닌 사회에 환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을 높이 산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기업의 기부문화는 많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사재가 아닌 기업차원의 기부가 대부분인 데다 그마저도 ‘보여주기식’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화제다. 금액은 무려 5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통 큰 기부’에 세간의 관심은 정 회장이 존경 받는 부자 대열에 낄 수 있을지, 나아가 우리 기업의 기부문화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5000억원 상당 주식 해비치재단에 출연 ‘사상 최대’
‘통 큰 기부’ 소식에 여야 불문하고 정치권 박수갈채

지난달 28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 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정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앞으로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쉽게 낙심하지 않도록 기회, 즉 교육의 사다리를 튼튼하게 세워 우리 사회의 미래 건강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자녀에
교육기회 제공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교육을 통한 우리 청소년들의 다양한 미래 희망 실현의 기회 확대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사회 기여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해 왔으며,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본인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해비치 재단은 ‘저소득층 인재지원’을 재단의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세부적인 실행 프로그램으로는 ▲저소득층 우수인재 육성 전문 프로그램 운영 ▲문화·예술·체육·분야 저소득층 우수인재 양성 ▲국가 유공자 자녀 교육 지원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 발굴 등이 있다.

정 회장은 특히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신용 불량 등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 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며 “이 같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통 큰 기부’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갈채를 보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몽구 회장이 저소득층 자녀 교육을 위해 사재 5000억원을 쾌척키로 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뜻 깊다”며 “특히 ‘참 나쁜 진보’ ‘부패한 진보’의 썩은 냄새나는 뇌물 뒷거래로 온 나라가 시름을 앓던 차에 들려온 훈훈한 소식으로 국민의 마음 한켠에 청량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빈부격차 축소와 따뜻한 사회 실현은 정부의 복지재정 뿐 아니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서도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정 회장의 기부는 대기업의 기여와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재계의 기부문화 활성화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지분 하락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주식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정 회장의 희생적인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며 “정 회장의 기부는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기부가 이처럼 환영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들의 기부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연말연시나 재난 때 적지 않은 돈을 내놨지만 대부분 기업 차원의 기부였다. 게다가 이마저도 ‘보여주기’나 ‘생색내기’용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당연히 돋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 기부 규모로는 사상 최대 액수였다. 그간 사재출연 규모는 이종환 삼영그룹 창업주 3000억원 사재 출연,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족명의로 기부한 3500억원 그리고 최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2000억원 수준이었다.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도 그의 기부를 빛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 회장은 2007년 600억원, 2008년 300억원, 2009년 900억원 등 총 세차례에 걸쳐 글로비스 주식 1500억원 상당을 해비치 재단에 기탁했다. 여기에 이번 출연까지 더해지면서 해비치재단의 출연금은 총 6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수사되던 당시 2013년까지 사재 84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절반 이상 지킨 셈이다.

정 회장 사재출연
어느 정도 예견

사실 정 회장의 사재출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17일 범현대가 총수 일가가 5000억원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을 발표했지만 정작 장자인 정 회장은 참여하지 않아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의원은 “형님(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별도로 (재단을)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가의 장자인 정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공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왔으며 이번 추가 출연을 통해 구체화된 것이다.

정 회장의 기부 배경과 관련해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새로운 국정화두로 삼은 것에 대한 응답의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계열사 몰아주기 논란 속에서 정 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율을 낮춰가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이행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1315146376-94.jpg 총 6500억원…2013년까지 8400억원 기부 약속도 
우리 기업 기부문화 변화 이끌어 낼지에 관심 집중


그러나 이유를 불문하고 정 회장의 기부는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기부는커녕 세금을 더 깎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부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과 기업인에게 영향을 주리란 점도 정 회장의 기부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조원 규모의 기부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고, 다른 기업 총수들도 어떤 식으로든 공생발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정 회장의 기부가 우리 기업의 기부문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보유 중이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3.51%(131만5790주)를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증여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정 회장이 당초 약속한 금액(5000억원 · 지분 7.02%)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 관계자는 “증여세법 탓에 어쩔 수 없이 지분의 절반을 먼저 증여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 ·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라도 특정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지분 5%를 초과해 보유하면 초과분에 대해 최고 60%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편법 증여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증여법 때문에
절반만 먼저 증여

2007년 해비치재단 설립 이후 정 회장은 1500억원 규모의 글로비스 지분을 기부했다. 재단은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판 돈으로 복지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1.37%(51만2821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이 이번에 증여한 지분 3.51%를 합치면 4.88%다. 해비치재단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이 5%를 넘지 않아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그룹 측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약속한 지분을 한꺼번에 증여하면 많은 돈이 사회공헌에 쓰이지도 못한 채 세금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재단이 앞으로 글로비스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낮아지면 그때 정 회장이 나머지 지분(3.51%)도 순차적으로 증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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