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거성 강호동 은퇴선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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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거성 강호동 은퇴선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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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화두는 단연 강호동이었다. 추석 직전 터진 ‘잠정 은퇴선언’ 때문이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친지들은 온통 강호동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온라인상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방, 술집, 길거리 등 사람들이 모인 장소면 강호동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9년 씨름선수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래 지난 22년간 승승장구하다 ‘탈세’에 발목 잡혀 급정거한 강호동,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봤다.



최연소 천하장사에서 연예계 진출해 ‘승승장구’
탈세에 발목 잡혀 잠정 은퇴 선언 추석 때 칩거

197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강호동은 마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중퇴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씨름판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추어 씨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고교졸업과 동시에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키 182㎝에 몸무게 120㎏이었던 그는 괴력과 승부근성을 함께 갖춘 ‘소년장사’로 평가 받았다. 이후 훈련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며 막강 씨름꾼으로 거듭났다.

그 끝에 1990년 불과 19세의 나이로 제18회 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씨름계의 거성 이만기를 제압하고 최연소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1990년 한해에만 천하장사 3연패에 성공한 강호동은 이후 두 차례 더 천하장사에 오른 뒤 1992년 민속씨름무대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9세에 이만기
꺾고 천하장사

이후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던 강호동은 선배 개그맨 이경규의 추천으로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뽑혀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경규는 씨름선수 시절부터 유머감각이 남다르고 코미디에 관심이 많던 강호동을 눈여겨 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그의 방송계 입문은 씨름선수의 외도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강호동은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순발력과 애교를 무기삼아 1994년 MBC방송대상 코미디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2000년대 MC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공포의 쿵쿵따>, SBS <뷰티풀 선데이>를 통해 MC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SBS <실제상황 토요일> <야심만만> <X맨 일요일이 좋다> 등을 거치면서 개그계의 강호인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등을 하나둘씩 제치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SBS <스타킹>, MBC <황금어장>,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진행하고 있던 2007년에는 SBS연예대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한발 나아가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양손에 쥐었다. 이어 2009년과 2010년 KBS연예대상과 SBS연예대상을 각각 수상하며 모두 5번의 연예대상을 손에 넣었다. 이를 통해 강호동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MC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강호동이 이처럼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였다. 연예계 생활을 하다보면 으레 한 번씩 음주사고, 폭행사고, 금전사고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기 마련이지만 강호동은 지금까지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고 항상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썼으며, 제작진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 해왔다. 그는 <1박2일>에서 수시로 ‘버라이어티 정신’을 강조하며 동료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역설했고 몸소 실천했다.

한 달 전 <해피선데이-1박2일> 하차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 ‘<1박2일> 강호동 하차 반대 십만 명 서명운동’이 벌어져 순식간에 1만 명이 모여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의 탈세 사실이 알려지자 ‘하차 반대 서명운동’은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으로 바뀌었고 사방에선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큰 때문이었다. 그간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이경규 추천으로
연예계에 입문

결국 강호동은 탈세 파문 나흘 만에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강호동은 지난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국민여러분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고, 이 순간 이후로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식한 강호동이 며칠 동안 고민하고 결정한 거다. 젊어서는 씨름 밖에 몰랐고 이후에는 방송 밖에 모른 채 달려왔다”며 “자숙의 기간 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초심을 잃고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청자 여러분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게 제게 주어진 의무”라면서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나”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은퇴 발표에 방송사 3사 물론 연예계 전체 혼란
강호동 프로그램 고정 출연 연예인에게도 불똥


이번 일로 강호동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한 측근에 따르면 강호동은 추석동안 당초 예정돼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강호동은 몇몇 공식 스케줄이 있었으나 잠정 은퇴 선언과 함께 개인적인 일정만을 보냈다. 이 측근은 “남아있는 방송 일정 정리 등 모든 것을 미뤄놓고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냈다”며 “워낙 큰 충격을 받아 가족과 함께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격에 빠진 건 강호동만이 아니다. 그의 ‘잠정 은퇴’ 발표에 방송사 3사는 물론 연예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강호동은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스타킹>과 <강심장> 등 지상파 TV의 4개의 프로그램에 출연중이다. 이 가운데 SBS <강심장>을 제외하면 모두 방송기간이 4년이 넘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평균 시청률이 25%에 달하는 <1박2일>을 비롯, 이들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을 모두 합하면 60%가 훌쩍 넘는다.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이 모두 강호동이라는 존재에 기대왔다는 점이다. 현재 네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빠지면 존재의 의미가 없어질 만큼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강심장>은 강호동과 이승기가 <1박2일> 때부터 쌓아온 콤비 플레이로 환상의 호흡을 맞춰왔다. 이미 강호동이 하차의사를 밝혔던 KBS2 <1박2일>은 6개월 시한부 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나, 당장 고별방송을 준비해야 할 판이다.

“연예계 미칠 영향
쓰나미급일 것”

<무릎팍도사>는 말 할 것도 없다. <황금어장> 방송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무릎팍도사>에서 강호동이 방송에서 빠지게 된다면 아예 <황금어장>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다. 강호동이 출연하지 않는 <스타킹> 역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강호동의 은퇴는 그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킹>과 <강심장> 등에 고정으로 출연했던 여러 연예인들에게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강호동의 은퇴가 연예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쓰나미 급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강호동이 진행하는 <강심장>과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방송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강호동이 많은 연예인들의 밥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의 은퇴로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면 당장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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