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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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클럽 아레나’ 유흥대부 돕는 전관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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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국세청 방패막이로 세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강남에 수십개가 넘는 클럽과 가라오케 등을 차명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모 회장. <일요시사> 취재 결과 강 회장이 사정기관 수사를 앞두고, 전 검사장과 경찰청 차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세무조사 때는 전직 강남세무서장을 세무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대기업 사건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합이다. 일각에선 전관들 때문에 강 회장 사건이 축소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올해 초 아레나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약 26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강 회장과 바지사장 6명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강남경찰서에 이첩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지사장 

걸었다가…

 

지난달 27일, 강남경찰서는 강 회장을 긴급체포했다. 그 다음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은 수사 보강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강남 화류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 회장이 영장 기각된 이후 주변사람들에게 ‘언론, 검찰, 경찰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전관 변호사를 써서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이 긴급체포해서 영장 치면 뭐하느냐. 지금 나와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 다닌다. 불안해하는 부하직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강 회장은 어떤 변호사를 선임했기에 이토록 호언장담했던 걸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강 회장이 검찰과 경찰 수사를 앞두고 ‘특수통’ 유상범 전 검사장과 ‘경찰청 넘버2’ 김귀찬 전 차장을 변호사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된다. 

 

유 전 검사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통하며 지난 박근혜정부서 가장 잘나가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84학번 동기로 배우 유오성의 형이기도 하다. 

 

실소유주 타깃…사정기관 수사 확대

검사장·경찰청 차장 출신 변호 맡아

 

유 전 검사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9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첫 임관한 이후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제주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 창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유 전 검사장은 부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 끝에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2017년 7월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앞서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3차장으로 ‘정윤회 문건’ 수사 지휘를 맡았다. 당시 국정 개입 의혹 등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 자체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춰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사건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 전 검사장은 사임 당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글을 통해 “(정윤회 문건 수사에)부끄러운 일이 없었는지, 빠진 것이 없었는지 무수히 자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검사장은 2017년 9월 유상범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변호사 업무를 개시했다. 

 

김 전 차장은 12만 경찰의 넘버2였다. 제33대 경찰청 차장으로 2016년 9월에 취임했다. 김 전 차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친박(친 박근혜)이었던, 김재원 전 정무수석과 고향이 같아 일찌감치 이름이 오르내렸다. 치안감 이상 고위직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즉 청와대가 출신지역과 입직 경로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명업소 총괄

경리가 제보해

 

김 전 차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으며 사시 출신으로 경찰 조직에 들어가 승승장구했다. 경찰청 정보국장, 경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등을 역임했다. 경찰청서 수사·정보·보안 등 주요 요직의 국장직을 세 차례나 지냈다.

 

2017년 7월에 새 정부 인사로 퇴임한 후 같은 해 9월, 검찰총장으로도 하마평에 올랐던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과 김귀찬·오세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국세청서 아레나를 세무조사 했을 당시 세무조사 대리인은 류덕환 전 강남세무서 서장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류 전 서장은 9급 서기보서 시작해 3급 부이사관까지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국세청 재산세과·감사관실, 대구국세청 감찰계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 총리실 파견, 국세청 감찰담당관실2계장, 국세청 감찰1계장, 강릉세무서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2과장, 국세청 청렴세정담당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며 국세청의 주요 보직 중 하나인 강남세무서장에 올랐다. 2016년 6월 강남세무서장을 끝으로 퇴임해 같은 해 11월1일 세무법인 티앤티를 개업했다.  

 

사정기관과 법조계 관계자들은 “강 회장이 선임한 전관들은 대기업 오너 변호인단서나 볼 수 있는 조합”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 전 검사장과 김 전 차장은 변호사 개업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S급 전관 변호사’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수임료만 수억원에 달한다. 단적인 예로 정운호 게이트 당시 홍만표 전 검사장의 월평균 매출액이 6억8700만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재벌이나 돈 있는 사람들은 경찰 수사서 경찰 전관을, 검찰에선 검찰 전관 등을 선임한다. 재판에선 법원 출신 전관들을 쓴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 사건 수임과 관련해 전관 변호사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답변을 거절했다. 유 전 검사장은 “의뢰인 사건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 주 업무는 김귀찬 변호사가 하고 있다. 그쪽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의뢰인 관련 인터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세청·검찰·경찰 전관들 때문에 강 회장 사건이 축소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강 회장의 조사 및 수사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곳곳에 있다. <일요시사>는 국세청→검찰→경찰로 이어지는 강 회장 수사를 단계별로 살펴봤다. 

 

먼저 국세청은 왜 아레나만 세무조사를 했던 걸까. 아레나는 강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업소들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본지 1191호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A 회장 실체 추적 참조).

 

아레나 사건은 국세청 제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연초 강 회장 여동생 밑에서 일하던 A씨가 국세청에 강 회장의 비위를 제보했다. 여동생은 강 회장이 차명 운영하고 있는 모든 유흥업소의 장부를 총괄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류계에선 A씨의 제보가 강 회장과 여동생의 갑질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당시 A씨가 국세청에 넘긴 자료에는 강 회장이 차명 소유하고 있는 10여개의 유흥업소 리스트도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긴급체포

검찰 영장기각

 

A씨의 제보를 토대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해 3∼8월까지 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2국은 중견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강 회장의 탈세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이 세무조사서 26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으며, 강 회장을 등 바지사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추징금 규모나 검찰 고발 등을 감안할 때 외형적으로는 원칙에 입각해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세금 추징이 된 건 아레나 한 곳뿐이었다.  

 

화류계 관계자는 “강 회장 여동생은 매일 강 회장 유흥업소로부터 일보(일일보고)를 받았다. 엄밀히 말해 A씨는 아레나 직원이 아니라 강 회장 여동생의 직원이었다”며 “국세청서 강 회장의 차명 회사를 모두 조사했다면, 탈세 규모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세청이 강 회장 세무조사를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관할 세무서장 출신 세무대리인으로

과거 세무조사 당시 축소·무마 의혹

 

검찰은 왜 아레나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을까. <일요시사>는 복수의 국세청·검찰 관계자들에게 아레나처럼 260억원에 달하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을 때, 사건 배당이 어느 부서로 이루어져야 합리적인지 문의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세범죄조사부’라고 답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특수부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3차장 산하에 있는 조세범죄 전담 부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사건이 형사부에 배당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사2국서 한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조세범죄조사부서 수사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조세 사건이 꼭 조세전담부로 가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고소·고발로 하루에 수십건을 처리하는 형사부가 이 정도 규모의 수사를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레나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해 강남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해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 현재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수사관 한 명이 혼자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강 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이후 사건은 답보상태다. 경찰 내부에서는 애초에 이 사건은 일선 경찰서에서 하기 힘든 사건이었다는 뒷말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서 조사했다면 최소 수십명이 투입될 사건이다. 이걸 서울지방경찰청도 아닌 일선서 수사관 한 명이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며 “검찰서 왜 사건을 경찰서에 이첩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세청·검찰·경찰은 ‘수사·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막강 군단이 

그를 감싸다

 

사정기관들의 석연치 않은 조사·수사 과정을 종합했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바로 강 회장이다. 검사장·경찰청 차장·서장 출신의 전관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전관들은 강 회장에게 수 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그동안 강 회장과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

 

 

 

 

 

 

<기사 속 기사> 전관 변호사 아직 ‘살아있네’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은 전관 변호사나 연고 관계 있는 변호사가 경찰·검찰의 수사절차나 형사재판, 민사재판 등에서 ‘기소 여부나 재판의 결론을 바꾸는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전관 예우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10월24일 발표했다. 사법발전위는 지난해 6월20일부터 10월1일까지 일반 국민 1014명과 법조 직역 종사자 1391명을 상대로 전관예우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했다.

 

법조계 종사자들 중에서도 변호사(75.8%), 변호사 사무원(79.1%), 검찰 일반직원(66.5%)의 대다수가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판사의 경우엔 ‘전관예우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2%여서 대조를 이뤘다. 검사들도 ‘전관예우가 존재한다(42.9%)'는 응답이 ‘존재하지 않는다(34.9%)'보다 많았다.

 

경찰·검찰 수사절차에서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6명가량이 ‘혐의사실에 대한 결론, 즉 기소ㆍ불기소 여부를 바꾸는 영향이 있다(60.9%)'고 응답했다. 그러나 설문에 응한 검사 가운데선 ‘결론을 바꾸는 영향은 없다(74.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전관 변호사에게 기대하는 혜택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시기나 자진출석 시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58.0%)’ ‘구속수사 사안이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다(50.6%)’ ‘적용 법조나 죄명을 좀 더 가벼운 것으로 바꿀 수 있다(49.1%)’는 응답이 많았다. <창>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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