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호황’ 불황에 돈 버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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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호황’ 불황에 돈 버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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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시대의 화두가 남북문제서 경제로 바뀌었다. 지난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먹고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상황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사업들이 있다.

 

 

 

▲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한 복권판매점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경제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자 고공행진을 벌이던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를 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서도 아우성이 나온다. 청년실업률 증가로 2030세대의 좌절감은 높아만 간다. 정부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진통이라고 말하지만 당장 삶이 힘든 국민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경제 문제

시대 화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서 열린 신년회서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 있다”며 “왜 또 내일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리지만,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던 시기였다”며 “2019년은 정책성과를 국민께서 삶 속에서 확실히 체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각계각층과 정부 주요 인사 300여명이 모인 자리서 문 대통령은 혁신을 통해 저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기세다.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존 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인 ‘알바콜’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7%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17.8%), 기존 직원의 감원(17.0%), 신규 채용 계획 취소(12.5%) 등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최저임금에 따른 변화를 시사했다. 7.3%는 폐점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세청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개업 대비 폐업 수를 나타내는 자영업 폐업률은 2016년 77.8%서 지난해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은 닫았다는 뜻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자영업자 폐업이 늘면서 중고가전 거래가 이뤄지는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도 한산해졌다. 주방거리는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끝내려는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자영업이 활성화될 때는 중고 주방용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지금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업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월 전망치가 92.7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앞으로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월 전망치는 지난해 12월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5월 100.3서 6월 95.2로 떨어진 후 8개월 동안 100을 밑돌았다.

 

“못 살겠다”

괴로운 자영업

 

수출(92.1), 내수(93.5), 투자(95.5), 고용(99.7) 등 부문별 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호조를 보였던 경제지표인 수출 실적도 올해 1분기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9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3.1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EBSI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93.6) 이후 8분기 만이다.

 

하지만 암울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업은 말 그대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 불황이 가져온 호황의 현장이다.

 

▲폐업 처리 =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 등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이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두 차례 인상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가족 경영으로 전환했다가 결국 문을 닫는 상황에 처했다.

 

사업은 열 때도 그렇지만 닫을 때 특히 처리해야 할 것이 많다.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업체는 수많은 꽃들이 폐업과 동시에 골칫덩이로 남았고, 식당은 각종 주방용품과 식기류·탁자·테이블 등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옷가게는 미처 팔지 못한 옷이 주인의 마지막 전리품이 된다. 이런 식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폐업 처리 업체가 각광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폐업 처리 업체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표현할 만큼 쏟아지는 일감을 반기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망한 가게서 빼온 각종 집기류는 업체 한쪽에 쌓여 있다. 폐업 문의가 많을수록 처리 업체는 돈을 벌지만 이들 역시 또 다른 고충을 겪는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업체서 처리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중고 물품이 쌓인다는 점이다.

 

경제지표 하락·올해도 암울

그 속에서도 잘나가는 업종은?

 

중고 물품은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재구입을 통해 순환되는 구조인데, 자영업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개업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물품이 쌓이고만 있는 것이다. 한때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값싸고 상태 좋은 중고 물품을 사기 위해 찾는 곳으로 유명했던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게 이를 방증한다.

 

▲저가·중고 거래 =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저가·중고 거래로 눈을 돌리는 일반인이 늘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다이소 등 가격이 저렴하면서 물건 종류가 많은 저가 업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저가 업체서 구입해볼 만한 물건을 추천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올라온다.

 

다이소는 일본의 ‘100엔 숍’을 뿌리로 한 국내의 대표적인 저가 쇼핑몰이다. 다이소 매장 내 거의 모든 제품은 5000원 이하 품목들이고 2000원 이하의 제품 비중이 70∼80%에 달한다.

 

2016년 기준 다이소의 매출은 1조5600억원으로 2013년과 비교해 불과 3년 새 76.3%나 급증했다. 점포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2년 850개 정도였던 다이소 점포수는 2015년 1000개를 돌파, 지난해 기준으로 1200여개에 이른다.

 

 

 

▲ 최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가전 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새 제품보다 리퍼브(반품) 제품 같은 질 좋은 중고 가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고 가전 업계의 규모는 2017년 대비 15% 늘어난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형 주방가전의 비중이 70%이지만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품목과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함께 제품의 내구성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점이 중고 가전 업계의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성비 중시

고가품 관심

 

중고 책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다. 알라딘, YES24 등 기업형 중고서점의 전국 매장 수는 80여개에 이른다. 읽지 않는 책을 팔고 싸게 구입하는 중고 책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반대급부로 새 책 시장이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업형 중고서점의 매장 수는 전체 중고서점의 20% 정도지만 매출액은 80%가량을 차지한다. 대학생들이 값비싼 대학교재를 중고서점서 구입하는 비율도 늘어나면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회원수가 1700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 역시 불황일수록 호황을 맞고 있다. 현재 중고나라 카페에서는 쓸만한 중고 물품을 내놓고 현금을 확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중고나라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업체도 늘어났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은 말 그대로 대박 행진 중이다. 일부 모바일 장터에는 1분간 중고 거래 물품이 4000여개가 올라올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명품 시장 = 중고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반대로 명품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명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고가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소득 양극화만큼이나 소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흐름이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주요 백화점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겨울 세일기간 동안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승 품목이 일부 고가 품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2000년 6.0%서 2017년 9.5%로 상승했다. 일본이 2000년 6.2%서 4.1%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되레 오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0개국의 청년실업률도 2010년 10.6%까지 치솟았다가 2017년 기준 7.6%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 상승세는 도드라진다.

 

자영업 폐업 100만 시대

중고·명품·복권 불티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2030세대가 명품 등을 통해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향으로 소비형태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불황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백화점 명품 코너의 큰손은 20대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중 20대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로 2년간 3.6배 이상 늘어났다. 30대의 비중은 16.7%로 전년 대비 2.9%p 하락했지만 20∼30대 소비자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7%에 이르렀다.

 

▲불황 상품 ‘복권’ =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 상품이다. 불황일수록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1705억원을 기록했다. 월평균 3618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전체 판매량은 2015년 3조551억원에서 2016년 3조8855억원, 2017년 4조1538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월평균 판매액 역시 2015년 2963억원, 2016년 3238억원, 2017년 346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다 판매월은 10월과 12월 등 하반기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팔린 복권은 로또였다. 2017년 한 해 동안 로또 판매액은 3조7974억원으로 전체 복권 판매액의 91%를 차지했다. 즉석복권이 2049억원, 연금복권이 1004억원, 인터넷복권이 512억원 순이었다.

 

 

 

숫자 1부터 45 중 6개를 맞히는 로또의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평생 살면서 벼락에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정부 독점 사업인 복권은 기재부 복권위원회서 발행·관리는 물론 수익금 배분 등을 총괄한다.

 

매출액 중 절반은 당첨금으로 지급하고, 40%는 복권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과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한다.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복권 판매량의 증가는 경기 불황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사회를 달궜던 비트코인 열풍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이 유행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열풍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고, 한 청원글은 20만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일확천금

복권 판매↑

 

▲배달음식 = 배달음식 업계도 불황 속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 덮쳤던 지난해 여름에도, 한파가 몰아쳤던 겨울에도 배달음식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보다는 배달음식에 대한 선택 비중이 높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배달음식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많아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삼겹살 등 예전에는 배달이 어려웠던 음식도 이제는 집에 앉아서 받을 수 있다.

 

배달 앱은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배달 앱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2016년 연간 거래액 1조88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약 3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월평균 주문 건수가 2016년 1000만건서 1년 새 1700만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배달음식 업계의 규모는 15조원에 달할 정도다.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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