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목사 ‘5·18 망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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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목사 ‘5·18 망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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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만호 담임목사의 5·18 망언에 항의하며 시국기도회를 진행 중인 이우경 전도사

 

“끔찍한 폭력…교도소 습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발 5·18민주화운동 관련 망언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방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설교를 한 목사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나도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였다’고 주장했지만 연이어 지역 인사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일요시사>가 조명해봤다.

 

 

 

지난달 8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망언들이 쏟아졌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5·18 문제에 대해서는 우파가 물러나면 안 돼(김진태 의원)” “5·18폭동서 민주화운동으로 변질(이종명 의원)”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김순례 의원)”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지만원씨)” 등의 발언이 나왔다.

 

목사님 말씀

 

한국당 세 의원과 지씨의 공청회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시작으로 비판이 빗발쳤다. 광주는 물론 서울서도 이들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4일에는 전국 15개 시·도 광역단체장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왜곡·폄훼 발언을 규탄하며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박원순 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 등은 이날 ‘5·18민주화운동의 올바른 인식과 가치 실현을 위한 시·도지사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언급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광주지역 원로인사들을 만나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부 망언이 계속된 데 대해 저 또한 분노를 느낀다”며 “상처받은 5·18 영령들과 희생자, 광주 시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타던 한국당 지지율이 5·18민주화운동 망언 이후 주춤하는 등 국민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렀다. 이런 상황서 전남 여수 은파교회의 고만호 담임목사가 5·18민주화운동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은파교회는 신도가 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큰 대형교회다.

 

정치권 파문 여파 여전한데…

3·1운동과 비교하면서 언급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24일 3·1독립운동 100주년 감사예배 설교서 나왔다. 당시 고 목사는 3·1운동을 언급하면서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했다. 3·1운동이 비폭력 운동이었던 점을 강조하는 과정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1980년 5월 자신이 광주서 직접 봤다면서 당시 상황은 ‘전쟁터’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교서 “…(전략) 그리고 3·1운동은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했다는 거예요. 만세를 외치다가 체포당하고 총에 맞아서 쓰러져 죽고 하면서도 전혀 폭력을 쓰지 않았다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당하고만 있냐고요. 악이라도 쓰고 말이에요. 욕이라도 할 거 아니겠어요?”라고 3·1운동을 언급했다.

 

이어 “요즘 우리나라 시위하는 것을 보면요, 얼마나 과격한지 몰라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시위하는 것을 보면 꼭 전쟁 일어난 거 같다고 합니다”라며 “지금 5·18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들을 하죠. 뭐 민주화운동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제가 직접 봤지요, 제가 알지요”라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폭력이 있었어요. 예,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어요. 폭탄을 그 도청 안에다가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어요. 교도소를 막 습격을 했어. 끝난 다음에 제가 광주 시내를 돌아보니까요. 이건 뭐 전쟁터요, 완전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편저편 따질 것 없이 무슨 뭐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요, 어떤 이유로 해서든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 됩니다…(하략)”라고 덧붙였다.

 

고 목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평생 헌신해온 김병균 목사는 고 목사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목사는 오월어머니회서 주는 ‘오월 어머니상’과 한국인권교육원이 주는 인권상을 수상하는 등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은 과잉진압으로 폭력을 야기한 계엄군에 맞서 인권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고 광주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광주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라며 “계엄군이 총은 물론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상황서 시민들은 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저항이지 폭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 목사는 그 부분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고 목사의 발언은 과거 계엄군의 논리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또 “칼을 들고 덤비는 상대에게 돌이라도 들고 저항해야 하지 않나”라며 “계엄군의 선제적·물리적 폭력과 이에 대응한 저항적·방어적·정당방위 폭력을 같은 선상에 놓고 똑같은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목사의 발언 중 ‘교도소 습격’에 대해서도 “자료를 찾아봐도 교도소 습격은 없었다. 가짜뉴스”라며 “판결문 등을 살펴봐도 교도소 습격과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지만원씨나 김진태 의원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이 광주시민을 분노케 하는 상황서 그들의 생각과 유사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수구 반동세력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뜻있는 민주인사들은 고 목사가 사과할 때까지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식 이하의 발언” 비판 

교회 앞 시국기도회 열려

 

지난달 26일 은파교회 앞에서는 고 목사의 발언에 항의하고 그의 회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두 행ㅇ사를 주도한 이우경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전라교무구 여수교회 전도사는 “고만호 목사가 설교 당시 언급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 왜곡과 거짓을 주장하며, 듣는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회개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도사는 “예수님은 힘 있는 자를 바라보지 말고 약하고 힘없고 소외된 자를 바라보라고 했지만 고 목사는 권력자의 편에 서서 (말하고 있다)”며 “폭력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보지 않고 가해자 입장서 현상만 언급한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 목사가 회개하고 거듭난 신앙인의 삶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시국기도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교 관계자 역시 “고 목사의 설교는 교회 홈페이지나 방송을 통해 널리 전파된다. 교회를 찾아 직접 예배를 듣는 신도도 많지만 영상으로 접하는 신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 목사의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신도들이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런 뜻 아냐”

 

고 목사는 “내 얘기는 뭐냐 하면, 5·18은 민주화운동이란 말입니다. 민주화운동이예요”라고 거듭 말하면서 “3·1독립운동 때는 비폭력으로 진행됐는데, (5·18에서는) 폭력이 많이 있었다. 그건 어떤 면으로 해서는 자랑스럽지 못한 것이다. 비폭력이 예수님 정신 아니냐, 그런 뜻으로 한 설교다. 그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어 “나도 직접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라며 “어떻게 가치를 훼손했다는 등의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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