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면허반납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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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면허반납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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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고 싶은 노인들 ‘어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고령 운전자 사고가 또 발생했다. 고령자 면허반납 관련해 실효성 논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문제점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최근 전주의 한 수영장서 고령의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임의로 설치한 간이풀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0대 운전자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보육교사 및 어린이 원생 5명을 다치게 했다. 운전자는 “방향을 바꾸던 중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실효성 논란

 

지난 2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SUV를 몰던 96세의 운전자가 강남 호텔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다 기둥을 들이박고 후진하던 중 길 가던 여성을 쳐 숨지게 한 것이다. 대구에선 80대 운전자가 몰던 오피러스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운전자 부부가 숨졌다.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경남서 70대 운전자의 차량이 통도사 사찰 내 도로로 돌진하는 바람에 13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 원인 분석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 청력, 근력, 손발 협응 능력 등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교통상황을 인식하는 인지반응은 51세까지는 일정하게 나타나지만 52세부터 굴곡 구간이 생기더니, 65세부터 85세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양새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은 시뮬레이터를 통한 분석이었으므로 실제 인지반응 시간은 이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경기, 광주, 부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서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교통비 10만원을 지급하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선 면허증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비 10만원이 든 선불 교통카드를 제공했다. 지정된 2200여개 상업시설에선 이들에게 5∼50%의 할인 혜택도 줬다. 정책 도입 후 부산서 지난 4월까지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8300여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10만원 상당의 지역 화폐를 지급했고, 경북 포항에선 지난 6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같은 달 경북 영천시의회도 관련 조례안을 가결했다. 전남 역시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 지역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65세부터 인지반응 현저히 느려져

농촌 고령인구 98.5% “반납 안 해”

 

하지만 노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농촌에선 반응이 시큰둥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26일부터 4월8일까지 농업인 13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이중 456명으로부터 대답을 받은 결과, 운전면허소지자는 98.5%에 달했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 농업인의 94.8%가 “면허반납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대답했고 “신청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불과 5.2%였다. 

 

면허를 소지하려는 이유로는 “운전하는 데 건강상에 문제가 없어서”가 39%로 1위를 차지했고, “사업상의 이유로 차가 필요해서”가 23.3%로 2위를 차지했다. 또“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어서”가 16.6%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농촌에선 자동차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임을 시사했다. 대체 교통수단이 전제돼야 고령 운전자들의 면허증 반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고령 농업인들이 면허증 반납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는 금전적인 지원보다 운전자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농업인들의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트랙터, 경운기 등 탑승형 농기계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한 도움이 필요하다.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농촌 지역 도로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과 지역에 알맞은 교통안전 대책 수립, 농촌주민 이동을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 확충 및 지원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통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교통업계 관계자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10만원의 교통비 지급과 더불어 KTX, 고속버스 등 다양한 교통 요금의 할인 혜택을 추가하고, 면허가 없어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 개선에 힘써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각계 전문가들도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 증정으로 노인들의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납 혜택보다는 자가용을 포기했을 경우의 대체재 마련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개선 필요성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은 고령 운전자를 위해 10∼20년 단위의 중장기 교통 안전 계획을 수립한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고령 운전자 맞춤형 제도와 안전지원 차량 등 실적인 대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을 세울 때 고령자와 교통약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령 택시기사는?

 

고령(만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의료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적성검사는 지난 2월부터 고령 택시기사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자격유지검사’의 대체 검사다. 정부는 올해 초 자격유지검사와 의료적성검사를 동시에 시행하려고 했지만, 택시업계가 의료적성검사 항목 등에 반대해 그간 세부 규정 도입이 미뤄져왔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택시운송사업 운수종사자의 의료적성검사 관리 규정’을 만들어 이달 19일까지 행정 예고를 했다. 이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관련절차를 거쳐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 2월에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택시운전자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운전능력을 확인하는 자격유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적성검사가 도입되면 택시기사는 자격유지검사나 의료적성검사 중 하나를 받아야 한다. 

 

자격유지검사는 컴퓨터로 진행되는 시험이라 고령자가 치르기 어렵다는 택시업계의 지적이 나오면서 국토부가 대체시험인 의료적성검사를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수립했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의료적성검사에 대해서도 검사항목 등에 반발하면서 약 6개월간 미뤄지다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구>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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