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열 받게 한’ 휴게소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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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열 받게 한’ 휴게소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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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단무지 달랑 주고 5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한 국회의원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가 잔뜩 뿔이 났다. 음식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은데 반찬은 작은 그릇으로 조금, 그마저도 다 먹고 난 뒤에 직접 가져가야 더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국회의원은 이른바 ‘휴게소 감독법’을 대표 발의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지루한 여정의 한줄기 빛이다. 잠이 쏟아지는 운전자에게는 좋은 쉼터고 배고픈 사람들에겐 훌륭한 식당이다. 과거 더러운 것으로 유명했던 화장실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근래 들어서는 청결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한 유명 개그맨이 방송서 전국 각지 휴게소서 맛있게 먹은 음식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음식에 대한 생생한 표현과 맛에 대한 칭찬은 여러 휴게소를 맛집으로 만들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들르는 곳이었던 휴게소는 방송에 나온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장소로 변했다. 방송서 언급된 음식의 판매량도 폭증했다.

 

가격의 진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휴게소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여주 아주 맛있는 휴게소? 참~ 기가 막힌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라면 한 그릇에 5500원, 육개장 칼국수에 6500원, 김치덮밥 한 그릇에 8000원. 그것도 라면, 칼국수의 반찬은 달랑 노란무 하나. 덮밥 반찬인 김치는 저 조그만 그릇에 다 먹고 빈 그릇을 가져가야만 더 준다. 야박하기 그지없는 반찬!!’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명동 한복판 식당의 음식 가격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놓은 고속도로 여주 휴게소의 음식 가격이다. 아침 안 먹어 어쩔 수 없이 육개장 칼국수를 먹었지만 맛도 별로고… 밥 먹고 나오는데 봉 잡힌 호구가 된 것 같아 몹시 기분 상한다. 꼭 정상화하겠다! 다짐한다!!!’로 글을 마무리했다. 

 

우 의원이 비판한 곳은 여주(강릉방향) 휴게소로 보인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문으로 경영하고 있는 태아산업서 운영하는 곳이다. 태아산업은 여주(강릉방향) 휴게소 외에도 음성(하남방향), 음성(통영방향)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다음날인 지난 22일 ‘한국도로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휴게소 감독법을 대표 발의했다. 휴게소 음식 가격과 위생, 안전 등 전반적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한국도로공사에 부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원식 의원 음식값 현실에 분노 

‘휴게소 감독법’ 대표 발의 화제 

 

우 의원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 운영되고 있으나 휴게소서 판매하는 상품의 비싼 가격과 허술한 위생관리가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난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서도 휴게소 상품의 높은 가격과 위생에 대한 문제가 수차례 제기됐으며 그 원인으로 휴게소 입점업체에 책정하는 과도한 수수료가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업체에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전국 195개 휴게소 중 192개가 위탁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안전·위생관리·가격 및 품질에 대한 점검 등 휴게소와 주유소의 전반적 운영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의 관리감독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  

 

우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를 통해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업체의 입점업체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여부와 안전, 상품의 위생, 가격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휴게소 이용에 관한 국민 편의와 운영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휴게소 입점업체 수수료 문제는 지난해 국감서 제기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휴게소 입점업체 1765개 중 45%에 달하는 793개의 입점업체가 운영업체에 내는 수수료율이 매출의 40% 이상으로 확인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업체 10곳 중 4곳이 물건을 팔아 번 돈의 40% 이상을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매출액의 50% 이상을 수수료로 내는 입점업체도 197개에 달했다.  

 

서천휴게소(목포방향) 호떡·스낵매장이 매출액의 58.5%를 수수료로 내 가장 높았고, 서천휴게소(서울방향) 스낵매장과 인삼랜드휴게소(통영방향) 프랜치키스 매장이 58%로 뒤를 이었다. 덕평휴게소(하행) 오뎅매장 51.7%, 서천휴게소(서울/목포) 라면·우동매장도 매출의 57%를 수수료로 내고 있었다.  

 

“국민 편의와 투명성 높여야 ” 

공사측 관리 ·감독 권한 없어 

 

휴게소 운영업체는 입점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한국도로공사에 다시 임대료를 내는 구조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휴게소의 매출액은 증가세였다. 2013년 1조1130억원, 2014년 1조1606억원, 2015년 1조2464억원, 2016년 1조3246억원, 2017년 1조3548억원 등이다. 

 

한국도로공사가 받은 임대료도 2013년 1297억원, 2014년 1356억원, 2015년 1517억원, 2016년 1760억원, 2017년 1838억원 등 매년 늘어났다. 입점업체가 내고 있는 수수료는 유통업계의 최고 판매수수료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TV홈쇼핑의 최고 수수료율은 36.7%, 백화점은 28%, 온·오프라인 대형마트, 온라인몰도 20%대다.  

 

이 의원은 “휴게소 입점업체의 수수료는 매우 과도한 수준”이라며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영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휴게소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도로공사 측은 입점업체들이 내는 수수료에 전기·수도 사용료 등 관리비에 해당하는 비용이 포함돼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한국도로공사가 운영업체로부터 받는 임대료도 입점업체의 수수료서 나오는 만큼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우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반박했다. 휴게소 음식 가격이 오른 것은 인건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히 (휴게소 라면이)5000원이라서 분노하셨다면 인천공항서 우동 드셔 보시면 분노 이상의 단계를 느끼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때문? 

 

이어 “민주당서 인건비 확 올려놓고 물가 탓하시는 것은 머리와 꼬리가 맞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또 라면봉지는 권장소비자가가 있을지 몰라도 끓인 라면은 권장소비자가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요즘은 봉지라면도 오픈 프라이스”라며 “여당이 라면은 어디서 팔더라도 김밥천국 가격으로 3000원이어야 한다는 발상으로 경제를 운영하지 않는 조직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격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경제논리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최고위원은 “혁명정부랍시고 적폐 청산하고 반대파 죽이는데 몰두하던 로베스피에르 정권이 ‘우유를 반값에 먹게 해주겠다’는 선의서 경제를 말아먹은 걸 상기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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