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친박의 내부 총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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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류’ 친박의 내부 총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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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계파? “나부터 살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본격적인 내부총질이 시작됐다. 친박(친 박근혜)계는 갈라섰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진박(진짜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단일대오를 이뤘던 일은 이제 옛일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친박계가 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분석했다. 

 

 

 

시작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3대 원칙’이다. 그는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통합 전제조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정 ▲보수 아젠다를 공정·정의로 확대 ▲불파불립(보수 구체제 혁파·신체제 건설)을 제시했다. 

 

3개 원칙 

대공개 

 

비록 조건부였지만, ‘보수대통합’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유 의원은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16일 바미당 내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회의 직후 유 의원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만나볼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 대표와)따로 연락한 건 없지만, 양쪽서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와라. 낡은 것 다 허물고 새 집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나자고 한다면 언제든 만날 용의는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황 대표도 화답했다. 유 의원의 발언이 나온 당일, 황 대표는 대구 북구 한국 로봇산업진흥원서 열린 ‘민부론’ 설명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해야 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만들 수 있다”며 “모든 노력을 다해 자유 우파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엔 너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에서 유 의원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불거진 일에 대해서는 “문재인정권을 심판하고 다음 총선서 이기고, 대한민국을 되살려내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대의를 위해선 소아(개인적 존재 또는 사회·국가·세계보다는 자신을 위하는 존재)를 내려놓을 수 있다. 당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잘 모아서 통합을 이뤄가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한국당 내 친박계 의원들 중에서 유 의원의 보수대통합 러브콜에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의원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의원이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의원이다. 

 

유 의원이 3대 원칙을 제시했던 지난 9일, 김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승민이 주장하는 탄핵의 인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유승민스러운’ 구역질 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황-유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청천벽력’ TK 친박계 어쩌나  

 

이는 김 의원이 인용한 글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수 성향 유튜브 운영자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었다. 그럼에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김 의원이 해당 페이스북 글에 댓글로 “2004년 이후 16년간 정치판에 있으며 제가 보아온 민낯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비단 김 의원 한 명만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 박맹우 사무총장도 “‘잔류파’(바른정당 탈당 러시가 발생했을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 남아 있었던 의원들)에서는 보수분열에 대한 책임론으로 유 의원에 대한 비토(반대) 정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친박계 한국당 윤상현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대통합과 혁신을 위해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오늘이라도 만나야 한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탄핵이 절대적으로 옳았다거나 불가피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탄핵을 되돌릴 수 없는데, 우리끼리 싸우면 결국 문재인정권만 이롭게 될 뿐이라는 (유 의원의)인식에 동의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한 언론과 통화에서 “최근에 ‘유승민과의 통합’과 관련해 격한 표현으로 써진 글을 당내 의원들에게 문자로 돌린 의원이 있었다”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히려 유 의원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문자가 유 의원의 진의를 곡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친박계 내에서 유 의원에 대한 입장 차가 확연히 갈린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정치권은 친박계 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지역구로 본다. 수도권이냐, 대구·경북(TK)이냐에 따라 친박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린다는 분석이다. 

 

공감대는 

있지만… 

 

유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윤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미추홀을이다. 중도층의 표심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지역구다. 수도권 중도층은 유 의원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은 유 의원이 보수 성향의 차기 대선주자 중 수도권·2030대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윤 의원이 향후 원내대표를 노리고 ‘친박색빼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한국당 안팎서 들려온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사람은 내년 21대 총선을 이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한국당 당헌·당규상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때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이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이에 윤 의원이 유 의원을 끌어안는 등 어느 한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총선을 이끌 ‘적임자’로 거듭나려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 의원의 입장은 다르다. 유 의원에 대해 확실한 반대 의사를 표한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뿌리 깊은 지역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했으며, 탄핵정국 당시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은 TK 전역서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탄핵 7적’이라는 낙인이 이를 입증한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는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과 조원진 대표는 한국당 김무성·정진석·권성동·김성태 의원과 바미당 유승민·이혜훈·하태경 의원을 탄핵 7적으로 규정, 지난해 12월8일 열린 태극기집회서 이들의 사진을 불태우는 화형식 퍼포먼스도 진행한 바 있다. 조 대표의 지역구는 대구 달서병이다. 

 

공화당 인지연 대변인은 최근 유 의원의 3대 원칙에 대해 “유 의원이 탄핵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 없이 그와 통합을 논의하면, 모든 책임은 한국당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탄핵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좌파세상으로 절단 내놓은 보수 역적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TK 

으르렁∼ 

 

유 의원에 대한 민심이 TK서 얼마나 안 좋은지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2020년 총선 가상대결서 유 의원이 한국당 후보들에게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대구CBS>와 <영남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 선거구 3자 가상대결서 유 의원은 22.4% 지지를 얻어 한국당 김규환 의원의 51.5%에 29.1%포인트 차이로 뒤쳐졌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한국당 대구 동을 당협위원장인데 도전자가 현역 국회의원을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17.7%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당 후보로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나와도 유 의원이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수석, 김 전 장관, 유 의원 3자 대결 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9%가 김 전 장관을 선택해 유 의원(23.7%)을 앞질렀다. 이 전 수석은 19.1%를 획득했다. 

 

유 의원에 대한 교체 여론이 높은 것으로 동 조사서 드러났다. 응답자의 61.5%가 현역 의원(유 의원)을 새 인물로 교체하는 것을 선호했고, 재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은 23.1%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TK서 유 의원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수치상으로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친박계가 어느 지역구 국회의원이냐에 따라 유 의원을 두고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친박계는 그동안 공동운명체로서 함께해왔다. ‘진박’으로 불리는 핵심 친박계는 더욱 그렇다. 진박 공천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소위 진박을 자처하는 의원들은 지역에 내려가 진박 후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도권 친박계는 지원사격 

이대로 통합? 난제 수두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취임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통령 직무대행을 했던 황 대표가 취임하자 진박은 물론 범친박계까지 친황계로 일부 돌아섰다. 반면 진박인 공화당 홍문종 대표는 황 대표의 리더십에 반발해 한국당을 탈당했다.  

 

홍 대표는 당시 “보수 우익 사람들이 느끼는 황 대표에 대한 리더십이 걱정스러워지고 있다”라며 “바깥서 태극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텐트를 치는 것이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유 의원과 통합을 이룬다면 이는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홍 대표는 한국당을 탈당할 당시 “10∼12월에 많으면 40∼50명까지 (공화당 행에) 동조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당과 유 의원과의 통합이 당장 가시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도권과 TK 친박 간의 이견뿐 아니라 여러 난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유 의원과 함께하는 안철수계 중 일부는 한국당과의 통합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철수 전 의원이 국민의당 창당 당시 기치로 내건 ‘중도’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안 전 의원이 유 의원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일도 안철수계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변혁에 동참 중인 바미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유 의원이 황 대표와 만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며 “유 의원이 한국당에 요구하는 조건이라는 것이 한국당 특성상 절대 달성하기 불가능한 조건들”이라고 내다봤다. 

 

유 의원 역시 이런 변혁 내 민심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변혁 회의 직후 ‘안철수계 의원들이 통합을 반대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 의원은 “솔직한 대화를 해봐야 하는데, 저는 탈당 이후로 한국당에 대한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안철수계가)무조건적인 통합으로 볼 게 아니라 제가 말한 원칙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철수계 

함께 못 해! 

 

선거법 개정 여부도 난제다. 한국당과 변혁 모두 “일단 어떤 형태로든 선거법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내에서는 선거법이 통과되면 유 의원과의 통합보다 비례대표 의석을 끌어올 수 있는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변혁 역시 통합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변혁 소속인 바미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변혁의 향후 일정과 관련해 “11월 내로 창당이냐, 12월 내로 창당이냐 하는 선택만 남겨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당과의 통합보다 제3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다.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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