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검찰 총선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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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검찰 총선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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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쪽은 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5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 N번방 사건으로 분위기는 예전만 못해도 결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해 집권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17년 1월 정치검찰을 다룬 영화 <더 킹>이 개봉했다. 정우성, 조인성 등 유명 배우를 내세운 영화는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권력의 향방에 따라, 권력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검찰의 민낯을 조명했다.

 

칼과 방패

검찰 역할

 

<더킹>의 한강식(정우성 분)과 박태수(조인성 분)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를 두고 불안에 떨다가 무속인을 찾는다. 배경은 DJ가 당선됐던 1998년 대선이다. 점집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자 한강식 라인은 묵혀둔 자료를 꺼내든다. 권력의 쓰임새가 다했을 때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진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청산돼야 할 적폐로 여겨졌다. 적폐로 지목된 곳에 어김없이 검찰의 칼이 겨눠졌다. 그와 동시에 검찰 개혁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주장했고, 그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세웠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모두 검찰의 힘을 빼는 방안이었기 때문에 반발이 나왔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정부 정책에 몇 차례 반발하긴 했지만 무난히 임기를 마쳤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후임으로 온 이후에도 검찰과 청와대 사이의 기류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그와 관련된 온갖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여기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최근 들어서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까지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서 인사권을 휘두르면 검찰서 기소권으로 맞서는 식이었다. 그 사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도 충돌했다. 검사장회의를 둘러싸고는 집단 반발이 나올 태세였다.

 

청와대 정조준 수사

선거 후 본격화 조짐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들을 여럿 쥐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 사이의 뇌관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다.

 

먼저 지난해 8월부터 검찰이 정조준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가족 비리 및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놓고 재판 절차를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도 함께 재판받는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녀들의 입시 비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처음 재판에 넘겨졌다. 딸 조모씨가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부산대 의전원서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또 정 교수의 차명주식 투자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 신탁의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도 있다. 지난 1월에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 중단을 결정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가족이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의 재판에 정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승인했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가 공범으로 이뤄진 범행은 공모관계와 구성 요건, 준비 과정, 행위, 사후적 범행 은폐 등을 봤을 때 낮지 않다”며 “특히 정 교수는 수사 과정서 건강 등을 이유로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증인 신문은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다.

 

조국 의혹

재판 시작

 

검찰은 지난 1월23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비서관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줘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씨가 2017년 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 명의 인장도 찍은 것으로 파악했다. 조씨는 이 인턴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했다. 검찰은 인턴활동 내역이 허위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폭탄이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서 송 시장이 당선될 수 있도록 청와대가 관계기관 등을 동원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 하명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송 시장 측의 청탁에 따른 것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17년 9월 황 전 청장에게 관련 수사를 청탁했고,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제보를 재가공한 첩보를 작성했고, 백 전 비서관은 이를 같은 해 11∼12월 박 전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울산경찰청에 차례로 내려 보냈다.

 

 

 

황 전 청장은 하명수사 의혹 외에도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공공병원 유치를 시장 선거공약으로 삼기 위해 2017년 10월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당시 김 전 시장의 공약이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를 부탁했다고 봤다.

 

당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기소 대상서 빠졌다. 송 전 부시장의 업무일지에는 2017년 10월 임 전 실장이 송 시장 측과 만나 출마 요청과 함께 공약을 협의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선거 이후에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소된 인사

선거 출마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기소한 관련자들 가운데 일부 인사가 이번 총선서 ‘선수’로 뛴다는 점이다. 검찰의 기소를 ‘날치기’라고 비판했던 최 전 비서관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총선에 나선다.

 

최 전 비서관은 지난달 16일 사의를 표했다. 이날 최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후보로 나선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더불어민주당 전북 익산을 후보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도 경선 끝에 울산 중구 후보로 확정됐다.

 

최근 들어서는 라임 사태가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단순 금융권 사기로 보였던 사건에 청와대 전 행정관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정치권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라임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정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지난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김모 팀장(현재 보직해임)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스타모빌리티를 비롯해 여러 기업을 M&A해 회사 돈을 빼낸 뒤 다시 다른 기업을 M&A하는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행적이 묘연하다.

 

라임 측이 김 회장의 M&A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에 동참했고, 역시 행적이 묘연한 라임펀드의 설계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금융사기를 적발해야 할 금감원 소속 김 팀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과 김 회장은 고향 친구 사이로,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라임펀드를 대량으로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은 김 팀장의 청와대 명함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에는 김 팀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팀장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둘러싼 논란 비화

법무부 감찰로 또 대립?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마냥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도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모 최모씨 사건, 최측근 논란 등 윤 총장 주변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윤 총장의 장모 최씨는 지난달 27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전 동업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1부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윤 총장이 최씨의 혐의를 알고 있었을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재난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최소한 알았거나 알고도 묵인·방조했거나 법률자문을 제공한 경우라면 문제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MBC가 채널A 법조팀 소속 B 기자가 금융사기죄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B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서 말한 현직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태가 커졌다. 해당 검사장은 MBC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서 “저도 그 기사를 보고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다고 봤다”며 “일단 해당 기자 소속사와 검찰 관계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단계지만 녹취가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검언유착 의혹

법무무 감찰?

 

그러면서 “사실 여부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아보고 그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고 본다면 (법무부의)감찰이라든가,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등 여권에서 감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 일요시사(http://ww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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