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 아들 흉기로 살해한 아버지

한국뉴스


 

‘상습폭행’ 아들 흉기로 살해한 아버지

일요시사 0 2395 0 0

시작은 사소한 말다툼이었다. “냄비를 왜 태웠느냐”며 가볍게 언성을 높이던 부자는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아들은 아버지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아들의 무차별적인 폭행이 이어지던 어느 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결국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아버지는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그 뒤 자신은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상습적 폭행’을 가한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냄비 왜 태웠어?” 사소한 말다툼이 빚어낸 참극
“사회통념 넘어서면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어…”

지난 5월 초, 대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아들(당시 23세)과 함께 살던 A(59)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방마다 전등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A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왜 불을 끄고 다니지 않느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이 과정에서 아들과 말다툼이 오고갔다.

전화를 끊은 뒤 혼자서 저녁식사를 마친 A씨는 냉장고에 있던 돼지껍데기를 발견했다. 이를 삶아 소주를 한 잔 할 생각에 가스레인지 위에 돼지껍데기가 담긴 냄비를 올려놓고 삶다가 전화를 거는데 정신이 팔려 냄비를 태우고 말았다.  
  
정당방위?

아들은 자정이 다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 온 아들은 A씨에게 “왜 냄비를 태웠느냐”며 핀잔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A씨 역시 집안 전등을 끄지 않고 나간 것에 대해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A씨가 아내의 방문을 나사못을 사용하여 잠궈 놓은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난 아들은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아들에게 온몸을 밟히고 집안 곳곳으로 끌려 다니는 등 심한 폭행을 당했다. 폭행을 견디지 못한 A씨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지만 아들은 흉기로 방문을 찌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했다. 

생명이 위태롭다고 느낀 A씨는 결국 방 밖으로 나가 주방에 있던 부엌칼로 아들의 왼쪽 가슴 부위를 찔렀다. 그리고 아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구속 기소된 A씨와 변호인은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형법 제21조에서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규정해 처벌하지 않는다. 단, 피난의 요건에 의해 제한되는데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적극적으로 반격을 가해 피해를 줬다면 과잉방어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A씨와 변호인은 피해자인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오다 사건 당일에도 옷걸이행거용 파이프로 엉덩이, 허벅지 등을 수회 얻어맞고, 목덜미를 잡혀 주방으로 끌려가 발로 온 몸을 수회 밟히는 등 심한 폭행을 당했으며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려고 흉기를 사용했기에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방어행위는 야간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와 경악, 흥분으로 정도를 넘게 된 면책적 과잉방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피해자가 흉기로 문을 수차례 찌른 것은 인정되지만 폭행을 할 때는 생명에 위협을 가할만한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A씨와 아들의 신체조건에 따른 물리력의 차이 등을 감안해도 흉기로 찌를 당시 피고인의 생명이 급박한 위험에 처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의 깊이는 수동적이거나 반사적으로 이뤄진 것이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에 의한 것으로 A씨가 집 밖으로 나가는 등 이성적인 방법을 통해 적절히 대처했으면 범행과 같은 참담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과잉방어?

이어 비록 A씨가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그 관계가 매우 악화된 상황이고 피해자의 평소 성행이나 이 사건 당시의 폭력적인 행태가 반인륜적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출생이라는 사건으로부터 보호의무나 배려의무가 발생하는 친아버지와 아들관계로서 피해자를 양육ㆍ성장 하도록 하고 같은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을 하여 온 A씨에게 아들의 생명을 보호하여야할 기본적인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김경철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단 1차례의 가격으로 아들을 살해한 A씨의 당시 행위는 ‘반격적 방어’라기 보다는 ‘방어적 공격’으로 보이며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방어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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