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대로?’ 검찰 무리한 기소 내막

한국뉴스


 

‘각본대로?’ 검찰 무리한 기소 내막

시사뉴스 0 1087 0 0

삼성이 난처한 입장에 직면했다.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건 다행이지만, 검찰의 총수에 대한 불구속 기소 결정이 제법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과의 지리멸렬한 공방전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비관론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dfe49356a5db74de8e6b763e1f2498a6_1600047324_733947.jpg
▲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9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과잉, 표적… 무성한 논란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서 "이재용 부회장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이를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했으며 다양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8년 12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의혹을 고발한 이후 수사를 이어왔다.

유례없는 장기간의 수사 기간 동안 50여차례의 압수수색, 300여명에 대한 860회 상당 조사 및 면담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은 기소 강행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지난 6월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지만 당시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합병비율 조작이 이뤄진 건 최소 비용에 의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확보라는 목적서 이뤄졌음을 재차 강조하며 불구속 기소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부정 거래 행위·시세 조종·업무상배임 행위가 뒤따랐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 부회장 이외에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6명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고, 장충기 전 차장(사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1년9개월 질질 끌더니…불구속 기소 처분
무리수를 두면서 강행…개운치 않은 뒷맛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또 검찰은 최 전 실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5명도 그룹 수뇌부의 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정당한 절차임을 강조한 검찰과 달리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표적수사’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불구속 기소가 결정된 지난 1일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의 태도는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을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건 이미 소명됐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뿐 아니라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의 모든 절차는 이미 적법 판단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검찰과 상반된 입장을 전달했다.

변호인단은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례 번복됐고,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원 역시 증선위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심사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고 무시 이럴거면 왜?

검찰은 불구속 기소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행한 불구속 기소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무엇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앞서 수심위는 ‘10 대 3’ 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를 내놓았지만, 검찰은 수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수심위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소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심위 의견을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1년9개월간 끌어온 수사서 기소에 실패하면 엄청난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며 ”무리해서라도 기소하고 법원에 책임을 떠 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기간 동안 한 번도 언급된 바 없는 업무상 배임죄를 기소 과정서 새로 추가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업무상배임, 외부감사법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최악 시나리오 피했지만…
삼성 향한 서슬 퍼런 칼날


업무상배임은 지난 6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당시나 수심위가 개최될 때를 비롯해 장기간에 걸친 수사 과정서 한 번도 거론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측은 추가 수사나 반론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에야 업무상 배임죄가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5년 4∼5월 삼성물산 및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 합병 시점·비율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등의 충실·선관 의무에 위배해 이재용과 미전실의 전단적 결정에 따라 합병을 실행했다“며 ”이로써 물산 및 물산 주주들에게 물산 기업가치가 반영된 적정한 합병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dfe49356a5db74de8e6b763e1f2498a6_1600047410_394639.jpg
▲ 지난 6월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성준 기자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삼성은 총수의 경영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3년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국정 농단 사건과 더불어 또 다른 재판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재판으로 이어지면 최소 2∼3년서 길게는 4∼5년 혹은 그 이상까지 걸릴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물론 수십명 임직원들이 같은 사안에 대해 소환 조사, 심리 등을 모두 다시 받아야 한다. 

재계에선 사법리스크가 삼성의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삼성은 미·중 대치 심화, 한·일 외교갈등,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명확한 타깃 예고된 수순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삼성을 타깃으로 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며 이른바 삼성 해체 시나리오가 가동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속 기소가 아니라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해야 하는 만큼 경영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며 “정권 초기에 회자됐던 삼성 압박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 양동주 기자 

0 Comments